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붕괴 해법 제안 '의민정 특위'…현장 반응 제각각

의료시스템 균열, 특위에서 상시적으로 해결해야
우수한 의료시스템 이면에는…의사 희생 담보
국민건강권에 문제 발생했다면, 정치권 개입해야
24일 '사회학자가 바라본 의료대란의 본질과 해법' 세미나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6-25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대통령 직속 상설협의체인 '醫民政(의민정) 특위' 설치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의료시스템에 발생하는 균열을 상시적으로 해결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현장에서는 의료계가 사회적 '왕따'라는 현실적 한계에 있음을 지적하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24일 서울대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사회학자가 바라본 의료대란의 본질과 해법'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 발제자로 나선 송호근 석좌 교수(사진, 서울대학교, 한림대학교 사회학과)는 '한국의료, 성공의 위기 : 국민건강권과 제도 모순의 충돌' 주제 발표에서 대통령 직속 의민정(醫民政) 특위를 상설기구로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호근 교수는 "앞으로 25년 후 2050년에는 한국의 의료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 의료시스템은 세계에서도 우수함에도 의약분업사태 이후 25년 동안 수정되지 않고 지속되면서 싹트기 시작한 모순이 2000명 의대증원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큰 충격이 가해지면서 균열이 발생하고 점점 더 확대되면서 기울이지고 말았다"며 현재의 의료시스템의 심각성에 대해 말했다.

또 정부에서 의료에 대한 공공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병원과 의료인력은 민간에서 떠안아야 하는 모순과 의사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 유지됨에도 의사가 국민건강을 담보로 파업을 하고 있다고 몰아가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송호근 교수는 "한국 건강보험의 우수성은 다 알고 있다. 부담은 낮고 진료는 탁월하다. 수요자는 언제든지 병·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의료기관 운영은 국가가 아니라 공급자의 몫이다. 민간병원의 적자는 병원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의료시스템은 의사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의 공론은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해서 의사가 파업을 한다고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건강권과 의권 사이에 불균형이 엄청나게 심화되고 있다"며 "의권과 건강권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국 의료제도의 우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의 한국의 거버넌스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호근 교수는 "의민정 특위가 상설기구로 만들어져서 대통령 바로 옆에 있어야 한다. Surgeon General이 있고, 건강의료수석이 필요하다. 의료수석이 복건복지부로 내려와서 복지부에서 건보공단으로 내려갈 때 정책이 수행될 때 KMA(대한의사협회), 교수, 봉직의, 병원 협의체, 교수협의회 전부 다 들어가서 개입해야 된다. 그래서 의견 수렴을 하고, 이 내용이 건보공단으로 내려가서 현장에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의료계에 내려진 행정소송를 모두 취소하고 전공의 처우개선을 약속하고 의대생들이 복귀해야 한다. 현재 한국시스템 안에서는 의대생들이 휴학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다. 복귀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강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같은 제언에 대해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접근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했다.

서울대의대 혈관외과 안상현 교수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의사단체에서는 의사결정에서 합리성이 바탕이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납득할 수가 없다. 의민정 특위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기구가 없다고 하면, 이럴 때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건지, 파업이나 휴진은 의사들이 생각하는 가장 최후의 수단인데 정부에서 어떤 절차나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이 상황을 강요된 관료 민주주의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이럴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이에 송호근 교수는 "질문은 민주정치의 핵심적인 기재라고 생각한다. 달리 표현하면 국민건강권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면, 사실은 정치적인 아젠다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정치권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정당이 나서야 하고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안 이뤄지고 있다"며 "분노할 만한 일이다. 답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의대 오주환 교수<왼쪽 사진>는 의료대란 속에서 의료계를 왕따에 비유하며, "외부에서 의사들에 대해서 말할 때 혹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말할 때 왕따를 누군가가, 예컨대 대통령일 수도 있고, 정부일 수도 있는 데 왕따를 시키고, 그 왕따에 대해서 국민들이 환호하고, 그러면서 전공의들, 혹은 의사들이 굉장히 밉상이 되고, 이런 비난이 박수를 받고 있는, 그래서 굉장히 인기가 없던 대통령이었는데 의사를, 전공의를 비난할 때는 국민들이 박수를 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심지어, 총선에서 인기가 없는 게 확인된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왕따당한 학생이 훌륭하든, 부족하든 상관없이 '왕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따라고 하는 관점에서 사회학자로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송호근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가치관들이 무너진 상황으로 표현했다.

송 교수는 "예를 들면, 전세계 민주주의는 세가지의 외적 요인에 의해서 성장한다. 첫번재는 경제성장, 두번째는 단일민족, 세번째는 SNS가 없어야 한다. SNS가 과도하게 발전하면서 존경의 대상들이 다 무너졌다. 경제성장이 안되니까 분배투쟁이 일어나고, 단일민족에서 지금은 다인종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형태의 인종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결국 가장 존경받아야 할 집단들을 전부 다 화살을 맞춰서 떨어뜨림으로써 존경의 재단이 비어 있고, 거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심었다. 이것들이 전부 SNS안에서의 집단적인 현실들이다"라고 답했다.

사회를 맡은 한정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의료시스템이 위기임은 분명한데 (의료계가) 이 위기를 잘 개선해 나가기 위한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하고,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수 있는 지금 시기나 자세가 돼 있는가, 준비가 돼 있는 지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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