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일본도 적극적인데‥'개인의료데이터', 국내 활용은 정체기

대만의 'MediCloud', 일본의 '전자약수첩' 등 진료·검사 기록 및 복약 이력 통합 관리
우리나라도 '나의건강기록' 앱 및 국가적 개인의료데이터 중계시스템 구축
개인의료데이터 시스템 진료 시 활용 독려하는 홍보와 제도적 보완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7-11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개인 전자 의료데이터'는 다양한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진료, 검사 기록 및 복약 이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전자 개인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진은 임상 진단 및 치료, 처방 등 진료 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반복 검사나 중복 투약으로 인한 의료비나 잠재적인 건강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다.

통합적인 검사 결과 등의 공유는 진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경우 검사 결과 복사 등의 행정 비용을 절약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자원 낭비를 줄인다.

이러한 정보를 환자에게도 제공한다면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복약 이력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치료 순응도 및 자기 관리 또는 자기 효능감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개인 의료데이터의 통합 관리가 가능해졌음에도 이에 대한 활용은 아직 활발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대만은 '건강보험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 사용률이 약 90%이며, 더 많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참여를 위한 설명회 등의 홍보를 꾸준히 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진료 시 환자 의료정보에 대한 실시간 조회를 권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에게 인터넷 네트워크 지원금을 비롯해, 의료정보 업로드에 따른 보상금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전자약수첩'을 통해 환자 또는 다른 의료진에게 복약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약제 복용관리 지도료나 약제 정보제공료를 보상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HIRA 이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인 의료정보 제공 시스템'에 따르면, 대만의 중앙건강보험청(中央健康保險署, 이하 건강보험청)은 2012년 7월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의료기관이 환자의 과거 복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에는 복약 이력 뿐만 아니라 복약 기록, 검사기록 및 결과, 수술 기록, 치과진료 기록, 약물 알레르기 기록, 특정 약물 부작용 기록, 재활 기록, 퇴원 요약과 예방접종 기록 등 총 12가지 범주의 환자 의료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건강보험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NHI MediCloud System)'을 구축했다. 

2018년에는 CT, MRI, X-ray, 초음파, 위·대장내시경 등 의료 영상도 업로드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의사는 의료기관에서 진료 시 실시간으로 환자의 의료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대만은 2018년 5월부터 환자의 의료정보를 양방향 정보교류 모델로 확대해 의료진이 약물 부작용, 의료영상의 품질, 약물 알레르기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건강보험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에 중복 처방, 약물 상호작용과 알레르기 알림 기능을 장착했다.

대만의 건강보험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은 외래 진료 환자의 개인정보, 진료기록, 지정 의료기관의 검사 결과 등을 수집하고 통합한다. 더불어 보안을 위해 개인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고 가족에 한해 사용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일반 국민이 진료실에 자신의 건강보험카드를 삽입하면 의사 또는 약사가 15초 이내 복약 기록을 비롯한 외래진료 기록, 검사기록 및 결과, 수술 기록 등 최근 환자의 의료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환자의 서면 동의가 있다면 진료 기록, 복약 기록을 지정 의료기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이를 원내 의료정보시스템과 연결해 환자의 약물상호작용 비교, 약물 알레르기 이력, 이상 반응 기록 수집과 조회 등 추가 분석이 용이하다. 

이외에도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해도 연속성 있는 진료를 할 수 있으며, 지역 약국의 약사가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된다.

대만의 건강보험청은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의료이력 시스템을 활용한 건강보험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발표회' 등을 개최하고,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 언론보도 및 행사 등을 이어가는 중이다.

2018년부터는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 조회나 업로드를 위한 인터넷 네트워크 지원금 등과 의료정보 업로드에 따른 보상금으로 구분해 건강보험 예산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대만의 전체 건강보험 의료기관의 93%가 이를 적용했고, 검사 결과와 영상·병리검사보고서 업로드율은 2018년 전체 평균 79%와 60%에서 2020년 83%와 73%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일본에서는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의 일종으로 환자의 약 복용 이력을 '수첩'에 기재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는 의사와 약사가 환자의 복용 이력을 확인하게 해 필요한 의약품을 처방 또는 제제함으로써 약물 간 상호작용의 방지나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약수첩을 종이로 보관하면 손상되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전자약수첩'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전자약수첩은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때문에 휴대성이 높아 진찰 시 잊지 않고 소지할 수 있다. 데이터의 저장 용량도 커 장기간 복용 이력 관리가 가능하며, 복용 이력 이외에도 운동 기록이나 건강 진단 이력 등 건강 정보도 관리할 수 있다.

전자기기 사용이 어려운 어린이나 노인 등의 경우 약 정보를 보호자의 약수첩에서 관리할 수 있다. 앱에 따라 복용 시간을 알려주는 약 알람이나 근처 약국 검색, 혈압·맥박·혈당치·체온 등 일상적인 건강정보를 입력하는 건강관리 기능도 갖춰져 있다.

한 명의 환자가 여러 개의 종이 약수첩을 소지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회사에 따라 여러 개의 전자약수첩을 가질 수 있다. 이는 표준데이터 포맷을 통해 서로 호환이 가능하다.

일본은 약사나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수첩에 근거해 약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약제 복용관리 지도료나 약제 정보 제공 진료료를 보상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전자약수첩을 사용한 경우에도 약제 복용관리 지도료 등을 인정하며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2019년 후생노동성 조사에 의하면, 일본 약국의 전자약수첩 또는 전자 약 이력 보급 시스템의 보급률은 78.6%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인 의료 데이터에 대한 활용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개인 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전략 추진계획'에 따라 2021년 2월에 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등 공공기관별로 산재돼 있던 건강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나의건강기록' 앱을 출시했다.

2022년에는 개인 건강데이터(혈압, 혈당, 식이, 운동량 등)나 유전체정보까지 포함한 개인 의료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국가적 개인의료데이터 중계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로써 공공기관 의료데이터, 의료기관 진료데이터, 개인 건강데이터 등을 포함하는 개인 의료데이터의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인 의료데이터가 잘 활용되려면 전자시스템의 구축 이외에도 의료기관과 국민들의 참여와 활용을 독려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대만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국가적 개인의료데이터 시스템이 국민의 의료 질 향상과 건강관리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진료 시 활용을 독려하는 홍보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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