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사각지대'‥제한적 급여·소아청소년 관리 한계

비만 치료제 비급여, 비만 수술 후 유지 및 관리에 있어 정책적 관심 부족
소아청소년 비만은 최대한 빨리 적극적으로 개입해야‥시스템 구축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08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만은 만성질환이다." 대한비만학회가 오래도록 정부 측에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학회의 여러 노력 끝에 국내 비만 치료에는 변화가 있었다.

2019년 1월 1일부터 비만대사수술이 급여권에 들어왔으며, 차세대 치료제들이 국내 도입되며 비만 합병증 예방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적절한 비만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논의'에서 대한비만학회는 이런 변화 속에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각지대'를 문제 삼았다. 바로 제한적인 급여로 돼 있는 비만 치료법과, 소아청소년 비만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이다.

학회는 최근 우리나라의 고도 비만 및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의 빠른 증가 패턴을 볼 때, 우리나라가 비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10년 내지 20년 이내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 전망했다.

◆ 비만, '지속적인 관리' 개념으로 접근해야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나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가진 2단계, 3단계 비만인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적절한 치료가 제공돼야 하는데, 치료 수단의 비용과 접근성 측면에서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비만 치료는 꾸준히 발전해 비만대사수술이나 차세대 비만 치료제들과 같이 강력하고 효과적인 생물학적 도구를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강력한 치료법을 통해 상당히 많은 비만 합병증의 회복이 가능해졌다. 추후 개발될 비만 치료제들을 이용함으로써 비만 합병증을 탈출할 정도의 체중 감량도 기대되고 있다.

다만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의 비용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어 접근성에 제한이 있다. 특히 비만 치료제는 부유한 계층이 더 많이 사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비만대사수술이 2019년 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비만수술은 가)체질량지수(BMI)가 35kg/m² 이상이거나, 30kg/m² 이상이면서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고혈압, 저환기증,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비알콜성지방간, 위식도역류증, 심근병증, 관상동맥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 가뇌종양) 나)기존 내과적 치료 및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27.5 kg/m2 ≤ BMI < 30 kg/m2인 제2형 당뇨환자에게 위소매절세술 및 비절제 루와이형 문합위우회술을 시행하는 경우(이 경우 선별급여로 본인부담률 80% 적용)에 급여가 된다.

이외에도 18세 이상이거나 뼈 성장 종료 확인 시, 비수술적 치료로도 효과를 얻을 수 없는 비만의 조건에 해당돼야 한다.

그러나 그 외 비만 환자의 진료, 합병증 평가를 위한 검사, 교육, 약물 치료는 모두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 김성수 회장은 "우리나라는 비만 수술 후 유지 및 관리에 있어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비만 환자 체중 관리 위해서는 수술 전·후로도 체중이 재증가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당장 차세대 비만 약제를 급여로 쓸 수는 없지만 초기 체중 20% 감량할 수 있는 치료가 가능한 시대에 돌입했다. 고도 비만 환자에게 있어 보험 적용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소아청소년 비만', 결국은 미래에도 영향

대한비만학회는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율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우리나라는 소아청소년 비만과 더불어 청소년 고도 비만이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국내외 여러 진료 지침에서도 소아청소년 비만은 최대한 빨리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홍용희 이사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다. 비만한 소아청소년은 높은 확률로 비만한 성인이 되고 20-30대 젊은 연령, 심지어 10대에서 이미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열등감, 우울증, 부정적인 자아관 등의 정신심리적 문제, 교우 관계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청소년 연령이나 젊은 청년에서 비만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면 굉장히 긴 시간이 소요되며, 이로 인한 국가 의료비 증가까지 예상되고 있다.

홍 이사는 "가장 활발히 사회 생활을 하는 젊은 청년 연령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신 건강 문제도 높은 확률로 동반된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비만 예방과 적극적 관리 및 치료가 필수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학회는 심각한 저출산 국가에서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할 수있는 성인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는 "건강한 소아청소년으로 관리해 건강한 성인이 되게 하는 것은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다. 이미 비만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로 성인이 되면 때는 너무 늦다. 현재 의료 체계에서는 여러 가지 장벽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비만학회는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와 만나 해당 내용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김종화 과장은 "비만 치료와 관련한 급여는 어느 정도 보장이 돼야 장기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학회가 순차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으나 사회적인 여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회는 비만을 병이라고 하지만 사회는 비만을 미용 성형과 혼동하고 있다. 이 간극을 줄여가되 정책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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