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관리 위해 병리진단, 디지털 전환해야…문제는 수가"

전문가들 "디지털병리 구축해야 암 검사 효율성 증대" 한 목소리
한혜승 이사장 "보험수가 제정 등 제도적 환경 조성에 최선"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7-19 19:57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최적의 암 관리를 위해 아날로그 방식의 병리진단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위해 디지털병리를 구축하는데 드는 고가의 초기비용 보전과 수가 지급을 통한 지원정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9일 서울 강남 루닛 본사에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이경분 병리과 교수는 우선 디지털병리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환자가 10년 전, 20년 전 암이 재발한 경우 새로운 암인지 전이인지를 조직검사를 통해 감별해야 한다. 그 병리 진단에 따라 환자 암 치료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

하지만 과거 병리 검사 시 제작했던 유리 검체 슬라이드가 남아 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검체에 변형이 생긴다는 것.

또한 장소의 제한으로 인해 슬라이드를 기관 외부에 보관하는 경우 이를 회수하는데 1주일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이경분 병리과 교수
반면 디지털병리는 진단용 고해상도 현미경 이미지를 자동 촬영해 한 개 슬라이드를 한 개 디지털 파일로 생성하므로 장기적 보관이 가능하고, 장소·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디지털병리는 여러 장소에서 시간과 무관하게 접근 가능해 불필요한 검사 지연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실제 스캔 추가 업무에도 전체 검사 시간 및 판독 시간은 감소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디지털병리 도입 후 검사 총 평균 시간은 12시간 감소했다"면서 "판독시간은 14시간 정도 감소하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입장에서는 중복 검사를 방지해 간접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병원은 업무효율화와 비용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병리과 교수는 국내 병원 10곳 중 6곳은 디지털 전환 시도를 못하는 현실이라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초기비용과 수가를 꼽았다. 특히 디지털병리는 새로운 신의료기술행위로 인정받지 못해 수가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것.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병리과 교수
정 교수는 "검사 후 환자에게 제공되는 건 병리 결과뿐이므로, 검사 과정은 병원이 디지털화하든,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든 병원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디지털 전환 구축에 오롯이 병원이 비용 부담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지털병리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AI 진단 소프트웨어가 기존수가에 묶여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카테고리A와 카테고리B로 분류돼 기존급여를 받고 있다"면서 "별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진단능력이 향상돼야 하는데, 여기서 더 발전하기란 쉽지 않다. 즉, 디지털병리에서 새로운 수가가 만들어지는게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디지털병리는 동떨어진 한 개의 과가 아닌 병원 시스템이 다 연관돼있기 때문에 진료 서비스 향상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제일 기본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책간담회의 좌장을 맡은 대한병리학회 한혜승 이사장은 "디지털병리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지만 고가의 초기비용과 수가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번 간담회를 첫걸음으로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위한 보험수가 제정 등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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