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거부 '한 달'에 끼워진 2000명 의대정원 확대 확정

교육부, 20일 오후 의대정원 증원분 배정 결과 공개 예정
실질적 제도시행 의미…'물러설 수 없다' 尹 정부 방침 담겨
전공의 사직서 제출 한 달째 맞물려…교수들, 의료붕괴 우려
배정 결과 강행 시 25일 의대교수 사직서 일괄 제출 불가피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3-20 06: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출근 거부가 이뤄진지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정부는 2000명 확대가 반영된 의대정원 배정 결과 공개를 예고하면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일(오늘) 오후 의대정원 증원분 2000명 배정 결과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명 배정 결과가 발표되면, 각 대학은 증원된 정원을 학칙에 반영한 뒤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2000명 배정 결과 발표는 실질적인 제도 시행으로 이어져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끝없는 의료계 반대에도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의료계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는 '이번에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 '특정 직역에 밀려 번번이 실패해온 의료개혁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 '악습은 끊어내야 한다', '법치주의 위에 특정 집단이 있을 수는 없다' 등으로 정책 추진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앞서 예고한 수순대로 의대정원 증원분 배정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이같은 정부 방침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의대정원 증원분 배정 결과가 발표되는 이날은 지난달 20일을 전후로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출근 거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한 달째를 맞이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정부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경과됐다고 하더라도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으며, 본래 근무했던 수련병원 전공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에 있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19일 브리핑에서 "여러분들이 자리를 비운 지 한 달이 됐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돌아오시기 바란다. 여러분이 있어야 할 곳은 환자의 곁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진 각 의대 교수들 입장은 정부와 다르다. 이들은 이번 정책 추진에 돌아선 전공의들이 이번 한 달을 지나 이대로 복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1만여명에 이르는 전공의가 모두 의사되기를 포기한 채 수련을 마치지 않을 경우 진정한 의료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 입장이다.

18일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에 이어 19일에 성균관의대 비대위까지 일괄 사직서 제출을 결정한 것은 이러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정부가 이대로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일괄 사직서를 제출키로 결정한 상태다.

한 달 동안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복귀시키겠다는 목표만으로 이뤄진 '고육지책'이었지만, 이마저도 의대정원을 반드시 늘리겠다는 정부 행보를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이대로 교육부가 의대정원 증원분 배정 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전공의 사직으로 시작된 의료 파국은 절정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사직서 일괄 제출 이후에도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최소로 필요한 진료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끝내 전공의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정부를 향한 불신 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진료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19일 저녁 화상회의를 거친 후 낸 성명서에서 "중증, 응급, 암환자를 돌보느라 여력이 없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가슴 한쪽에 사직서를 품고 오늘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고수해 정원 배정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부디 지금이라도 일방적 추진을 멈추고 진정한 대화 테이블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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