"정해진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수가' 구조만 변하면 된다"

[인터뷰]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대표
코로나로 영세 시장→대기업·빅테크 참여, 거대 시장으로 변화 중…남은 것은 '상용화'
기존 하드웨어식 수가 반영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 체제…미국·독일 제도 등장 이유 살펴봐야

박선혜 기자 (your****@medi****.com)2022-03-10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는 속도만 달라졌지 이미 정해진 미래다. 하지만 성과가 언제 나오냐는 다른 문제다. '수가'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상상도 못할만큼 빠른 속도로 도입됐다. 

원격의료는 물론이고 앱 기반 생활습관·운동 관리 서비스, 정신·만성질환 분야 디지털 치료제, 인공지능 의료기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에 비해 국내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지 못했다. 원격진료 제도의 한계도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상 사업적 성과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목된다.

최근 정부는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서 매출 5억 원 미만의 기업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며,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기업이 70%를 넘는 등 영세하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와 관련 시장창출·기술개발·기반조성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주축이 돼왔던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대표를 만나 관련 국내 산업 동향과 발전을 위한 해결과제가 무엇인지 집어봤다.

Q.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랜 기간 관련 사업을 이끌어오면서 느낀 점이 있을 것 같다.

2013년부터 디지털헬스케어 키워드를 걸고 다양한 사업, 강의들을 선도해 왔지만 이렇게까지 발전 시기가 앞당겨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2014년 첫 번째 책인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낼 때와는 인생이 많이 바꼈다. 그때만 해도 왓슨이 생소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제만 하더라도 미국 디지털치료학회 학술대회에 미리 가서 배우고 왔고 이후 한국 제약사 등에게 강의할 때도 아무도 관심이 없던 분야였지만 지금은 모두가 주목하는 산업이 돼 격세지감 느낀다.

또한 디지털헬스케어 전문 투자자로서 느끼는 외부적 변화도 많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디지털헬스케어만 투자하는 투자회사로서 1년동안 컨텍하는 스타트업 갯수를 보는데, 이걸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발전의 간접적 지표로 보고있다.

매년 2배씩 늘어나는 스타트업을 보고 있다. 2019 총 50개 , 2020년 110개 , 2021년 207개 봤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체 업계를 보기에는 다 대변할 수 없더라도 체감하기에 지난 3년동안 매우 시장이 커졌다고 번다. 또한 세부적으로 봤을 때도 사업의 양 뿐만아니라 질도 좋아졌다고 느꼈다.

이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영세하지 않고 큰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통신3사, 카카오, 보험사, 제약사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작다고 말하긴 어렵다. 대기업들도 그렇고 돈을 엄청 푼 상황에서 투입되는 재원만 보더라도 큰 산업이다.

Q. 그렇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중 어떤 사업 아이템이 가장 글로벌 진출 및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딱 찍어서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디지털 치료제 같이 현재 엄청난 관심을 받는 분야는 단기적으로는 고평가됐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래도 낙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게 뭐냐고 묻는다면 '수가'라고 답할 수 있다. 수가가 어떻게 풀려가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쪽에서 먼저 풀리느냐가 산업 활성화의 중요한 점이다.

분위기 상으로는 디지털 치료제의 우선순위가 높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으나, 새로운 정권에서 어떻게 될지 정확한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정권이라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지원하지 않을 수는 없을 거다. 세부적으로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제, 원격의료 어떤게 먼저 오느냐는 예측하기 힘들다. 

정부가 지난 대선이나 이번 대선, 4차산업 혁명이나 혁신 얘기하는데, 사실 현장에서보면 사업적인 성과가 좋지 않다.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들이 많은데 왜 돈 못 버냐?"라고 묻는데, 답은 하나다. "수가가 없으니까."

이는 정부가 애초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고려하고 만든 법제도의 취지와 방향과는 다른 문제다. 제대로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 어디서부터 지원을 할 것이냐도 생각해야 한다. 

다만, 디지털헬스케어와 의료는 분명히 구분하고 가야 한다. 의료가 아닌 디지털헬스케어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와 관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라면 무엇보다 '수가'가  가장 중요하지만 웰니스 분야는 오히려 사업 모델 등 수가 이외 것들을 바라봐야 한다.

Q. 원격진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원격진료 법적 허용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해진 미래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원격진료 법적 허용은 중요한 이슈이며, 디지털 헬스케어 전체로 봐서도 원격진료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다만,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이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까지는 보지 않는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산업적으로 파급효과 얼마나 큰지 생각해보면 본인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크게 돈 벌 수 있는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와 같은 물음이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지원하려고 하는 이유도 산업 진흥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 진흥은 배달의 민족같은 유니콘 기업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건데, 관련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그런 기업이 나오기 힘들거라고 판단한다.
 
그다음 질문은 "왜 어렵나"라는 건데, 논리는 단순하다. 병원이 돈 많이 못버는 것과 같은거다. (매출=건당 진료비 x 총 진료수) 공식에서 진료비와 진료수,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커져야 한다. 

그럼 "한국 진료비 올릴 수 있느냐"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역시 수가 문제 문제다. 물론 실제 원격의료 합법화 이후 원격진료 수가가 어떻게 측정되는 지는 지켜봐야 알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저수가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

그렇다면 "진료 건수를 증가시킬 수 있느냐" 사실 이것도 어렵다. 한국에는 '접근성 좋은 대면 진료'라는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가 경쟁력을 갖기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를테면 'hims' 등 특정 질환에 특화하거나 또는 second opinion만 해서 건수를 엄청 높이는 외국 전략 사례도 있지만 이 모델도 쉽지 않다. 원격의료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의료계가 '초진'까지 허락해주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상 건수에서도 매출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Q.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 정부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 정부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또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가장 최근에 나온 인공지능이나 디지털치료제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재작년 디지털치료제 정의 가이드라인나 이번 12월 디지털치료제 3가지 적응증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축 할 때도 참여했다. 

자문단체협의체에서는 디지털 치료제가 새롭게 다루는 개념이 아닌 이미 글로벌에서 충분히 고민해온 문제인 만큼 이를 어떻게 국내에서 합리적으로 정의하고 분류할거냐를 생각했다. 

특히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지지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규제 동조화를 많이 얘기하는데, 한국 들어오면 학계나 산업계에서 용어의 정의나 범주가 외국과 다르게 변형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본인의 이해관계에 맞게 활용하려는 경우가 많았고,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과 트러블도 많았다.

글로벌 업계 기준이나 규제 기준과 동등하게 가이드라인이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한국 식약처의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치료제 등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급여 기준으로 하드웨어 의료기기에 합리적으로 적용됐던 점을 그대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인공지능이나 디지털치료제와 같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니까 정부도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심평원은 과거 의료기기 기준을 급여에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당시 그 제도가 하드웨어 의료기기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만 구성된 의료기기는 그에 맞는 합리적인 기준이 새롭게 적용돼야 한다.

특히 수가는 미국과 한국 자체가 많이 다르니까 빠르게 반영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기술 혁신을 수가 정책이 못따라가는거는 사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결론적으로 문제의식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방식의 차이다. '기술혁신에 대해 정부가 근본적 이해하고 있나'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심평원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건바이건'으로 하지말자고 얘기해왔다. 인공지능 가이드라인만 하더라도 진료과별로 하나씩 하다보면 앞으로 한도 끝도 없다. 결국 고민의 근본이 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의 특성에 맞는 수가 프레임워크부터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혁신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수가 프레임워크, 즉 구조를 다시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MCIT, DiGA 왜 나왔는가에 대한 기술혁신 배경, 맥락 등 문제의식은 매우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정부에서 혁신수가를 많이 얘기하는데 산업계에서 기대하는 것 만큼의 근본적 이해는 없는 것 같고, 그런 상황들을 유의미하게 도움 줄 수 있을 정도의 고민을 정부가 하고 있느냐는 아직 잘 모르겠다. 

Q.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업계가 좀 더 자부심과 자신감 갖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는 "우리는 안될거야"와 같은 학습된 패배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 두해, 몇 달 간격으로 보면 별로 바뀌는게 없다는 인상을 받을 순 있다. 하지만 5~10년 단위로 보면 주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발전했고, 그 사이 많은 분들 노력있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난 5년보다 앞으로 5년동안 큰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해왔고 더 잘될 거니까 조금 더 희망적인 생각 혹은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이 분야 처음 뛰어드는 사람에게는 공부 많이 해야한다고 전하고 싶다. 대기업 들어오긴하지만 왜 뛰어드느냐, 관심 갖냐 하면 시장크니까, 남들하니까 한다 그런정도가 대부분. 탑다운 내려오니까 하는 정도인데, 사실 그 정도로는 이 분야 접근할만큼 쉬운 분야는 아니다. 이게 의료분야 특성이든, 법제, 의료 관계이든 결코 쉽게 보면 안되는 분야기 때문에 공부 많이하면 좋겠다. 

스스로도 투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업계와 함께 하는 사람이고 또 업계 전체와 이해관계 직결돼 애정이 크다. 이 업계의 에반젤리스트이자 애널리스트로 일했지만 언제까지고 이 역할을 혼자서 다 하기는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 특히 DHP의 창업 이후에 디지털 헬스케어 벤처 투자에 역량을 더 집중하면서 이제는 제 역할에도 여러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DHP의 경우에도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로서 기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의 락헬스 (Rock Health)와 같이 내부팀을 만들어서 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는 역할을 하고 싶은 희망도 있다. 저 혼자 애널리스트로서 역할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역할을 함께 할 수 있는 팀을 꾸리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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