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치료비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유전장수(有錢長壽), 무전단명(無錢短命)'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의 쓴소리에 유방암 환자들은 기대감을 가졌다.
강 의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여성 암환자가 남성 대비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혁신 약제라고 불리우는 여성 암치료제들의 급여가 발목을 잡으면서 환자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강 의원은 "고가의 비용으로 환자들이 쉽게 사용하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중증질환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강 의원은 여성 유방암에 주목했다. 전체 여성 암환자 중 유방암 환자는 2020년 24만2945명, 2021년 26만2839명, 2022년 28만1114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다른 암에 비해 환자 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은 90%이고 4기의 경우 34%로 급감해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유방암 치료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유방암은 단일질환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양 특성에 따라 치료 접근법이 다양해진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유방암은 HER2 수용체 양성 여부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여부를 기준으로 치료의 흐름이 나뉜다.
이 가운데 HER2 양성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20~25%에서 발견될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유방암은 암 세포의 표면에 성장 촉진 신호를 전달하는 HER2가 비정상적으로 과발현된 형태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세포 증식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방암 보다 재발 위험이 높다. 현행 수술 후 보조요법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10년 내에 재발을 경험하고 있어, 아직까지 미충족된 의학적 요구가 큰 치료 분야다.
이 맥락에서 한국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2022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엔허투는 효과적으로 HER 양성 유방암의 재발 치료를 담당한다.
DESTINY-Breast03 임상시험에서 엔허투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항 HER2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 28.8개월을 기록했다. 트라스투주맙엠탄신(T-DM1)은 6.8개월로 무려 22개월이나 차이가 났다. 주요 2차 평가 변수인 전체생존기간(OS)은 엔허투 군이 T-DM1 투여군에 비해 사망위험을 36% 감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와 한국유방암학회 가이드라인 모두 HER2 양성 2차 치료로 엔허투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 엔허투는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엔허투는 작년 국내 허가 심사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온 뒤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 2월엔 건강보험을 촉구하는 청원이 게시된 후 사흘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달성했다.
지난 3월 제2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는 엔허투의 급여기준 설정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한국다이이찌산쿄 측에 추가 자료 보완을 요청하며 재논의를 결정했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엔허투의 빠른 급여 통과를 위해 보완 자료를 신속하게 준비했고, 추가적 위험분담제(RSA)까지 고려하는 등 재정 부담 절감을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했다. 엔허투는 약가도 전 세계 최저가 수준으로 제시(23년 4월 기준)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엔허투는 지난 5월 제3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이전에 한 개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다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이 남았다. 현재 한국다이이찌산쿄는 경제성평가 소위원회에 여러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나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는 급여에 환자들의 애간장이 타고 있는 상태다.
'삼중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도 치료제 급여가 정체 중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HER2-수용체가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호르몬 치료나 트라스투주맙 기반 요법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TNBC 환자들의 치료 옵션은 대부분 20~30년 전 출시된 세포독성 항암요법으로 제한돼 있었다.
게다가 TNBC는 주로 사회적·경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30대 이하 여성에게서 발생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임상 양상이 공격적이어서 사망하는 환자가 많은 편에 속한다. 또한 다른 유방암 아형 대비 재발률과 사망률, 내장 기관 전이 비율이 높다.
이와 관련 한국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2021년 7월 'PD-L1 발현 양성(CPS≥10)이며,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 TNBC 환자의 1차 치료', 그리고 2022년 7월 '고위험 조기 TNBC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허가를 받았다.
KEYNOTE-355 임상에서 키트루다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9.7개월로 화학요법 5.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위험을 35% 감소시켰다. 생존기간은 23개월로 화학요법 16.1개월 대비 사망위험을 27% 감소시켰다.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은 2020년 1월 'PD-L1 발현 비율 1% 이상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전이성 TNBC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IMpassion130 임상연구에서 티쎈트릭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7.4개월로 화학요법 4.8개월 대비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38% 감소시켰다. 생존기간은 25.4개월로 화학요법 17.9개월 대비 사망위험이 31% 감소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PARP 억제제 '린파자(올라파립)'는 올해 2월 '전이성 gBRCA 변이 HER2-음성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과 2차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OlympiA 3상 연구에서 린파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7.0개월로 대조군 4.2개월 대비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 42%가 감소했다. 생존기간은 19.3개월로 대조군 17.1개월 대비 사망위험을 10% 감소시켰다.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는 TROP-2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올해 5월 허가를 받았다. 트로델비는 '이전에 두 번 이상 전신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mTNBC 성인 환자의 치료(2차 이상)'에 허가를 받은 약물이다.
ASCENT 3상 연구에서 트로델비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4.8개월로 의사가 선택한 항암화학요법(TPC)을 실시한 대조군 1.7개월 대비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57% 감소시켰다. 생존기간은 11.8개월로 대조군 6.9개월 대비 사망위험은 49% 감소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새로 도입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제 모두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임상에서 확실한 임상적 혜택을 입증했음에도 급여가 안되거나, 급여 문턱에 가로막혀 시판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업계에 의하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중 '키트루다'와 '트로델비'가 급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트루다는 급여 확대 신청서가 제출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검토 중이며, 트로델비도 신규 등재건으로 신청이 완료됐다.
독자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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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파자***2023.10.29 12:00:29
린파자 1차 치료도 급여가 2년 밖에 적용이 안되어서 금전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지속적인 치료가 적용될수 있도록 신경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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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2023.10.28 22:03:33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인식하고 엔허투의 보험 급여를 신속하게 진행하여야 한다.
신속한 심사를 촉구한다. 1차 항암제 내성이 생겨서 신약을 투약 받아야 하는데.. 환자들 죽고 난 후에 급여되면 뭐하나?
민주당은 민생 말로만 하지 말고 이런 어려운 사람들의 민생을 발굴하여 챙겨야 한다.이재명 살리는데만 정신 팔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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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2023.10.13 12:10:00
삼중음성유방암 판정받고 다음주 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ㅡ제발 빨리 통과 되어서 치료비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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