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간호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보건의료계에선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건의료계 일각에선 그동안 대안입법 등 준비가 없었던 대한의사협회 책임론이 부각되고, 의협 내부에선 임현택 회장 불신임 움직임도 확인된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간호법을 의결했다. 간호법은 지난주까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었으나, 지난 26일 여당이 쟁점을 포기하며 급물살을 탔다. 27일 복지위 법안소위를 거쳐 대안이 마련됐고, 28일 오전 복지위 전체회의와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보건의료계에선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막아선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간호법 통과를 맞이했다. 직역별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간호법 민주당안엔 간호사 업무 범위에 의료기사 업무 제외가 명시됐고, 국민의힘안엔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철회, 전문대 신설 가능성이 담겼다. 14보의연 소속 단체 이해와 숙원이 엇갈려 담긴 것이다.
결국 간호법 저지 중심에 있던 14보의연 차원에선 투쟁은 물론 성명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간호법 통과가 예고되자 14보의연은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최종본이 아니란 이유로 이내 회수했다. 이 역시 업무영역이 보장된 의료기사 단체들이 성명서 배포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4보의연 일각에선 대한의사협회 책임론도 제기된다. 간호법은 지난 21대 국회 거부권 이후로도 재발의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출범 직후 당론발의된 만큼 추진 가능성은 분명했다. 실제 여야는 22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간호법 추진을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19일, 국민의힘은 20일 간호법과 간호사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무조건 반대가 아닌 간호법 필요성을 불식시킬 대안입법을 제시해야 했으나, 연대 중심에 있는 의협 역할이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14보의연 관계자는 "연대에선 의협이 중심이다. 매번 간호법 요구가 나오는데, 막기 어렵다면 대안입법을 준비해 내놔야 명분이 사라지는데 의협은 당장 급한 불만 끄면 가만히 있었다"면서 "논의를 주도하지 않고 기존 질서에만 머무르려 하면 매번 이렇게 밀려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간호법 통과는 의협 내부에서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 조병욱 대의원은 28일 SNS를 통해 임현택 회장 불신임 청원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유는 ▲간호법 제정 저지 실패, 2025년 의대정원 증원 저지 실패, 환산지수 차등적용제 시행 등 회원 중대한 권익 위반 ▲무기한 집단 휴진 발언, 정권퇴진 운동 발언 등 협회 명예 훼손 등 두 가지다.
조 대의원에 따르면 이번 불신임 청원 추진은 전공의와 회원 요구에서 비롯됐다. 지난 27일 간호법 통과가 기정사실화되자 전공의와 회원들 성토 연락이 들끓었다는 설명이다.
의협 정관상 협회 회무와 무관한 금고 이상 형을 선고 받거나 회원 중대한 권익 위반, 협회 명예 훼손 등에 해당할 경우 회장을 불신임할 수 있다.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 또는 재적대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가 필요하고,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청원의 경우 2만 명가량 동의가 필요한 만큼 당장 불신임 추진보다 오는 31일 임시대의원총회 의견 개진을 목표로 추진됐다. 제출된 회원 의견을 취합해 임총에서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조 대의원은 "당장 임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전공의와 회원들 연락이 들끓어 의견을 모으게 됐다"며 "회원들 의견을 대의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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