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섬유종증에 비로소 쓸 수 있는 무기 생겨"

[인터뷰] 세브란스병원 임상유전과 오지영 교수 
유일 치료제 코셀루고 급여화로 환자 치료비용 부담↓
치료 무기 생겼지만 엄격한 급여 평가기준 개선돼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8-27 11:58

세브란스병원 임상유전과 오지영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신경섬유종증 1형은 신경을 따라 종양이 자라고 신경계, 뼈, 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는 희귀질환이다.

전신에 걸쳐 나타나는 종양으로 환자들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리기 어려워 삶의 질이 매우 낮다. 

이 가운데 유일한 치료제가 아스트라제네카 '코셀루고(셀루메티닙)'. 이에 코셀루고는 2021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GIFT) 프로그램을 통해 제1호 신속심사대상 의약품으로 신속허가 되면서 올해 1월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그 결과 신경섬유종증 환자의 치료비용 부담은 확 낮아졌다. 코셀루고 연간 투약 비용은 약 2억800만원으로 초고가약이었지만, 이번 보험 적용으로 만 18세 이하 환자는 연간 최대 808만원(외래 환자 기준)만 부담하면 된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임상유전과 오지영 교수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쓸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라면서 "치료 옵션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렇지 않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급여 의의를 설명했다. 
 
다만 급여 평가기준으로 명시된 3D MRI를 통한 6개월 반응 평가에 대해 "투여가 필요한 환자가 검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급여 체계를 통한 약물 투여에 제한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다음은 오지영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신경섬유종증은 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 6개 이상의 기준 크기 이상의 다발성 커피색 반점이 가장 외형적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한 신경섬유종증 1형의 증상 중 하나이다. 다만 밀크커피색 반점이 있다고 해서 모두 신경섬유종증을 포함한 유전질환인 것은 아니다. 증상을 보이는 일부 환자에서 원인 유전 질환의 증상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한 원인 감별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신경섬유종, 겨드랑이 또는 서혜부의 주근깨, 홍채 과오종, 시신경 교종, 특징적인 골병변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발생 가능한 증상 중 여러 신경 다발을 따라 다발성으로 종양이 발생하는 총상신경섬유종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종양의 크기 및 발생 위치에 따라 여러 기능적 문제나 통증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미디어에 노출된 환자들처럼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 모두에서 총상신경섬유종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커피색 반점 및 신경섬유종 등 일부 피부 증상만 발현돼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잘 지내는 환자들 또한 있기 때문에 일부 신경섬유종증에 대한 오해가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질환의 인식은 되려 진단받은 환자에게 많은 걱정과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고, 사회적 차별의 우려 또한 있기 때문이다.

Q. 코셀루고 등장 전 과거에는 주로 어떤 치료 방식이 이뤄졌는가?

- 모든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가 적극적인 약물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환자는 총상신경섬유종이 신경과 주변 조직을 감싸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이 섬유종이 침습적이거나 종양이 크기가 증가하면 특정 신경 다발이나 장기를 누르기 때문이다.

코셀루고 등장 이전에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가능한 경우에는 일부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거나, 그 외에는 통증을 경감하기 위한 대증 치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Q. 전체 환자 중 총상신경섬유종이 나타나는 환자의 비율은 어떠한가? 

- 통계마다 다르지만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약 25~33%에서 총상신경섬유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환자들에게는 총상섬유종의 크기 및 위치에 따라 신체적 변형이나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진행성인 질환 특성상 소아보다는 성인이 되면서 더욱 진행된 병변에 의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Q. 올해 1월 1일부로 코셀루고의 급여 적용이 시행됐다. 일선현장에서 바라보는 급여 의의는?

- 환자들 못지않게 신경섬유종증 1형을 진료하는 의료진 역시 코셀루고의 급여 적용을 오랜 시간 기다려 왔다. 오래 전부터 많은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가 병원에 내원했지만 총상 섬유종을 가지고 있으면서 치료가 필요한 증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증 치료와 일부 수술적 치료 외에는 시행할 수 있는 치료가 거의 없었다. 

종양의 제거가 필요하지만 병변의 위치나 형태에 따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병변을 가지고 있는 소아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이 부족한 희귀질환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코셀루고의 급여화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쓸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다.

코셀루고는 비급여로 처방 시 매월 상당한 비용을 장기간 지불해야 해서 사실상 급여 전까지는 처방이 불가능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설령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치료 옵션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렇지 않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 옵션의 추가는 모든 환자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Q. 코셀루고 급여화 이후 실제 급여 처방을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급여 이후 약 8개월의 시간이 지났는데, 예후 변화를 확인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 아직은 실제로 투약한 환자들에게 충분한 약물의 효과를 기대할 정도의 기간이 되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약 6개월 뒤 시행한 MRI 영상에서 종양의 크기 감소를 경험한 환자들이 있다. 

또한 총상섬유종에 의한 통증이 있던 환자에서 괄목할만한 통증의 감소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투약 후 충분한 기간이 지나면 더욱 긍정적인 약물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Q. 코셀루고 허가의 근간이 된 SPRINT 2상 임상 연구에 따르면, 코셀루고가 총상신경섬유종 환자의 종양의 크기를 20% 이상 감소시켰다. 이는 어떤 의미를 시사하는가?

- 총상신경섬유종은 혈관, 복부의 장기, 신경 등을 압박함으로써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상하지에 발생한 큰 종양으로 인해 기능의 제한을 야기하거나, 안와 또는 얼굴의 다양한 신경 조직이나 혈관, 골격계 등의 침범을 통한 변형을 유발해 시력 유지 등의 필수적인 기능에 제한을 초래하기도 한다. 종양 크기를 감소시킨다는 것은 이러한 연관 증상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코셀루고가 통증 또한 경감시켜 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의학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제다.
Q. 급여 기준에 따르면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6개월마다 3차원 자기공명영상진단(3D MRI)을 통한 반응 평가 실시가 필요해 일부 어려움이 있다 들었다.

-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6개월, 혹은 1년마다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어려움이 있다. 먼저 소아 환자에는 MRI 촬영 시 수면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돼야 하는 경우가 많아 준비 과정에서의 부담이 존재한다. 

또한 3D MRI는 모든 병원에서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영상 진단 검사는 아니기 때문에 많은 병원에서 검사의 접근성에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투여가 필요한 환자가 검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급여 체계를 통한 약물 투여에 제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첫 약물 투여를 위해서 4주 이내 촬영한 MRI 판독소견서가 필요한데, 소아 환자에게 금식을 요구하거나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 소견서를 준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성장 속도가 더딘 양성 종양이라는 특성상 급성기에 종양의 크기가 갑자기 커지거나 병변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는 경우는 드문데, 급여 기준 충족을 위해 반드시 한 달 내 촬영한 MRI 영상 결과가 있어야 하므로 다시 영상 촬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Q. 외형이나 정신 건강 측면에서 다학제 진료 또한 필요한 것 같은데.

-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를 대상으로 다학제 진료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어떤 위치에 어떠한 기능적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정형외과 혹은 성형외과, 안과를 포함한 여러 과를 아울러 진료를 보고 있다. 

또한 심리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일부 소아 환자에서는 발달 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아신경과, 소아정신과와 재활의학과 등에서 협진을 통한 진료 및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코셀루고 약물 투여 급여 기준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통한 결론 도출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약물 투여를 위해 총상섬유종의 위치와 크기에 따른 증상에 대한 의학적 평가 및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병변임에 대한 다분과 진료를 통한 종합적 판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 임상의사로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각 병원에 따라 3D MRI 촬영을 통한 종양 평가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반영 및 평가 방법에의 논의 또한 치료 접근성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현재 만 18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코셀루고의 급여 적용이 시행되고 있는데, 사실 진행성 질환 특성상 소아 환자뿐 아니라 성인 환자서도 치료가 필요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 치료 옵션을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 하루 빨리 임상적 근거가 확립돼 치료가 필요한 성인 환자에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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