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인식 바꾸기 위한 여정‥'용어' 개정의 좋은 예

편견과 오해 깨려는 노력‥질환 이해도 높이고 진료 영역 혼선 방지
편견과 모멸감 제기된 '치매' 용어도 개정 위한 움직임 개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1-17 11:0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기 위해 과감하게 '용어'를 변경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치매용어 개정 협의체를 통해 1최 회의를 진행했다.

치매 용어는 'dementia(정신이상)'라는 라틴어 의학용어의 어원을 반영해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를 사용한다. 일본에서 전해 받은 해당 한자어를 우리 발음으로 읽어 사용하고 있다.

치매 용어 변경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항이다. 치매라는 용어가 질병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 및 가족에게 불필요한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는 이유였다. 이 연장선으로 치매 환자를 비하하는 '노망'이 사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대만은 2001년 실지증, 일본은 2004년 인지증, 홍콩과 중국은 2010년과 2012년 뇌퇴화증으로 치매 병명을 개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 치매 명칭 변경과 관련해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돼 왔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인지흐림증',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인지저하증'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신경인지장애'로 변경을 추진한 바 있다.

복지부는 치매 대체 용어에 대한 의료계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치매와 비슷한 이유로 질환 용어가 변경된 사례가 있다.

한 예로 '정신분열증'은 2011년 '조현병(調絃病)'이라는 이름을 결정하고, 2012년 병명을 개정하는 법령이 공표됐다. 정신분열병이란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었다.

조현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이다. 조현병은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럽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2014년에는 '간질(癎疾)'이 '뇌전증'으로 대체됐다.

미디어에서는 간질을 입에서 거품이 나오거나, 쓰러져 몸을 심하게 떠는 경련으로 나타내 부정적인 이미지가 컸다.

이에 대한뇌전증학회는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명칭을 공모했고 '뇌에 전기적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라는 의미로 '뇌전증'을 선택했다. 이는 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앤 사례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1형 당뇨병'에 대한 명칭 변경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 기능 문제가 생겨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다. 반면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 자체가 사멸돼 인슐린의 생성 자체가 안 되는 질환이다.

췌장 기능이 손상돼 있기 때문에 1형 당뇨병 환자는 평생 인슐린 투여를 해야 한다. 따라서 1형 당뇨병이 중증난치성질환이라는 직관적인 개념을 넣어 '췌장장애' 등의 용어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당뇨병학회는 1형 당뇨병의 용어 변경으로 경증질환인 2형 당뇨병과 구분 짓고, 관련 보건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