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미국 로봇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글로벌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에서 골리앗으로 통한다.
2001년 출시한 다빈치 로봇으로 사실상 시장 전체(99%)를 잠식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맞서는 다윗이 2018년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내 로봇기업인 미래컴퍼니.
미래컴퍼니는 다빈치에 필적할만한 기술력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들어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컴퍼니는 올해 상반기에만 자사 국산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Revo-i)'를 국내외 합쳐 총 3대 공급했다.
올해 상반기 공급처 세 곳은 국내 분당제생병원과 러시아, 몽골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Center of Mongolia) 등이다. 수출국으로서는 우즈베키스탄과 모로코에 이은 네 번째 시장 진출이다.
이는 회사로선 괄목상대한 성과다. 2018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복강경 수술로봇을 출시했지만, 그간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실제 레보아이 누적 판매 대수는 2018~2022년까지 총 4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들어 미래컴퍼니는 반전을 맞이했다. 지난해에만 레보아이를 국내외 의료기관에 5대를 공급하며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
손동작에서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통해 세밀한 움직임을 구현한 덕분이다. 또 고해상도 3D 입체 영상, 넓은 시야 등 의사 입장에서 편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시각 성능에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김형일 교수는 올해 2월 레보아이를 이용한 로봇 위아전절제술(Subtotal gastrectomy)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진행성 위암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위아전절제술을 시행한 것으로, 환자는 수술 후 4일 만에 퇴원했다.
또 지난달 17에는 부산 연제일신병원이 레보아이 로봇수술 100례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지난해 8월 레보아이를 도입한 연제일신병원은 자궁근종절제술과 자궁 전 절제술, 난소낭종절제술 등을 주로 시행했다.
특히 수술부위를 3차원 고화질(3DHD) 카메라로 10배 이상 확대해 볼 수 있어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월등히 좋은 시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료진들의 합격점을 받았다.
연제일신병원 정재혁 병원장은 "레보아이는 집도의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술 장비 옵션 중 하나"라며 "지금까지는 산부인과 위주로 로봇수술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외과 수술에도 더 많이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회사 측은 국제 학회 참가와 트레이닝 센터 개소를 통해 판매처를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미래컴퍼니는 당장 1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비뇨의학과 국제 학회 'WCET 2024'에 부스를 설치하고, 레보아이 핸즈온 세션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MOU를 체결하고 원자력병원을 '레보아이 레퍼런스 센터(Revo-i Reference Center)'로 지정했다. 원자력병원은 2021년 1월 레보아이를 도입해 암 치료 적용 실증연구를 추진 중에 있는 기관이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레보아이에 대한 관심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해외 수출에 더욱 집중해 우수한 국산 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강경 수술 로봇 시장은 의료용 로봇 시장 중에서도 가장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실제 다빈치 수술로봇 시스템당 가격은 250만달러(한화 약 34억원) 내외지만, 회사 매출 대부분은 시스템 유지 및 소모품 비용에서 충당하고 있다.
로봇 특성상 매우 정교한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복강경 수술 로봇팔은 관절구조 구축을 위해 와이어로 된 수술도구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수술을 10~20번 진행하면 와이어 손상 가능성이 생겨 수술도구를 교체해야 한다.
이에 다빈치 수술로봇을 도입한 의료기관은 매년 소모품 구입에 45만달러(한화 약 6억원), 유지보수에 13만달러(한화 약 1억8000만원) 씩을 각각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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