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당뇨 합병증 낮추는 4등급 의료기기, 있어도 못쓴다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 펌프 관리 수가 부재에 무용지물
관리 잘하면 합병증 감소로 의료비 절감…접근성 높여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1-12 06:0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1형당뇨병 합병증을 낮출 수 있는 최신 의료기기가 있어도 관리 수가 등 체계 미비로 쓸 수 없는 실정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기기 사용을 위해선 의료진도 교육을 들어야 할 만큼 정교한 세팅이 필요한 만큼, 기기만 보급하는 현행 방식은 오히려 재정 적자를 야기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당뇨병TFT팀장은 11일 국회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주최로 열린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췌도부전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생존을 위해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중증 당뇨병이다. 대부분 1형당뇨병이나 진행된 2형당뇨병, 췌장 절제 후 당뇨병 등이 해당된다.

김 팀장은 적절한 인슐린 양 조절이 어려워 과거엔 의학교육에서도 20년 이내 합병증 발생률이 100%라고 배웠으나, 기술 발달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디지털 펜이나 인슐린 펌프 등 인슐린 주입기를 연동하면 적절한 인슐린 투여가 가능해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

국내 1형당뇨병 환자는 이 같은 의료기기를 요양비로 지원받을 수 있으나 처방율이 낮은 실정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속 사용하는 인구는 1형당뇨병 인구의 10.7%, 인슐린 펌프를 연동해 사용하는 인구는 0.4%에 불과하다.

김 팀장은 치료·관리 수가 부재와 요양비 제도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연속혈당측정기나 디지털 펜, 인슐린 펌프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분류 기준에서 '고도의 위해를 가진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4등급 의료기기다.

실제 인슐린 펌프나 디지털 펜은 기저 인슐린 주입 속도부터 탄수화물 계수, 교정 계수 등 9가지가 넘는 세팅 값을 세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또 탄수화물 계량이나 식사 인슐린 용량 등에 대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를 교육하기 위한 의료진도 따로 학회 등에서 워크샵을 통해 배워야 할 정도다.

그러나 관리나 교육 수가가 없어 들이는 시간 만큼 적자로 연결됨에 따라 병원은 경영 차원에서 눈을 돌리고 가능한 의료진은 줄어들어 전문적인 교육과 관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은 기기 구매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도 적자로 만든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 심화 교육 없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주는 경우 혈당 개선 효과가 없었고, 심화 교육이 동반된 경우에만 혈당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이런 연구 디자인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다른 나라는 다 수가가 있어 이런 연구가 필요 없기 때문"이라며 "치료·관리 수가가 더해져야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를 낮춰 정책이 흑자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지원 방식이 급여가 아닌 요양비 제도라는 점도 접근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에서 직접 구매가 아닌 병원 밖에서 구매해야 해 중고 거래까지 되는 실정이다. 병원은 책임 소재를 우려해 처방을 꺼리고, 환자는 요양비 신청과 구매 등 번거로운 절차에 진입 장벽을 느낀다는 것.

김 팀장은 "요양비는 환자가 스스로 하는 인식에서 온 제도"라며 "잘못 셋팅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4등급 의료기기를 요양비에 넣어서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치료·관리 수가를 제정하고 요양비에서 급여 제도로 변경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급여 지원 대상도 나이가 아닌 인슐린 분비 정도 등 중증도에 따라 구별할 것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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