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키워드下] 비대면 진료, 일방통행은 안 됩니다

의약계와 충분한 협의 없는 정부의 일방통행 비대면 진료 확대 
탈모약·비만약·여드름약 등 비응급·비필수 의약품 비대면 처방 증가
약물 오남용 우려 증가할 수 있는 비급여 의약품목 비대면 진료에서 제외해야
'약 배달' 저지, 공적전자처방전달시스템 등으로 플랫폼 업체 대응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1-25 06:02

2024년 1월, 약사회 각 지역 분회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지난해 회무 결산 및 새해 사업계획 등을 논의했다.
희망찬 새해를 응원하는 1월은 약사회 분회 정기총회 시즌이다. 그러나 지역별 분회 정기총회 분위기는 결코 밝기만 할 수는 없었다. 약사사회를 괴롭히고 있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메디파나 기자들이 취재한 올해 분회 정기총회의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수 년째 약사와 환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두 번째는 최근 정부의 시범사업 확대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이슈다. 

지역 약사들은 건의사항을 통해 관련 이슈에 대해 성토를 하기도 했다. 이들을 대표하는 회장단 또한 너도나도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그 맥락은 일맥상통했다. 분회총회의 끝이 다가오는 시점, 두 가지 키워드를 나눠 정리해 봤다.

총회 키워드上. 끝이 보이지 않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총회 키워드下. 비대면 진료, 일방통행은 안 됩니다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지난해 12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시행되던 비대면 진료를 높은 수요에 힘입어 확대한 것이다. 

의약업계는 세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비대면 진료는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을 구성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결국 정부의 의지대로 강행, 비대면 진료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약사사회는 ▲처방전 자동발행기 역할에 불과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안전장치 미확보 ▲특정 플랫폼 업체들의 이익만 챙겨주는 결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의견 무시 ▲데이터도 근거도 없는 시범사업 확대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계속해서 내비치고 있다. 

약사회 분회 정기총회에서도 비대면 진료는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다뤄졌다. 분회 회장단들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일인 만큼 '편리성'보다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원점에 놓고 유관기관과 다시 검토·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 "일방통행 비대면 진료, 본래의 취지 찾도록 충분히 검토해야"

비대면 진료의 기본 방향은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 ▲국민의 의료 접근성 강화 ▲비대면 진료 시행 여부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 등에 따른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시범사업 확대 내용은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취지가 아니라 '편의성'에 좀 더 중점을 둔 모양새다. 

기존에는 만성질환자 1년 이내 및 그 외 질환자 30일 이내 해당 질환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질환에 관계없이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비대면 진료의 예외적 허용 대상인 지역 또한 기존보다 크게 확대됐으며, 휴일 및 야간 시간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경우도 대면진료 경험자 및 의료취약계층만 가능했던 것이 진료 이력과 무관하게 가능해져 초진인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됐다. 

기존보다 제한적인 요소는 처방이 제한되는 의약품에 사후피임약이 추가된 정도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 개정사항에서 약국 업무와 관련한 사항은 없기 때문에 사실 약국 업무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 

다만, 비대면 진료 증가에 따라 비대면 처방전이 늘어나면서 야기되는 문제점들이 이미 약국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원본을 직접 전송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더욱이 팩스나 이메일을 사용해 보내는 것은 위·변조와 재사용에 대한 불안이 상존하게 된다고 했다. 

때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대체조제가 불가능하다는 조건을 붙인 처방전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해당 약이 없는 경우에는 조제가 불가능해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한, 비대면 진료 처방전이 전화 통화 수준인 미진한 진료를 통해 손쉽게 발급되는 점, 취지와 다르게 비급여 품목인 탈모약, 비만약, 여드름약이 다빈도로 처방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비대면 진료로 인한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 약국의 행동지침을 내리고, 분회 총회 시 연수교육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다.

약사회는 처방전 접수 시 처방전의 위·변조를 예방하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인증된 처방전을 직접 전송하는 것을 의료기관에 요청하고 있다. 

지침을 위배하는 처방전의 경우는 약사가 거부할 수 있어야 하며, 대체조제의 간소화가 필요하고, 플랫폼 기업을 통하는 처방전의 경우, 약사회의 비대면 진료 원칙에 동의한 플랫폼이 연결된 공적처방전달시스템(PPDS)을 통해 처방전 전달을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비대면 진료 시 비응급·비필수인 비급여 의약품 등은 비대면 진료 처방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으며, 비대면 진료 지침 위반 시 제제할 수 있는 방안도 제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각 분회 회장단은 "비대면 진료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실행될 수 있도록 시장 참여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충분히 검토하고, 유관단체와 합의하에 올바른 절차로 심사숙고해 실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허점투성이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
◆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 약 배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세트 구성으로 따라오는 것은 '약 배달' 문제다. 환자가 인근에서 조제받을 약국을 찾기가 불편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했으니 약도 비대면으로 받고 싶다는 요구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사들은 "건강은 편리와 편의성이 아니라 안전성과 특수성이 우선"이라면서 '약 배달'에 강경히 반대하며 대면수령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약 배달은 대면 복약지도의 원칙을 파괴할 뿐더러, 오배송이나 지연배송 등 배송 중 사고로 인한 의약품 변질 및 안전성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임기 중 성과로 약 배달의 활성화를 막아낸 것을 큰 의미로 두고 있는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신년간담회에서 "언론 등을 통해 거론되고 있는 약 배달 관련 내용들은 민간 플랫폼 업체가 자신들의 사업의 일환으로 삼기 위해 전략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처방전이 나오면 어떤 약이 처방되는지 관심을 갖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데, 진료 처방의 상당부분이 탈모약, 비만약, 여드름약 등과 같은 비급여 의약품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약 공급이 치료가 시급하지 않은 비급여 쪽으로 활성화하고 있는데 이를 약 배달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약 배달 문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결코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분회 총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한 약사는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더라도 처방약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은 전문 플랫폼이 아니라 약사가 담당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이라며, 보건의료를 산업적인 시각에서 대자본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와 약료의 본질인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비대면 진료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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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2024.01.25 12:39:41

    세밀한 준비를 코로나시국 3년이 지나도록 여태 안하고 뭐했나요? 지구가 멸망할때쯤 가능한가요? 능력이 안되면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표본을 보고 따라만 했어도 벌써 가능했을겁니다  각자의 밥그릇만 챙기려하다보니 시행할 의지가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발 국민들을 먼저 생각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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