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적정성평가, '시술' 영역 전무‥TACE와 국소치료 지표 필요

현재 공통지표 12개 중 수술 관련 지표가 6개로 시술과 관련된 지표는 없어
간세포암종의 특성상 수술보다 시술 비중 높아‥의료 질 개선 차원에서 시술 지표 개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12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에서 '간세포암종'은 폐암 다음으로 중증도가 높은 질환이다. 특히 가장 왕성한 생산 활동 연령층인 40-59세 사이에서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간세포암종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부담은 2015년 약 2조 7천억 원으로 모든 암 중 1위를 차지했다. 즉, 간세포암종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암 중 질병부담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 기존에 개발된 1주기 '간암 적정성평가'는 수술 사망률만을 분석해 공개했다.

2023년 2주기 1차 간암 적정성평가에서는 평가대상이 수술을 포함한 암 진료 전반이었고, 수술사망률, 재입원율과 같은 치료 성과 외에도 다학제진료와 같은 환자중심의 평가지표를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공통지표 12개 중 수술 관련 지표가 6개로 시술과 관련된 지표는 없다.

간세포암종의 특성상 수술보다는 시술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시술 영역 지표 개발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간암 적정성 평가 시술 영역 지표 개발 연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간세포암종의 치료는 열치료술이나 경동맥화학색전술과 같은 시술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심평원의 HIRA 빅데이터개방포털에 게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간암 환자의 수는 7만8196명이었으며 간암 관련된 치료의 건수는 2021년 기준으로 간절제 1만7128건, 열치료술 3713건, 혈관색전술 2만5683건으로 집계됐다.

2주기 1차 간암 적정성평가에서는 간절제술이 지표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지만, 향후 빈도가 높거나 중요도가 높은 치료에 대한 임상 질 지표 개발이 필요한 상태다.

연구팀은 "간세포암종 치료 중 시술 영역 지표는 환자의 치료 효과와 효율성 분석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며 의료기관별 질 향상을 위한 도구로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의료기관별 간세포암종 진료 시 질 지표 자료의 축적과 질 관리의 동기 부여를 제공하며 동시에 인센티브 제공의 근거 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표 입력, 환자 분류 등의 행정적인 부담을 최소화해 '경동맥화학색전술'과 '국소치료술'을 중심으로 국내 현실에 맞는 지표 및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의료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간세포암종의 진단 시 높은 병기, 간기능 저하 등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은 지표의 적용은 타당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오히려 질 지표를 준수하려는 노력으로 말미암아 임상진료 지침을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므로 타당성 있는 지표를 개발해 의료기관의 능동적인 진료 과정의 변화를 이끌고, 실질적이며 효과적인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지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간세포암종 환자의 유병률 및 사망률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경동맥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은 종양의 영양동맥으로 화학색전물질을 주입해 종양에 대한 항암화학효과와 선택적 허혈로 종양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리피오돌(Lipiodol)과 항암제를 혼합한 에멀젼(emulsion)을 사용하는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conventional TACE, cTACE)과 약물방출미세구(drug eluting microsphere, drug eluting bead, DEB)를 이용하는 방법(DEB-TACE)이 있다.

국소치료(local ablation therapy)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안정성과 유용성이 확인돼, 간세포암종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소치료는 원리 및 에너지원 등에 따라 고주파, 극초단파, 레이저와 같이 열을 발생시켜 고온으로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과 냉동치료술(cryotherapy)과 같이 극저온을 유발시켜 치료하는 방법, 에탄올과 같은 화학물질을 주입해 치료하는 방법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고주파열치료술은 고주파를 이용해 국소적으로 열을 발생시켜 고온으로 종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임상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에탄올주입술은 시술이 간편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으로 간세포암종 치료술로 사용돼 왔으나, 고주파열치료술과의 비교 연구에서 국소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이 낮은 결과들을 보여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극초단파열치료술은 조직이 가진 전도 특성의 제한을 받지 않아 조직 온도를 빨리 올릴 수 있다. 고주파열치료술에 비해 더 큰 소작 범위를 빨리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고주파열치료술과 비교한 연구에서도 생존율, 주요 합병증 발생률 등에 큰 차이가 없어 고주파열치료술의 대체 치료로 시행되고 있다. 

냉동치료술은 고주파열치료술과 유사한 생존율 및 합병증 발생률을 보이는 국소치료다. 다만 극저온을 유발하는데 시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큰 치료 범위를 만들기 어려워 여러 개의 탐촉자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고주파열치료술이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경동맥화학색전술의 경우 1) 경동맥화학색전술 중 활력징후 감시율 2) 경동맥화학색전술 중 항암제 사용량 준수율 3) 경동맥화학색전술 시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사용률의 3가지 지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표로 제안했다.

국소치료의 경우 1) 국소치료 시 시술과정 기록률 2) 국소치료 시술실 내 모니터 및 심폐소생술 도구 구비 여부 3) 국소치료 시 활력징후 감시율 4) 국소치료 후 2일 내 추적 영상검사 시행 비율 5) 국소치료술 퇴원 후 30일 내 재입원율 6) 국소치료 후 조기 시술 관련 부작용에 대한 평가 실시율의 6가지 지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간세포암종 시술영역 질 지표를 해석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중증도 보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료기관의 특성 및 의료인의 성향, 지역,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간세포암종 시술 선택의 기준이 다르다. 중증도 보정을 적합하게 하려면 진료지침에 시술 선택의 기준이 좀 더 명확하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진행된 간세포암종이나 동반된 간경변증이 심할 경우에는 시술 선택에 제한이 많아 중증도 보정의 획일화가 불가능하다. 또한 의료기관의 종별, 규모별, 의료진의 구성별 등에 따라서도 중증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질 지표가 모든 의료기관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겠지만, 앞으로 얻은 결과를 통해 의료기관의 규모와 의료진의 구성에 따라 달리 적용하거나 분리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간세포암종 질 지표 항목이 선정된 이후 개개의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실행이 되는지 점검이 권고됐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질 지표를 관리하기에 인적 자원과 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통해 질 지표 향상을 이끄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연구팀은 "지표 평가 결과는 의료기관의 서열화 또는 홍보용 자료로 이용되기 보다는 개개 의료기관이 의료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로 사용돼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