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의료계만의 문제?…'국가 아젠다'로 격상해야

기존 항생제 내성 보이는 CRE 감염증, 3년새 약 두 배 증가
감염 전문가들 "농축수산업 항생제 오남용도 들여다봐야" 강조  
"각 분야 항생제 사용량 모니터링과 의료계 항생제 관리 필요"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2-22 06:03

이동건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사진 왼쪽), 윤영경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 오른쪽).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아젠다'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정 집단만의 노력이 아닌 정부와 국민의식 수준이 함께 향상돼야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동건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21일 한국화이자 자비쎄프타 급여 적용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감염증 발생건수는 2022년 기준 3만548건이다. 2019년 CRE 감염증 발생건수 1만5369건과 비교하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 

CRE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CRE 감염증은 기존 항생제로는 듣지 않아 높은 환자 사망률로 연관된다. 실제 2017년 국내 10개 병원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CRE 감염증 환자의 3개월 사망률은 55.0%였다.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 연도별 발생건수. 출처 = 질병관리청
CRE 감염증은 다제내성 그람음성균과 함께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척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항생제 내성은 우리나라 전체 사회가 고민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항생제 내성 원인을 의료계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 

이 이사장은 "정부와 의사 모두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에서 항생제를 사람보다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아플 때 항생제를 주지만, 동물은 아프지 말라고 약을 준다. 하지만 항생제를 줄이면 동물들이 병들고 죽기 때문에 줄이지 못한다"면서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기도 하고, 이는 복지부가 컨트롤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차원에서 동·식물한테 쓰는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조차 모르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 

이 이사장은 "단순히 의사가 항생제 오남용을 해서 내성이 생긴다고 접근해선 해결이 안 된다. 항생제 내성은 우리 정부와 사회 모두가 같이 공동 책임을 지고 나가야 할 국가 아젠다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경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항생제 사용에 대한 '데이터 환류(피드백)'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생산성 증가를 위해 농업·축산·수산업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나 환경보존을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 양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각 분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사용량 데이터를 수집한 게 얼마 안 된다"면서 "국내서도 다면적 평가를 통해 그런 데이터들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지만 내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국내 교육도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항생제 오남용 교육을 실시하지만, 국내서는 관련 교육이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선진국은 항생제 내성 문제를 사실 유아나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시작해 일반 국민이 될 때까지 연속선상에서 시행하는 교육 플로우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과연 이러한 교육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이사장은 학회와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기관 내 항생제 관리도 이뤄나갈 것이라 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이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패턴을 모니터링해 처방 지침을 내리는 항생제 관리 사업을 말한다. 항생제 내성 관리의 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한감염학회가 주도해 만들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디테일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정부와 같이 발표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항생제 스튜어드십이 잘 정착 된다면, 새로 개발된 항생제도 적절하게 사용될 것이고, 내성 문제도 지연시킬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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