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마지노선과 엔스프링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2-04 06:00

흔히 '최후의 보루'란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마지노선. 하지만 유래는 정반대다. 

마지노선은 프랑스가 1930년대 국경 최전방에서 외세 침공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펼쳐진 서부전선이 참호전 형태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즉, 마지노선은 사실 '최후'가 아닌 '최선'을 위한 방어체계인 셈이다. 

물론 독일군이 마지노선이 아닌 벨기에 국경을 우회하면서 프랑스는 점령 당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전선을 벨기에 지역으로 국한시키면서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마지노선 얘기를 꺼낸 이유는 로슈 '엔스프링' 급여화 때문이다.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NMOSD) 치료제 엔스프링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12월 1일부터 3차 이상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게 됐다.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허가 약제 중 최초로 급여를 적용받는다는 점에선 참 다행일 터.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엔스프링의 주요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최근 2년 내 2번(최근 1년 이내 1번 포함)의 증상 재발이 있거나 '리툭시맙(Rituximab)' 주사제를 3개월 이상 투여했음에도 증상 재발 혹은 부작용으로 투여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로 한한다. 

즉, 리툭시맙을 한 번 거쳐야지만 엔스프링을 쓸 수 있다는 것. 문제는 리툭시맙은 시신경척수염에서 정식으로 쓰이는 치료제가 아닌 '오프라벨(허가 외 의약품)' 약제다.

또 1차나 3차 치료제로 쓰이는 아자티오프린이나 리툭시맙의 재발률은 10%~50%까지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은 시신경염과 척수염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또 발병 환자 절반 이상은 5~10년 이내에 시력소실과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의 보행장애를 경험할 만큼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환자 10명 중 8~9명은 반복적인 재발을 경험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이 한 번의 재발은 심한 신경학적결손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치료목표는 조기 진단 및 적극적인 재발 방지라는 게 의학계 소견이다. 

이 가운데 등장한 엔스프링은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재발 방지에 있어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은 신약이다. 

두 건의 엔스프링 글로벌 3상 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 환자군에서 면역억제제와 병용요법 시 10명 중 약 9명 이상, 단일요법 시 10명 중 약 7명 이상에서 약 2년(96주) 시점에 재발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해외에서는 엔스프링이 해당 질환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될 만큼 그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일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관용적 표현의 '마지노선'을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는 동안 국내 시신경척수염 환자는 국내 인구 10만명당 2.6명으로 2010년 0.75명에서 매년 상승 추세에 있다. 

재발 방지가 목적이 돼야하는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치료에서 급여기준이 너무 엄격하진 않은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 보험 재정 건전성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다면, 환자들은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