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응급실 의료진 사직 잇따라…응급실 공백 확대 중

응급의학의사회·전의교협 "응급실위기상황 초래 책임자 엄중 문책해야"
醫, 배후진료 강화 및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 재검토 등 근본 대책 촉구
1차 의료 강화 및 주치의제 도입…상종·권역 쏠림 방지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9-02 05:5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대학병원 응급실 의료진 사직 등 응급실 공백이 커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대위·전의교협은 이 같은 응급실 위기를 초래한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제대로 된 응급의료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배후 진료를 강화하는 동시에 환자 중증도 분류체계 재검토, 1차 의료 강화 및 주치의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은 1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응급실 위기라는 현 상황을 부정하고, 부적절하고 눈 가리기식 응급실 위기관리 대책은 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현 사태를 촉발한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의료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또 "추석명절을 앞두고 응급의료의 큰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부에서는 문만 열고 있으면 정상이라고 국민들을 속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상진료체계는 정말 비상일 때만 사용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작동하는 응급의료체계다. 그것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료개혁이고 우리가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강조했다.

추석을 앞둔 응급실 상황은 의료진 부족으로 운영이 제한되고 있다. 정부에서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곧 다가올 추석에 응급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종충남대병원은 9월 한달 동안 야간 응급실(성인응급) 진료를 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추석연휴기간인 9월 16일부터 18일까지는 24시간 운영한다. 강원대병원는 전문의 부족으로 추석연휴기간인 15일부터 18일까지를 제외하고 인력 충원이 될 때까지 무기한 야간 응급실 진료를 제한한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은 이달부터 주말과 야간에는 운영하지 않고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 이 병원은 응급실 전문의 7명 중 2명만이 남아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응급실 문을 열지 않는다.

◆ 응급실 위기 극복하려면…'배후진료' 뒷받침 필수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사태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에 현재의 비상진료체계가 아닌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부족한 응급실 의료진 확충과 함께 배후진료(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해 근복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증, 위급 환자의 목숨을 살린 후에는 해당 과의 의료진이 제대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응급실은 어떤 환자가 왔을 때 최종 치료가 가능해야 되는데 사실은 배후과 진료가 안 되다 보니 응급실 리스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응급실은 응급상황만 면하게 할 뿐 근본적인 치료는 내과, 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배후과들을 연결해서 그 과에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응급의료사태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지금은 배후과 운영이 제대로 안 되면서 응급실도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없게 됐다. 즉 배후과 진료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중증도 분류체계의 비효율성으로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센터로의 쏠림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관계자는 "환자가 119에 신고하면 구급대원이 환자를 싣고 응급실로 이동한다. 구급대원이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증인데도 응급실로 이송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국가적 낭비"라며 "예전처럼 의사가 환자와 전화상담체제를 구축한다면, 상담의 의무만 있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환자상태를 파악해 경증이면 동네 병의원으로 가도록 할 수 있고 보다 정확한 환자상담이 가능하다"며 "그러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천광역시의료원 조승연 원장(전국지방의료원 연합회장)는 응급실 마비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특히 배후진료 강화와 함께 1차 의료의 역량강화 및 주치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배후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각 과의 교수들이 외래를 줄이고 중증, 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 당직을 선 다음날에는 쉴 수 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결국 방향성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역 1차 의료를 강화시켜서 주치의제도를 도입한다면, 환자들이 우선 주치의에게 상담을 받아서 경증일 때는 동네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중증, 위기 상태일 때는 응급실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한다면 상종, 권역 등으로의 쏠림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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