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중대재해처벌법,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안녕하십니까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4-08-12 11:50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집 앞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지나가다 문득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각났다.

지난해 해당 현장에서 타워 결함으로 인한 안전 사고가 발생하며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근처를 다닐 때 ‘내가 지나가는 이 순간에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진 않겠지’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23년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10곳 중 8곳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전면 확대 시행되면서 이들도 해당 법안의 적용 대상이 됐다.

누군가는 소규모 제약바이오기업 중에는 별도 제조시설 없이 대부분 연구개발에 치중해 중대재해 사고랄 것이 얼마나 일어날까 의문을 가질 것이다. 특히 언론 매체 등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것인가 묻는 기업들을 보면 건설사, 중공업 등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소규모 제약바이오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는 사람도 종종 있다.

그러나 2022년 9월 발생한 화일약품 화재 사건만 돌이켜 보더라도 제약바이오 기업이 중대재해 사고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 불로 인해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으며, 고용노동부에서는 해당 사고를 중대재해 사건으로 보고 조사한 바 있다.

또한 업계 특성 상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다양한 약품 및 화학물질을 접하는데, 이들 역시 한순간 주의를 놓치면 큰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물질들이다.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법에 따르면 경영책임자의 안전확보 의무를 위해서는 제조시설 유무와 관계없이 안전관리 전담조직 구성 혹은 담당자 지정이 필수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담조직을 구성할 의무는 없지만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문제는 50인 미만 소규모 제약바이오기업에게는 안전관리 담당자 지정 등이 경영상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자금 및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지난 2월 한국바이오협회에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에 따른 업계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설명회를 진행한 데 이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지난 3월 설명회를 열었지만, 소규모 제약바이오기업에게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긴 힘들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설명회가 아닌 영세 제약바이오기업을 위한 지원 방안과 정부의 법 개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확대 시행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묻고 싶다. 해당 법안에 대한 대응은 잘 이뤄지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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