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학병원에 돌아다니고 있는 로봇들은 영화가 아니다. 실제다.
이미 병원 입구에 마련돼 있는 키오스크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대면 업무였던 수납과 접수, 예약은 키오스크 혹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로봇이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안내부터 물류 배송, 심지어 회진까지 담당한다.
한 예로 삼성서울병원은 '로봇 기반 첨단 지능형 병원(Robot-driven Smart Hospital)'으로 변화를 시도 중이다.
병원에 배치될 다수, 다종 로봇을 관리하는 로봇 통합관제센터를 만들 정도로 삼성서울병원은 진심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병원 중 최초로 PC와 모바일 기반 솔루션을 통합해 채팅 메시지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로봇을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면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해도 다수, 다종 로봇을 손쉽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최초'로 시도한 로봇 시스템으로 의료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대규모 물류이송로봇을 이용해 병원 내 물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해당 로봇은 물류빅데이터를 이용해 병동 내 필요한 진료재료를 환자가 없는 야간에 자동으로 배송한다.
삼성서울병원 이형배 부사장(행정부원장)은 "개원 후 진료량 증대에 따른 물류공급이 25배 이상 증가했고 물류체계는 인편에 의존했다. 그런데 물류 표준화로 청구, 검수, 재고확인 등 시간이 경감됐으며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근무 환경이 조성됐다. 환자가 없는 새벽에 작업을 하므로 안전 문제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회진로봇도 있다. 실시간 진료정보와 연동돼 로봇이 의료진별 회진 대상 환자 리스트를 조회하고 스스로 병상으로 이동한다. 아직 테스트 중이긴 하지만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를 줄이고, 감염 병동에서도 안전하게 회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병동 회진 시 주치의나 간호사가 구두로 설명해야 했지만, 회진 로봇은 전면에 거치한 디스플레이로 각종 검사 결과를 한 눈에 보여준다. 이 덕분에 환자들이 치료 과정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울산대병원은 항암(Chemo) 약을 이송하는 로봇(Robot) '케로'를 운영 중이다.
케로는 취급 및 관리가 엄격한 항암제의 분실·파손에 대한 운반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고,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만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케로의 도입은 병원 내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반복적인 이송업무를 대신함으로써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증대시켰고, 환자들은 약제 투여 대기시간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담당 직원들은 고객 응대와 간호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1월 안내로봇, 이송로봇, 중량이송로봇 등 총 5종 10대의 대규모 의료서비스로봇의 원내 도입을 완료했다.
안내로봇은 크게 가이드로봇과 키즈로봇으로 구분된다. 외래 1층과 2층에 각각 1대씩 운용 중인 가이드로봇에는 원내 주요 시설의 위치를 안내 및 에스코트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소아병동 구역에 도입된 키즈로봇에는 소아 환자를 위한 게임, 사진 찍기 등의 콘텐츠가 탑재됐다. 두 종류의 안내로봇 모두 순찰 기능을 활용해 야간에 병원 곳곳을 순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송로봇의 한 종류인 혈액이송로봇은 헬스체크업 채혈실에서 혈액 검체를 진단검사의학팀 검사실로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승강기, 스피드게이트, 자동문과 연동돼 별도의 조작 없이도 스스로 통제 구역과 층간 이동이 가능하다.
수술도구이송로봇은 수술 후 도구를 세척실로 이동하는 데 이용된다. 검체 및 약제이송로봇은 1단계에서 도입된 혈액이송로봇과 같은 종류의 로봇이다.
검체이송로봇은 조직과 세포 검체를 병리과로 이송하며, 약제이송로봇은 이송팀 직원의 도움 없이 원내 여러 부서에 의약품을 이송한다. 각종 이송로봇의 도입으로 단순 반복 작업을 보조해 업무 부하를 경감시켰다.
의료소모품이송로봇은 100kg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구매물류팀, 인공신장실, 비뇨의학과 등에서 무거운 물건을 이송하는 데 활용된다. 간호카트로봇과 벨보이로봇 또한 고중량 이송로봇으로, 최대 60kg의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각각 병동 간호사의 라운딩 카트 역할과 입원환자의 입·퇴원 시 개인물품 이송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대학병원에서 인기를 끌었던 로봇은 방역로봇이었다. 방역로봇은 공기 중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사람 손이 닿는 벽면을 향해 인체에 무해한 자외선을 쏘아 방역 활동을 자동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용인세브란스는 복합 방역로봇 '비누(BINU)'를 도입했다. 비누는 내원객 밀집도를 분석해 사회적 거리두기 음성 안내 및 셀프 방역 소독을 수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관 1층 어린이병원과 4층 건강증진센터에는 현대로보틱스의 대면방역로봇이 운영되고 있다. 병원 내 공기 질 개선과 각종 유해균 및 바이러스 제거를 위한 방역작업을 수행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내 로봇 도입은 의료진 업무 보조를 통해 진료 질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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