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적다' vs '붕괴 직전'…政-醫, '응급실 진단'에 시각차

사직전공의가 본 지방응급실 실태 '야간진료 공백 심각' 
대학병원 의료진 부족해 '전원 거부'…중소병원 응급실로 발길 돌려
醫, 2차 병원의 응급실 붕괴 예측…'추석'이 기점 될 것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8-16 05:57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는 응급실 진료상황이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밝혔지만, 종합병원에서 일했던 사직 전공의와 현장 응급실 의사들이 말하는 현실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구, 부산, 충북, 충남, 제주 등 지역응급실을 비롯해 수도권까지 의료 인력 부족으로 전국응급의료체계 붕괴가 코앞이라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사직 전공의 박모씨는 오늘(16일) 열리는 국회 교육위, 복지위 연석청문회와 관련, '사직전공의, 휴학 의대생들이 국회에 하고 싶은 말들'을 통해 지방응급실 위기 실태에 대해 적었다. 이 전공의를 비롯해 여러 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이 작성한 글은 지난 14일 이병철 변호사를 통해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됐다.

사직전공의 박모씨는 이 글에서 최근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 당직 의사로 채용돼 겪은 응급실 상황을 전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브리핑에서 밝힌 것처럼, 별다른 문제없이 남아 있는 의료진만으로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어야 할 대학병원들은 하나같이 2월 전공의 사직사태 이후 의료진 부족 문제로 요양병원 환자 전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중소병원의 응급실로 향해야만 한다"고 심각성을 토로했다.

박모씨는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 종합상황판(8월 12일 기준)을 통해 대구지역 소재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은 과별로 차이는 있지만 의료진 부재로 야간 진료 및 수술이 불가한 상황임을 확인했다.

또 이러한 야간진료 공백사태는 대구광역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종합상황판을 통해 부산 지역 대학병원 등도 예외가 아니라고 전했다.

박모씨는 "수많은 앰뷸런스가 전원을 거부당한 환자를 싣고 진료가 가능한 2차 병원, 또는 다른 지역에 있는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며 "정부는 무리한 증원정책 강행으로 전공의들이 사직한 이후 수많은 환자가 진료 거부로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응급실 의료공백사태…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의 시각도 박모 사직전공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제주에서 수도권까지 응급실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안에 응급환자를 볼 의사가 없어서 장거리 이송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KEMA) 이형민 회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충북, 충남, 경남, 경북, 전남, 제주, 강원도 등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전원을 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국 응급의료체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정부 대응이 미비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이다. 

이형민 회장은 "충북대병원 같은 경우도 전공의들이 없는 상태에서 6개월을 버틴 게 기적 같은 일이다. 충남대병원, 순천향대병원 등도 마찬가지다"며 전공의 없는 공백을 응급의학과 전문의, 교수들이 메우고 있었지만 사태 장기화로 인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어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기준으로 약 150개, 그중 전공의들이 소수인 곳을 제외하면 약 100개 정도가 교육지원병원으로, 이들 병원은 전공의 사직 후 이미 정상 역량 기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학병원 로딩은 2차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2차 병원조차 입원실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몰린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결국 2차 병원 응급실이 먼저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며, 그 기점이 추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에는 평상시보다 약 50~100% 정도 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못 받는 환자는 2차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이들이 그곳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은 상황이 되면서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민 회장은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환자상태가 나빠져도 받아주는 병원이 아무데도 없다. 입원실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입원을 한다고 해도 봐줄 의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결국 의사 인력 보충이 시급하지만 전공의 사직 후 전국에 손이 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다른 병원에서 전문의를 빼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형민 회장은 "학회 내부적으로 구인구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일 교육수련병원들이 구인공고를 엄청나게 올리고 있다. 사람을 빼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의사가 빠진 병원은 어떻게 되겠는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응급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지쳐서 진료를 포기하는 단계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의학과가 아닌 다른 과 의사로 대신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소아과 의사가 외상을 볼 수 없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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