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관행 막는 '병원 지원금 금지법'…실효성은 미완성

16일 '병원 지원금 금지법' 통과…금지규정 외 세부기준 없어
사례·판례 쌓여야 기준 제시 가능…사법부 판단 후 처분 용이
처방연계 조건 지원금 요구관행 철폐 실효성에 한계 불가피
2020년부터 본격 제기돼와…만 4년 거친 입법에도 준비 미흡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1-18 06:04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수년간 이어져온 약계 노력으로 정부가 병원과 약국 간에 벌어지는 불법적인 관행을 막겠다면서 법까지 개정하고 나섰지만, 실질적인 정책적 효과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지원금 금지법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기준은 없는 상태다. 약사회에서도 사례를 모은다고 들었고, 정부에서 먼저 사례집을 안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사례나 법원 판례가 쌓여야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지원금 금지법은 약국·의료기관 개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취득을 불법행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병원 지원금 금지법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고, 개정된 약사법과 의료법은 23일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이 법은 그간 약국 개설 예정자에게 의료기관 처방 연계를 조건으로 인테리어 비용이나 의료기관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지원금을 요구하거나 지급하는 사례가 관행처럼 이어져온 것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해당 법안에는 ▲약국개설자(개설하려는자 포함)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금지 ▲의료기관개설자(개설하려는자 포함)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 취득 금지 등이 담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부당한 경제적 이익'으로 보는지에 대해선 규정하거나 제시되지 않았다.

관행으로 이뤄졌던 불법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된 셈이지만, 어떤 경우를 불법행위로 보고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사법부에서 명확하게 말해주거나, 복지부가 정확한 금액을 확신할 수 있게 되거나 해야만 그에 맞는 행정처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적 판단과 사법적 판단이 다른 경우에도 행정처분은 사법부 결과를 보고 적용되는 것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사법부 판단이 있기 전에는 처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포상금에 대해서는 "포상금 규정은 시행령에 따라 지급되고, 규모는 전체 기준 대비 10% 수준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포상금은 벌금과 기준이 다르다. 리베이트 금액이 오간 것 자체가 포상금 기준이 될 지는 한 번 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은 약계에서 수년간 병원 지원금 해결에 목소리를 높여온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병원 지원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의약분업 20주년을 맞이했던 2020년이다. 당시에는 일부 의원이나 병원이 병원 지원금이 담긴 홍보물을 제작·배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후 만 4년이 지나서야 병원 지원금 금지법이 마련됐지만, 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준비는 그간 부족했다는 지적도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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