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지역의료 살리려면…의료기관간 연결·협력 강화해야

9일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 주제로 토론회 열려
의료계, 政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방향만 있고 디테일은 '텅텅'
환자개인정보 의료기관간 공유, 환자 원하지만…악용 우려 있어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8-10 05:58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일차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방향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방향만 맞을 뿐 실행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디테일한 부분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 의료기관간 네트워크로 연결했을 경우 의료사고 발생시 법적 책임, 연결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수가체계, 인력 확보문제, 변화된 환경에 맞는 수련체계,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세부적이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9일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서울대의대 양윤선홀에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연속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주열 교수(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는 "1998년도에 진료권 폐지했다. 2004년도에 KTX가 개통됐다. 이 두 가지가 지역의료를 붕괴한 출발이다. 현재는 본인부담금만 내면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제시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실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 1차 의료를 제대로 튼튼하게 안 만들어뒀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을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지역 1차 의료기관에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은 굉장히 디테일하게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되는데 의료개혁특위에서 제시하는 정책들은 불완전한 상태다. 가야할 방향은 맞지만 매우 취약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결론적으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성이 없는 지역에는 공공의료가 들어가야 한다. 공공의료의 거점은 보건지소가 되고, 가까운 지역의 대학병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의원들이 들어오게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에 있는 복지부가 아니라 시·도가 관할 지역의료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 공공수가 등을 지원해야 한다. 또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 교수들이 지방의료원에서 겸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지역에서 역량있는 의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환자정보 의료기관간 공유…환자는 원하지만, 악용 우려 있어

네트워크로 의료기관간 연결시 환자들의 의료정보 공유에 대해서도 논의 됐다.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반기는 반면,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개인정보가 악용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토론회에서 지역환자보호자로 참석한 최현순씨는 부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17년째 다닐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을 이야기하며 의료기간관 정보 공유를 통한 효율화를 기대했다.
  
최현순씨는 "딸이 생후 8개월 때 신증후군 발병한 후 현재 고2가 됐다"며 "새로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아이가 그동안 거쳐 온 수술 등의 이력과 복용해 온 약, 부작용 등에 대해 말해야 했다"며 환자기록을 방문한 의료기관에 말할 때 보호자가 실수로 누락시킬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상급종합병원과 다른 의료기관간 공유에 적극 찬성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희 원장(느티나무의원)은 "최현순씨처럼 환자들은 의료정보 포트폴리오, 검사가 누적돼서 다양한 의료진을 만나도 안전한 진단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말했다.

윤동규 사직전공의(서울대병원)는 "EMR 통합, 의무기록 통합은 사실상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서 굉장히 위험한 사안이고 만약에 데이터베이스화돼서 모든 병원에서 열람할 수 있게 한다면 정말 노출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는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은영 회장(한국YWCA연합회)은 "환자 입장에서는 다급하다. 때문에 정보가 다 공유되고 나한테 가장 적절하고 어떻게 보면 효율적인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 의료기관간 공개해도 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런데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그 정보가 보험회사나 기타 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이 잘못 사용할 것을 걱정한다. 환자 진료를 위해서 공공의 서비스 영역 안에서 안전하게 사용된다면 적극 찬성하지만 안전하지 못할 수 있다면 그 길을 갈 수 없다"고 피력했다.
◆ 1차 의료 강화…허들 많고, 실현 가능성 '미지수'

1차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진통이 예상되면서 1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간 연결 강화를 위해 수가체계 개편 등 효율적인 방식을 모색하고, 이를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그럼에도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이 지역에 있는 1차 의료를 신뢰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근희 원장(평창의료원)은 "오늘 토론의 핵심은 네트워크와 협력진료라고 생각한다. 협력이라고 함은 1, 2, 3차의 수직적 협력이기도 하고, 1차 의료기관끼리 수평적 협력이기도 하다. 또 지역사회에 있는 돌봄과 복지, 이런 부분과의 다층적인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은 수가제도여야 된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행위별 수가제로는 아무리 열심히 고민해도 이런 협력 진료를 활성화하는데 있어서 협력 건별로 수가를 매기는 형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시범사업을 해왔던 가치 기반 밸류 베이스 페이먼트, 즉 등록 관리에 기반해서 등록된 환자들의 건강을 얼마나 더 향상시켰느냐 등에 따라서 보상을 해 주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번에 이것을 통해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고, 지역에서 몇 가지 그룹에서 이러한 시범사업들을 추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이주열 교수는 "환자가 1차 의료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질 향상을 위한 의료평가인증제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동규 사직전공의는 "1차 의료를 강화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선택권이 있는데 출신학교를 보거나 이동 및 접근성이 용이한 상황에서 좋은 의료를 찾아갈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에 대해 논의를 한다고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뤄지기 힘들다. 또 그 시스템을 환자들이 공감하고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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