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형 디지털병리 서비스, 디지털 전환 앞당길까

한국로슈진단, 업계 최초 구독형 디지털병리 솔루션 출시 
제주한라병원에 구독서비스 첫 공급…17일 서비스 오픈
중소병원 기술 도입 확산 기대되지만, 수가 체계 마련 절실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07-20 06:01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디지털 병리진단 전환에 있어 의료현장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스템 도입을 위한 새로운 시도 역시 이뤄져 주목된다.
 
산업계가 디지털병리 의료기관의 부담을 낮추고 디지털병리의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 모델을 출시하면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로슈진단은 업계 최초로 다학제진료, 빅데이터를 통한 AI 연구개발 등 병원 또는 연구기관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일정한 기간 동안 디지털병리 솔루션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구독 서비스는 단순 장비 구독이 아닌 조직 염색과 스캐닝부터 알고리즘 분석까지, 병리 진단의 전 과정에 걸쳐 구성된 포트폴리오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 

최근에는 처음으로 도입 의료기관이 탄생하기도 했다. 제주한라병원은 지난 6월 해당 디지털병리 구독서비스를 설치하고 7월 17일 정식 오픈했다.

제주한라병원에 설치된 한국로슈진단의 장비는 디지털스캐너(VENTANA DP200)와 분석 소프트웨어(uPath), 분석알고리즘 2가지(Ki67 , HER2 SISH ) 패키지다. 

VENTANA DP200은 트레이 스캔 방식으로 6장의 슬라이드가 장착 가능한 소형 슬라이드 스캐너다. 

스캐너에 내장돼 있는 색보정(color management) 기능으로 현미경으로 보는 것과 유사한 색감 및 품질을 구현한다. 스캐너를 통해 분석한 데이터는 uPath 소프트웨어의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을 이용해 판독업무를 보조한다.

이러한 구독형 디지털병리 시스템 구축에 제주한라병원 의료진들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 병리진단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반해 관련 전문 인력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병리학회에 따르면 국내 조직병리 진단 건수는 2022년 약 960만 건, 국내 세포병리 진단 건수는 2018년 1000만 건을 시행했다. 

즉, 한 해 이뤄지는 병리진단 건 수는 약 2000만 건이 시행되지만, 국내 병리의학 전문의는 약 1000명에 그친다. 

그럼에도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디지털병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꾸리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제주한라병원 병리과 고영혜 과장은 "병리과는 연구 및 환자 진료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진료 과임에도 불구하고 중소병원에서는 디지털 병리의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빠른 기술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며 "구독형 디지털병리 장비 도입으로 의료진의 편의성을 높이고 보다 정밀한 환자 맞춤형 진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학계에서는 현재 디지털병리가 새로운 의료 행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확산 장애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디지털병리 전환을 위해서는 수가 제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병리과 교수는 19일 열린 디지털병리 정책간담회에서 "검사 후 환자에게 제공되는 건 병리 결과뿐이므로, 검사 과정은 병원이 디지털화하든,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든 병원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디지털 전환 구축에 오롯이 병원이 비용 부담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서는 디지털병리 유지를 위해 의료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적절한 수가 체계가 마련되면 중소 병원에서도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디지털병리란 세포와 조직의 현미경 검경을 위해 사용하던 유리 슬라이드를 고배율의 이미지 정보를 유지한 상태로 스캔해 디지털 파일로 전환,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병리학적 평가를 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슬라이드와 현미경을 활용하던 아날로그 방식에서 워크플로우를 대폭 간소화해 인공지능 기반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병리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약 12억7764만 달러(약 1조535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서버 구축 비용과 초기 세팅 비용이 너무 높은 데 비해 아직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보급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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