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질문, 답 못한 정부…"소송 방해하는 건 정부"

法 3개 보고서 외 근거 요청, 정부 3개 보고서 그대로 제출
의대 증원 정부 제출 자료 검증한 의료계 "무근거, 경악"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5-13 17:43

이병철 변호사, 김창수 전의교협회장,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행정소송에 대한 정부 제출 자료를 두고 '재판부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제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재판부가 요구한 핵심인 2000명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13일 의대입학정원 증원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행정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재판부 핵심 질문인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 설명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재판부가 이번 정부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근거로 마련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기존에 언급한 3개 보고서 제출에 그쳤다는 점을 언급했다. 해당 보고서들은 이전 정부가 발주한 것으로 2000명 증원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갖는 데다 보고서 자체 모델에 한계도 있는 과거 보고서로 과학적 근거가 되기엔 불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다른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그대로 제출했다는 것.

이 변호사는 "기존 보고서로는 불충분하고 과학적 근거가 되지 않아 현 정부가 2000명 증원을 위해 직접 연구한 근거를 제출하란 말씀이셨다"며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숨기는 게 아니라 없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제출 자료를 검증한 결과를 발표한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들은 정부 용역으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 연구자들도 부적절하게 인용됐다고 밝혔다는 점, 의사수 추계를 위해 필요한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김종일 회장은 "판사님께서 분명 3가지 보고서 말고 다른 근거를 제출하라고 하셨다. 이런 중요한 일을 결정할 거면 용역 등을 했을 텐데 다 제출하라고 했는데 없었다"고 밝혔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도 정부 제출 자료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존 보고서 재탕 외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새로운 객관적 용역이나 검증이 전무했던 것을 확인했다"며 "2000명 증원 근거는 없었고, 2월 6일 시급히 진행한 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됐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객관적 숫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설령 의사 1만 명 부족을 사실로 가정하더라도 2000명 증원은 근거없이 결정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가 제출한 회의록을 살펴보면 의대정원이 등장하는 회의는 지난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5차 회의 한 차례 뿐이다. 당시 회의는 평상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나 국·과장이 주재하던 것과 달리 조규홍 장관이 직접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러 위원들이 의대 증원 규모를 제안하지만 대다수는 1000명을 제시했다. 일부 위원은 100~300명부터 점진적으로 늘리고 도중에 미래 변수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6일 보정심에서 2000명이 등장했고 회의는 한시간 만에 마무리하며 요식행위만 거쳤다는 시각이다.

이 변호사는 "회의체 자료만 봐도 2000명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대통령께서 공무원들이 꼼꼼하게 계산했다고 하는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자료 공개를 소송 방해라고 지적한 정부에 대해선 오히려 소송을 방해하는 건 정부라고 맞받기도 했다. 정부가 기존에 제출한 자료는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상 증거 가치가 없는 자료 뿐이었으나 이번에 제출한 자료도 법원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기껏 제출한 게 보정심 회의록과 산하 의사인력전문위 회의를 요약한 자료 두 가지"라며 "소송은 헌법상 공개재판주의가 원칙이다. 이렇게 중요한 건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소송 방해 행위는 정부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엔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교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 김택우 의협 전 비대위원장 등 의료계 각 직역 단체별 대표자가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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