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수도권 빅5 병원 등이 무응답 전공의 사직 처리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으로, 사실상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교수들의 입장은 다르게 나타난다. 의대증원 계획과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등을 외치며 떠났던 전공의들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전공의를 새롭게 뽑는다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공의를 모집하지 않거나 뽑더라도 사직으로 인한 결원이 아닌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8일 최창민 울산대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교수들 입장은 다른 병원들하고 입장이 같다. 교수들은 가을턴, 우리 전공의들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 뽑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병원 입장은 다르니까, 교수와 병원이 지금 계속 대립하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한두 명 들어온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 것이라면 복귀를 했을 것이다. 수련받고 있었던 전공의가 아닌 다른 전공의가 지원할 경우 병원시스템도 모르고, 검증도 안 될 것 같아서 원하지 않는다. 현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교수들이 잘 버텨야 한다. 우리가 교육시킨 전공의들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새로 다 뽑으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최창민 교수는 "일부 병원장들 중에는 이 정도 압박하면 인기과들은 전공의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 데 전공의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도 성인이고 충분히 생각해서 결정한 것인 데 이런 걸로 흔들리지 않는다. 또 권역제한을 풀어준다고 해도 본인이 수련 받았던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가고 그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김성근 교수는 "전공의 모집공고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가을턴 모집할 때 각 임상과에 결원 모집을 할 것인지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 지금 임상과에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어제 의견을 냈던 8~9개 정도의 임상과에서는 모집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다른 과들도 지금 상의 중이다. 원래 결원이 있었던, 이번에 사직을 한 전공의들 말고 원래 결원이 있었던 인원만 뽑자는 의견도 있다. 일단 교수들의 의견은 뽑더라도 최소한으로 뽑자, 또 많은 과에서는 뽑지 않겠다는 입장이 지금 확산되는 입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성근 교수는 "다만, 의료원에서 모집공고는 나갈 것"이라며 교수들과 의료원간 입장이 다름을 확인했다.
또 "원래는 교수들의 의견을 받아서 공고를 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와 관련해 앞으로 정부에서 압력을 넣는다든지,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연세의대 비대위원장 안석균 교수는 "전화도 아니고 공문을 보내 미확인 또는 무응답 전공의를 일괄 사직처리하게 압박을 준 정부의 압박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하반기에 전공의를 뽑고 안 뽑고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하고 결원을 확정해 17일까지 수련평가위원회로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도록 요구하면서 미이행시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 있을 수 있다고 수련병원을 압박한 데 따른다.
안석균 교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의 경우) 병원 방침은 절차대로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고 교수들이 생각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면서도 "전공의 모집에 대한 구체적인 면접지시사항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예년 기준에서 보면, 각 과별로 면접에 들어간 교수들이 그 과를 대표하게 되는데 그 교수들이 보기에 절대적인 평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TO가 미달이라고 해서 뽑지는 않는다. 이는 원칙적인 얘기다"라고 언급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에 대해 "고려대의료원 병원장(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들과 교수들의 입장은 다르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 모집에 대한 병원장들의 강한 드라이브가 있을 경우 안 뽑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려대의대비대위 관계자는 "원장들이 뽑겠다고 하면 도리가 없다. 시험이 별도로 있고. 면접도 줄 수 있는 점수 범주가 있지만, 지원자 숫자가 TO 숫자보다 미달된 경우 뽑지 않으려면 상당히 어렵다"며 "가령, 지원자가 나를 왜 탈락시켰나고 항의라도 한다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리 병원에 원래 있었던 전공의 자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자격이 되고 TO가 있다면 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빅5 병원 중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교수들과 전공의들의 요구를 고려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병원은 2월 29일을 사직일자로 하고 복귀 의사가 없는 경우 일괄 사직 처리했다. 9월턴 모집의 경우에는 이번 사직으로 인한 결원이 아닌, 기존의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했다. 이는 비대위에서 진행한 교수 설문 결과와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1시 기준으로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4%로 집계됐다. 1만3756명 전공의 중 1151명만이 출근한 것이다. 이 중 빅5 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보다 낮은 7.9%로 2442명 중 194명만이 출근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 빅5 병원 레지던트 사직률은 38.0%(731명/192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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