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진료체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복합만성질환자 계속 증가"

국내 아동 인구 감소‥그런데 의료기술 발달로 복합만성질환자 수와 점유율 증가
소아청소년 진료체계가 유지 및 강화되도록 국가적 노력이 적극 필요한 상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05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은 초저출산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에서 2022년 0.78까지 낮아진 상태.

그런데 소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해서 '소아 진료체계'가 위축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꾸준히 소아청소년 복합만성질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증도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소아 전문 진료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더 나아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다.

소청과 전문의는 계속 줄고 있으며, 전공의들도 여러 가지 위험 부담과 삶의 질을 따지며 소청과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 이 탓에 개원가에서 소청과 의원 폐업 소식은 줄을 잇고 있고 수도권 대학병원조차 소아응급, 중증 소아를 진료할 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의 극심한 외래진료 대기, 응급진료와 입원 진료 지연으로 인한 불편과 불안감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소아청소년 복합만성질환자 수 및 진료비의 변화: 2011-2021년 건강보험청구자료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아동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어린이병원이 체감하는 환자의 중증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유년기 생명을 위협하는 저체중 미숙아 또는 폐, 심장 등 선천성 기형 및 유전적 질환으로부터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과적 치료, 외과적 처치 증가로 경관 영양, 인공호흡을 하는 환자 수는 늘어났다.

덕분에 의학적으로 복잡한 건강 문제 또는 복합만성질환을 지니게 된 소아청소년 수는 증가했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 질환으로부터 생존율이 증가하자 소아청소년 환자는 장애를 가지고 오래 살게 됐고 의학적 취약성과 복잡성도 커졌다.

심평원 연구팀은 지난 10년간(2011-2021년) 소아청소년 복합만성질환(주상병 또는 첫 번째 부상병)으로 입원 또는 외래를 방문한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복합만성질환자 수는 2011년 34.5만 명에서 2021년 45.1만 명으로 10.6만 명 증가했다. 20세 미만 인구수는 동 기간 연평균 2.89% 감소했으나 복합만성질환자 수는 연평균 2.71% 증가했다. 소아청소년 인구에서 복합만성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3.04%에서 2021년 5.33%까지 높아졌다.

2021년 기준으로 6세 미만에서는 심혈관계 질환군 환자가 가장 많았으나 7-12세는 선천성 및 유전질환군 환자, 13-19세는 대사질환군 환자가 가장 많았다.

복합만성질환으로 반복 의료이용한 소아청소년 환자 수도 2011년 15.7만 명에서 2021년 22.9만 명으로 7.2만 명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3.83%. 이들이 전체 소아청소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39%에서 2021년 2.71%로 보고됐다.

수가인상률을 반영해 보정한 결과, 소아청소년 복합만성질환 진료비는 2011년 4757억 원에서 2021년 7685억 원이었다. 수가인상률을 반영하지 않았을 때 복합만성질환 진료비는 2021년 9153억 원이었다.

소아청소년 전체 진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0.43%였으나 복합만성질환 진료비는 4.91%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복합만성질환자 진료비 점유율은 2011년 12.34%였으나 2021년 19.11%로 조사됐다. 전체 환자 수가 감소한 2020년에는 복합만성질환자 진료비 점유율이 20.71%에 이르기도 했다.

복합만성질환자 입원진료비 점유율은 2011년 22.70%에서 2021년 입원 진료비의 30.59%까지 증가했으며, 2021년 기준으로 입원 진료비는 외래 진료비의 1.93배 높았다.

연구팀은 "의학적 복잡성을 가진 소아청소년은 기능적 제한으로 인공호흡, 경장영양 등이 필요하다. 더 많이 의사를 방문하고 입원을 해 입원 기간이 길다는 특성이 있으므로 진료비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의 아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나 복합만성질환자 수와 점유율은 증가 중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복합만성질환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연간 진료비 증가과 입원 진료비가 훨씬 더 높았다. 향후 입원 진료비를 중심으로 국내 복합만성질환 진료비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소아청소년 전문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꼽았다.

최근 정부는 소아청소년 진료체계를 필수의료로 규정하고 어린이병원 손실보상 방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광역 단위에서 중증진료를 담당하는 9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사업을 시작으로 소아청소년 진료체계가 유지 및 강화되도록 국가적 노력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며 "다양한 자료 및 방법으로 중증 또는 전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를 파악하는 연구가 시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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