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소화·건보 정보 제공‥민간보험사 수혜 정책에 반대 여론 커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모두 민간보험사 이익이 우선"
협의나 합의 없이 진행돼 불만 커지는 중‥의견 대립 심화될 듯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18 12: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오랜 실랑이를 벌였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14년 만에 한걸음을 내딛게 됐다.

이와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방대한 공공의료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게 제공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놓고 노동·시민단체들과 의료계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민간보험사가 수혜를 입는 정책과 제도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다.

약 4천만 명의 국민이 가입돼 있는 '실손 의료보험'은 아주 오래도록 '구식'의 방법으로 청구를 해야 했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직접 병원이나 약국에서 종이 진단서와 세부 내역이 담긴 영수증을 발급받아 하고, 이를 우편이나 팩스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소액의 경우 청구를 하지 않는 사례도 늘어났다.

이에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하기도 했으나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14년 만에 실손보험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종이 서류 없이 병원에 요청하면 바로 전산을 통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다. 의료계, 병원계, 환자단체가 우려와 비판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국민 편의보다 민간보험사의 이익이 우선되는 법안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결국 보험사 지급 거절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환자 개인정보 보안을 담보할 수 없는 불완전한 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국민 진료 정보 보호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국민 편의를 실질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진정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지금이라도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들도 진료 내역이 민간보험사로 넘어갈 경우,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특히 중계기관으로 논의되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외됐으나, 이 자리를 보험개발원이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개발원의 경우도 보험사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이 반대 여론에 불을 지피는 상황은 또 발생했다.

지난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으로 '건강보험자료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개최했기 때문.

2000년 일명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 처리한 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심평원은 2021년 보험사에게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으나, 건보공단은 보험사의 공공데이터 악용 우려로 인해 아직 개방하지 않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강력하게 정보 제공 행위를 반대해 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해당 토론회는 개인 정보를 민간보험사에 넘겨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민간보험사들은 건강보험 자료를 공익을 위해 활용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상품 개발 및 과학적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의 악용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민간보험사에 공공데이터를 넘겨주는 것 자체가 공익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애초 보험사는 영리 추구 기관이다. 보험사가 개인의료정보를 취득해 공익 목적 사업이나 자선사업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보험사들에게 유리한 상품 개발 및 보험 가입 거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민간보험사에게 자칫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며, 가입자의 보험 가입 거절 또는 자의적인 보험료 인상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는 것.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는 진료 정보 및 자격 관리, 건강보험료와 관련한 납세, 재산, 소득, 의료, 가계 등 개인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및 민간보험사에게 건보 자료 제공 등이 논의되면서, 민간보험사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뻔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합의가 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된 제도와 정책은 결국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