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의료기기 신규 인증(MDR) 유예…국내 업계 '안도의 한숨'

EU 집행위, MDR 전환 기간 최대 2028년 12월까지 유예
인력·비용 등 까다로운 절차에 의료기기社 '부담'…"시간 벌었다"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1-11 06:02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EU가 의료기기 신규 규정(MDR)의 전환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오는 2024년 5월까지 신규 인증을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그간 고심해 왔다. 특히 EU 시장은 국산 의료기기 수출 시장 중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업계의 부담감은 그간 상당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의 MDR 연장 소식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부담을 던 모습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최근 신 의료기기 규정(MDR: Medical Device Regulation) 도입 관련 전환 기간을 몇 년 연장할 것을 EU 이사회와 EU 의회에 채택했다.    

2017년 발효한 MDR 규정은 20년간 적용된 의료장비지침(MDD)을 대체하는 것으로, 지난 2021년 5월부터 적용됐다. 

약 50만 종의 의료장비에 MDR 규정에 따른 재인증 의무를 부여했지만, 오는 2024년 5월26일까지 전환기간을 뒀다. 

하지만 MDR 적용에도 불구하고, 유럽 현지 인증기관 업무처리 역량 한계와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따른 각 기업의 준비 부족으로 그간 재인증은 지연돼 왔던 실정.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증 기관이 신청 작업을 따라갈 수 없어 신청서 처리에 최소 1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 시행이 2년 반이 지난 2022년 10월, 기존 인증서의 약 1/10 만이 갱신됐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해 4월 약 2만 종에 달하는 의료장비 기술인증이 MDR 규정에 따라 단기간에 완료되기 어렵다는 업계의 지적에 공감,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결국 EU 집행위도 재인증 지연에 따른 의료장비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인증 유예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장비 종류에 따라 재인증 기간을 연장키로 결정했다.

유예 기간은 장비의 종류에 따라 ▲페이스메이커, 힙 임플란트 등 고위험 장비는 2027년 12월 ▲실린지, 재사용 외과 수술장비 등 중저 위험 장비는 2028년 12월 ▲제3형(Class 3) 주문제작 임플란트 장비 등은 2026년 5월까지 재인증 완료 기간이 연장된다. 

국내 기업들은 한 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MDR 인증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서 아직 시도도 못한 업체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 중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경우 지난해 3월 MDR 인증을 취득했지만,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진통도 만만치 않았다는게 업계의 후문이다.

액트 김동율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2022 범부처 의료기기 제품화지원 거버넌스 2차 통합 포럼'에서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는 2년 이상 MDR 인증을 준비했지만, 현지 실사에서 160여개 코멘트를 받으며, 이 대응에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기기 업체 A 관계자는 "MDR 인증 전담 인력도 인력이지만, 인증을 위한 현지 실사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유예 결정으로 인증 준비에 보다 심혈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DR을 진행 중이었던 의료기기 업체 B 관계자는 "유럽 바이어 중 상당수가 기존 거래선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실적을 위해서는 인증은 필수"라면서 "MDR 유예가 최종 결정된 건 아닌 만큼,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집행위의 MDR 규정에 따른 의료장비 재인증 기간 연장은 추후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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