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 징계 직원에 월급 90% 지급한 건보공단‥"무노동 동일임금"

권익위, 지난해 정직 징계 직원에게 임금 미지급 권고
건보공단, 정직 징계 받은 직원 36명에게 2018년 이후 약 4억 4천만 원 지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17 16:2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30대 직원 A씨가 본인이 처분받은 정직 3월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1월 지사에 근무하는 여직원과의 술자리에서 허리를 감고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 더불어 '만져 보니 별거 없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정직 징계 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 규정에 따라 A씨에게 정직 기간 동안 매월 평소 임금의 90% 수준의 금액이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공직유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성희롱,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의 정직 기간 동안 총 4억 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을 포함해 공직유관단체장 전체에게 '공직유관단체 징계처분의 실효성 강화; 제도개선안'을 권고한 바 있다. 

이 제도개선안은 '정직 처분을 받고 직무에서 배제된 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은 징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정직 기간 중 임금 지급 금지를 명문화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무원의 경우 정직 기간에는 임금을 전액 삭감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표준 취업규칙(안) 및 행정해석에서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정직 기간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재근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37개 공직유관기관을 분석한 결과, 2023년 6월 기준 34개 기관이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갖추고 있었다. 이 중 24개 기관은 국가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안이 나온 2022년 이후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 공직유관기관 3곳은 여전히 정직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나마 국립중앙의료원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정직 직원에게 원래 임금의 3분의 1 수준을 지급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에는 원래 임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했다.

2018년 이후 2023년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정직 처분을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36명으로 집계됐다. 건보공단은 이들에게 총 4억 4천만 원 넘는 임금을 지급했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A직원은 ○○기관에 근무할 당시 채용 과정에 절차를 위반해 개입하고 특혜를 제공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정직 2월이 처분됐다. 

이 기간 동안 B직원이 받은 총 임금은 1408만 2560원으로, 정직 처분을 받고도 매월 700만 원 넘는 돈을 받았다. 

또 다른 C직원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성적 수치심 등이 들게 하는 행위를 해 정직 3월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 기간 동안 B직원에게는 1870만 3320원의 임금이 지급됐다. 

직무관련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 등을 수수해 정직 3월 처분을 받은 D직원도 총 1552만 6950원의 임금을 챙겼다.

인재근 의원은 "성비위, 음주운전, 금품수수, 개인정보 유출 등 각양각색의 비위행위로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기존과 비슷한 임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정직 처분이 '무노동 동일임금'의 기회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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