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법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법적인 예외사항을 마련하고 보상강화, 국가책임보험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반면, 필수과 기피현상이 과도한 형사처벌로 인한 것인지 정확한 통계 없이는 동의할 수 없으며 의사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에 예외를 두는 것은 특혜라는 시각도 나온다.
'의료분쟁조정'을 주제로 19일 서울대의대 양윤선홀에서 진행한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연속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이 도출됐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허대석 명예교수(서울의대)는 "필수의료 영역일수록 의료분쟁 위험이 높아서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필수의료를 활성화할 수 없다. 또 기존 제도로서는 불가능하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형사 책임에 대한 문제와 민사, 보상 및 배상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반대 시각을 내놓았다. 박 변호사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기피한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쉽게 하는데 이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고, 동의할 수 없다"며 "기피현상의 원인은 의료가 굉장히 영리화되면서 미용, 성형, 과잉진료 등을 통해 쉽게 벌 수 있는데 힘든 일을 선택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또 "형사처벌을 과도하게 한다는 사실도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와 의협신문 등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의사를 750건 정도 기소한다고 나왔다. 이는 영국에 비해 80~900배 많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연간 750건 기소하는 것은 기소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검찰청 통계 자료에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 카운트된 사람수가 750명이라는 것이다. 허깨비같은 카운트들인데 그것을 기소건수로 잘못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형사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이 의료 과실인데 의료인에 대해서만 특혜를 준다는 것에 대한 반론을 뚫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과실범 전반으로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은 논의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의료사고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예외로 하자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사상이 발생했을 때 중과실이 없다면 임의적으로 형을 감면할 수 있는 경우로 이미 좀 예외가 있다. 이게 특례다. 사실 법조인 시각에서 보면, 왜 이렇게 의사들에 대해서만 이럴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주영 국회의원(개혁신당)은 "제가 이번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그 개정안의 내용은 특별히 고의가 아니고 과실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으면 그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이다. 법이라는 것을 적용함에 있어서 의료 혹은 의학이라는 것은 통합적이기 때문에 쪼개서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나의 의료가 행해지는 것에 있어서 그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가 않다. 그리고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의료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과실에 대해서 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며 "우리가 사람을 밀어서 물에 빠뜨려서 익사할 경우에 당연히 고의다. 같이 놀다가 빠진 경우에는 과실일 것이다. 그런데 물에 빠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뛰어든 사람에게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될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에 그것까지 너의 과실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다음부터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의료과실 완화 필요성에 대한 예를 들었다.
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가 사망했더라도 보호자들은 왜 의료사고가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의료진이 설명하고 명백한 과실이라면 진심으로 사고하고, 명백하지 않다면 유감 표시를 하고, 피해보상해주고, 재발방지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한다면 환자단체에서 이야기해 본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다 소송하지 않고 수용한다고 말한다"며 "이주영 의원이 법을 제도화하기 전에 환자단체도 불러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들과 연결돼 있는 환자 말고 정말 피해자 목소리를 듣고 법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강희 사직전공의는 "지금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것이 정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박호근 변호사가 의료소송에 대한 과도한 법적 부담이 필수의료 붕괴와 무관하다고 말했는데 젊은 의사로서 현실은 그렇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소아과는 소멸로 이어졌다. 일본의 경우에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고의적인 과실이 아닌 경우에 의사를 형사처벌하지 않도록 법적 보호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선진국은 의료를 형사범죄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호균 변호사가 의료사고 처리 특례가 너무 특혜가 아니냐고 했는데 이 부분도 동의하지 않는다. 의료 행위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있고 침습적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의 예를 들면, 운전자가 사고를 내지 않았으면 사망은 없다. 반면 의료는 환자가 안 좋은 것을 알고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의료사고 관련 보험…국가 재정 투입하는 방향 검토돼야
의료사고 발생시 배상액이 20억원 이상 되는 경우도 나타나면서 국가가 사고 발생시 개입하거나 비용을 투입하는 방향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호균 변호사는 "책임보험문제는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가 개입해서 보험료를 투입해서 상한을 열어놓는 형태의 보험상품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그래야 필수의료를 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대형 종합병원은 재정적 여유가 있겠지만, 1, 2차 의료기관들은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영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보험금의 상한을 두지 않는 그런 상품도 의료계에서 주장해서 나오기 바란다"고 했다.
조강희 사직전공의(서울대병원)도 국가가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외과의사 기준으로 보험료가 연 1200만원이다. 그런데 보험 배상액은 최대 5억원이다. 그러면 의료사고로 17억원 배상하라고 판결이 나면 12억원은 본인이 변제해야 하고 파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필수의료를 전공한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은 국가에서 보장해줘야 한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분쟁에 대해 국가가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은 의료배상책임보험 제도를 통해 환자에게 신속하게 보상하고 의료인의 배상금 부담도 완화하고 있다. 영국도 국가보건서비스 소송국을 설립해서 의료소송비용에 대한 보상처리를 국가가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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