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화된 의대 증원, 논리 싸움 무의미…여론전 맞서야

표 따라가는 정부…의대 증원 후폭풍 국민 이해도 높여야
젊은 의사 2020년 대비 무관심…의대협·대전협 역할 촉구도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1-08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확대 정책 저지를 위한 정부와의 논리 싸움은 무의미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이미 정치화된 만큼 논리 싸움보다 국민이 의대정원 확대에 뒤따르는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마음을 돌리는 여론전이 필요하다는 것.

6일 대한의사협회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 대한민국 의사의 미래 토론회'에서 의대생들은 이 같은 시각을 공유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과 토론에 나선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는 정부와 정치권이 의대정원 확대 필요 근거로 내세우는 응급실 뺑뺑이, OECD 의사 수 평균, 필수·지역의료 붕괴 등에 각각 반박했다.

우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려면 응급의료체계 전반 개선이 필요하다.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을 억제하고 비응급환자 상담을 위한 1339를 부활하고, 최종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에 대한 실시간 운영현황에 관한 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빌미로 총선 전략 차원에서 의대정원을 증원하겠다고 한다면 당장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해결 방안은 없이 15년 후 해법만 이야기하고 있는 전형적인 견강부회"라고 말했다.

박 법제이사는 "의사 수 부족의 가장 큰 지표인 의료 질을 평가하는 구조적 방법으로 '도나베디언(Do-nabedian)'이란 유명 학자는 구조, 과정, 결과 3단계로 평가한다. 구조는 의사 수, 과정에는 접근성이 포함되는데, OECD에 통계가 다 나온다"면서 "정부가 이런 통계를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 있나. 절대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박 법제이사는 또 "정부가 정말 필수의료에 관심이 있다면 필수의료 의사와 의료기관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제대로 근거를 갖고 얘기해줘야 한다. 현황이 어떤지 적자가 얼마나 나는지 아무런 데이터가 없다"면서 "정부 대책 내용을 보면 정확한 진단이나 수치가 없고 이렇게 하겠다 형식 뿐"이라고 비판했다.

의료현안협의체 간사를 맡고 있는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의대정원 확대 문제가 이미 정치적으로 변해 있다고 언급했다.

서 총무이사는 "23차까지 회의를 하면서도 접점이 찾아지지 않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변해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계가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협상장에 나가도 정부는 일단 숫자가 부족하다는 점과 여론을 내세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결을 위해선 의사와 의대생, 가족 등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며 "젊은 의사와 의대생이 함께 참여하며 국민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대생들도 논리로 싸워선 이길 수 없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자신을 본과 2학년이라고 소개한 의대생은 "정부는 표나 국민을 따라서 가기 때문에 논리가 없다. 논리가 없는 대상과 논리로 싸우면 질 수밖에 없다"면서 "표 싸움이라면 국민 이해도를 높여 국민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조선의대 이준혁 학생도 "정부 측에서는 필수의료 붕괴, 지방의료 붕괴, OECD 평균 꼴지 수준의 의사 수 같은 자극적 캐치프레이즈가 존재한다"며 "투쟁에서 이기려면 논리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의사 측에서도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 관심과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2020년에 비해 의대생도 전공의도 관심이 떨어져 있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나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젊은 의사 단체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제가 학생회장을 하면서 친구들이나 후배들한테 왜 의대 증원을 막아야 하는지 얘기해보면 논리를 잘 모르고 내일 당장 시험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관심을 증폭시켜야 할 것 같고 의대협이나 대전협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료계 논리와 주장에 귀를 닫는다면 강경한 투쟁밖에 방법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못한다는 건 잘못된 얘기다.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며 "그나마 집회라도 해야 의사들 얘기를 실어주는 게 언론이다. 얘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집회라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의사 없는 세상이 뭔지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정말 싫지만 의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세상이 10년 20년 갈 수 있다면 의사 없는 세상을 며칠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사들이 갖고 있는 간절한 호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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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2024.01.12 11:36:24

    가장 좋은 건 피부미용 관련된 것들을 '의료행위'로 독점하는 걸 풀어버리면 직빵입니다. 증원이랑 같이 독점 풀면 필수의료 문제들 바로 해결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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