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略歷)은 사전적 의미로 '간략하게 적은 이력'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께선 약력(藥力)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이 많으신 독자 여러분들이니까요. 실제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 개발된 약은 유효성·안전성, 임상연구, 마케팅 전략 등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力)'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너의 약력(藥力)은' 코너에서는 스테디셀러 약부터 신약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 받은 치료제들의 약력(略歷)을 쉽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영어로도 약력은 'Resume'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죠. 그러한 의미를 살려 자기소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저는 항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입니다. 항암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아마 제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2015년 뇌전이 흑색종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을 완치한 일화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저는 2014년에 최초로 미국 FDA가 승인한 항 PD-1 면역항암제입니다. 신체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 기전을 통해서 표적항암제와 같이 특정한 표적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다양한 암종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허가 받은 적응증만 16개 암종에서 29개에 달하는, 최다 암종·최다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암환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이런 제가 여성암 치료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특히 여성암 중에서도 기존에 치료가 제한적이었던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여성암 환자의 건강한 내일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약력 하나, 삼중음성 유방암 한국인 환자서도 효과 확인
삼중음성 유방암은 저의 가장 대표적인 적응증 중 하나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3가지 수용체가 음성인 유방암입니다. 많은 분들이 유방암은 생존율이 높다고 알고 계시죠?
하지만 삼중음성 유방암은 공격적인 성향으로 국소 재발과 원격 전이가 흔하고 원격 전이할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12%에 불과해 매우 위험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 항암제나 호르몬 치료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많은 환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던 질환이에요.
저는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면역항암제로 2022년에 국내 허가 받은 첫 번째 면역항암제이자 유일한 면역항암제입니다. 이 외에도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치료를 돕고 있어요.
특히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조기 치료'에서 효과를 입증해 냈어요. 바로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사용되는 수술 전후 보조요법인데요,
이 치료법을 통해 수술 전에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 후 잔존할 수 있는 미세종양을 제거함으로써 '전이 및 재발 방지'와 '생존율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이 효과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고요? 조직학적으로 암이 발견되지 않는 상태인 '병리학적 완전관해(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는 암 치료에서 완치를 향한 주요지표로 여겨지는데요.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평가한 KEYNOTE-522 3상 임상에서 저는 대조군보다 13.6% 높은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을 달성하면서 질병의 진행과 재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37% 감소시켰어요.
최근에는 한국인 하위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또 한 번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KEYNOTE-522 3상 임상에서 한국인 환자들은 글로벌 환자군보다 높은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CR)과 무사건 생존율(Event Free Survival, EFS)을 보였고, 대조군 대비 격차 또한 글로벌 환자군보다 더 컸는데요.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분석이고, 한국인 참여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글로벌 환자군과 일관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KEYNOTE-522 글로벌(좌측) vs 한국인 환자군(우측) 데이터 비교 . 표 위쪽 순서대로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무사건 생존(EFS)
◆ 약력 둘, 자궁내막암에서 50년 만에 치료 효과 입증
자궁내막암은 일명 '선진국형 암'으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그러나 50여년 동안 효과를 입증한 새로운 치료제가 없었을 정도로 치료 환경 개선이 시급했습니다.
저는 약 50년 만에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면역항암제로는 최초로 자궁내막암 적응증을 허가 받기도 했어요.
허가의 기반이 된 KEYNOTE-775 3상 임상의 전체 생존 평가에서 저는 렌바티닙과의 병용요법으로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키고, 무진행 생존기간 평가에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0% 감소시키는 등 유의한 개선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KEYNOTE-775 3상 임상 주요 결과. pMMR 자궁내막암 환자 전체 생존(OS) 데이터.
◆ 약력 셋, 자궁경부암까지 정복 나선 키트루다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 암환자 유병률 5위를 기록하는 주요 암입니다. 또 15~34세 여성의 주요 암 발생률 5위를 차지하면서 젊은 여성층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암이 자궁경부에 국한돼 나타날 경우 5년 상대생존율(2017-2021)은 94.4%로 비교적 높은 편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원격 전이' 상태에서는 27.8%로 생존율이 크게 감소해 조기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저는 2022년부터 'PD-L1 발현 양성(CPS≥1)이며 지속성,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환자의 치료로서 베바시주맙을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는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받아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의 치료를 돕고 있는데요.
KEYNOTE-826 3상 임상 전체 생존기간 최종 분석에서는 28.6개월의 중앙값을 기록했어요. 단순히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을 개선했다는 것보다 2년을 넘어 3년에 가까운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FIGO 2014 III-IVA기 국소 진행성 자궁경부암 치료로서 화학방사선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 받아 기존 환자군보다 조기 단계의 자궁경부암 환자들도 키트루다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국소 진행성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허가 받은 면역항암제는 제가 유일하답니다.
KEYNOTE-A18 3상 임상에서는 이전 자궁경부암 치료 경험이 없는 림프절 양성 FIGO 2014 IB2-IIB기 자궁경부암 환자와 림프절 양성 또는 음성 FIGO 2014 III-IVA기 환자 총 1060명을 대상으로 저와 화학방사선요법(CRT)과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했는데요.
이번 허가 대상이 된 FIGO 2014 III-IVA기 환자군 하위 분석에서는 12개월 무진행 생존율 81%, 대조군은 70%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1% 감소시켰습니다.
KEYNOTE-826 전체 생존 데이터. PD-L1 발현 양성(CPS≥1) 기준.
◆ 키트루다가 여성암 치료 환경 개선에 힘쓰는 이유
키트루다가 여성암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여성암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아 오래된 치료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 결과 2020년 자궁내막암을 시작으로 삼중음성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여성암 분야에서 새로운 적응증을 줄지어 허가 받으며 더 많은 여성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FIGO 2014 III-IVA기 국소 진행성 자궁경부암 환자의 치료로서 허가는 삼중음성 유방암에 이은 두 번째 조기 여성암 적응증이라 더욱 뜻 깊은데요. 더 많은 여성들이 조기에 적극 치료하여 자신의 삶으로 복귀하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여성암 환자는 누군가의 아내, 엄마, 딸이자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암과 맞서 싸우는 환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더 많은 환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진심에 대한 응답일까요? 2023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의약품으로 기록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암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열쇠(KEY)'가 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아참! 면역항암제라고 하면 높은 약가 때문에 치료를 두려워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이런 분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어요.
소득과 재산기준 등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원 받을 수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주치의 및 병원과 함께 상의하시고 도움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옵션이 없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암 환자는 여전히 많아요. MSD는 앞으로도 저와 함께 더 많은 암환자를 구하기 위해 불철주야 힘쓸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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