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센터' 유무, 생존율과 밀접한 관련‥지역 내 '접근성' 중요

지역 사회 내 의료 접근성, 환자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
센터 지정에 앞서 의료기관의 '진료서비스' 수준 고려, '인력 확보'는 필수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4-22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심뇌혈관질환'.

2021년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는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2025년까지 70개소 지정하겠다는 정책이 포함돼 있다. 지역 센터가 늘어나면 그만큼 환자 접근성이 좋아져, 사망률이 감소될 것이란 시각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 심뇌혈관질환센터 접근이 취약한 진료권의 평균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접근성과 심뇌혈관질환 사망비의 연관성'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신속한 대처와 치료는 환자의 생존율과 예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지역 사회 내 의료 접근성은 환자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08년부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선정 및 설치 사업을 시행해 심뇌혈관질환 응급치료, 조기 재활 등 지역별 전문치료 거점병원을 육성했다.

또한 전국 어디서나 심뇌혈관질환 발생 시 3시간 이내 진료체계를 구축해 지역 사회 보건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2022년 서울을 제외한 15개 권역에 지정돼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내 심뇌혈관질환 치료성과 향상, 높은 자체충족률(Relevance Index, RI), 사망률의 격차 감소 등에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심뇌혈관질환 인프라와 응급 대응 체계의 지역 간 격차가 있었고, 환자 수와 골든타임(2~3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심뇌혈관질환 대응에 한계가 존재했다.

일각에서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지정 효과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18년 제1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2018~2022)에서 '지역 생활권 중심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구축 및 운영'을 제시했다. 2021년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에서는 '70개 중진료권별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 지정 및 육성'을 발표했다.

다만 지금까지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의 지정 기준 설정을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됐으나, 센터의 지정과 진료권별 사망률이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한 연구는 부재했다.

연구팀은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써 기능하기에 적정한 수준의 의료기관을 정의하고, 전국 단위에서 그 분포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지역 심혈관·뇌혈관질환센터는 대체로 특·광역시 등 대도시에 밀집해 분포하고 있었다. 반면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남도 등은 타 시도 대비 기관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울러 연구팀은 지역 심혈관질환센터 128개소와 지역 뇌혈관질환센터 121개소를 대상으로 60분 이내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 분석을 실시했다. 

의료취약지 분석 조건 중 하나는 접근성 취약도 30% 이상인 지역이다. 연구팀은 이를 차용해 취약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중진료권을 취약지로 선정했다.

분석 결과, 총 11개의 취약 진료권이 추려졌다.

강원도에서는 영월권, 동해권, 속초권이 취약지였다. 충청남도에서는 서산권과 홍성권, 전라북도가 남원권으로 꼽혔다. 전라남도는 해남권과 영광권으로 2개, 경상북도가 상주권으로 1개, 경상남도는 통영권과 거창권으로 나타났다.

1시간 내 심혈관센터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거창권(91.2%)이었다. 뇌혈관 분야에서도 거창권(91.6%)이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영월권, 속초권, 해남권, 통영권 등이 있었다.

심혈관질환 사망비는 접근성 취약지가 1.51, 접근성 비취약지가 1.08로 취약지의 사망비가 높았다. 뇌혈관질환 사망비도 접근성 취약지가 1.54, 접근성 비취약지가 1.09였다.

연구팀은 센터 지정에 앞서 의료기관의 진료서비스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심뇌혈관질환은 필수중증의료인 응급·외상·심뇌의 한 분야로서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접근성과 더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의료기관의 진료서비스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은 "전국을 70개의 중진료권으로 구분했을 때 모든 중진료권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수준의 의료기관을 배치한다면 효과성 측면에서는 최고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효율성 측면과 인프라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 권역, 지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의 기능 및 역할을 정립, 주요 환자군, 필요 인프라 등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연구팀은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는 70개의 중진료권에 지역 센터 설치 가능 여부를 냉정히 판단하길 요청했다.

연구팀은 "실제 취약지로 분석된 11개 지역은 종합병원이 소재하고 있지만, 현재 지역 센터로 지정하기에는 해당 소재 의료기관의 역량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러한 지역 소재 의료기관을 센터로 기능하게 하려면 신규 종합병원을 설립하는 정도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아쉽게도 배후 인력이 부족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현재 접근성 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인프라 구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혹은 현재의 환자이송시스템 개편을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 심혈관질환센터, 지역 뇌혈관질환센터가 지정될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료 인력 확보 부분이다.

이러한 의료 인력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수한 진료서비스를 담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직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연구팀은 "실제로 지역 센터에서 시술 능력을 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당직 전문의가 부족해 중증도와 상관없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환자가 이송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은 "현재 분류된 11개 진료권에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우수한 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11개 진료권의 응급기능을 강화하거나, 혹은 닥터헬기 등 환자 이송을 신속히 할 수 있는 체계 개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필수중증의료라고 정의하고 있는 응급, 외상, 심뇌혈관질환 센터의 지정은 지역 내 여러 기관으로 배치하기보다 동일한 기관에서 대응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즉,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심혈관질환센터 및 지역 뇌혈관질환센터의 지정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연구팀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지역 심혈관질환센터, 지역 뇌혈관질환센터의 기능 및 역할을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기관 분류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제9조 심뇌혈관질환센터의 지정에 종합병원을 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을 뿐이다.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 제시하는 기능상의 중앙-권역-지역으로 구분된 센터 분류에 따른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의 구분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서 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한정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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