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1996년부터 30여 년간 의약품 사업을 영위한 다산제약이 '글로벌 탑 클래스(Global Top Class)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CDMO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그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류형선 다산제약 대표는 최근에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기존에 해오던 일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비전을 세운 것"이라며 "새로운 비전을 바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제조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다산제약은 원료 및 완제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다산제약 매출액에서 약 42%는 합성·천연물, 전문의약품 등 위탁생산을 통해 거둔 실적이다.
'Global Top Class CDMO 기업' 비전 선언은 이런 CMO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시장 변화에 발맞춰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얘기다. 류 대표는 "고형제 위주 CMO에서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아우르는 CDMO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원천 기술 기반으로 CDMO 사업 추진…기술 R&D 지속
다산제약이 비전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엔 원천 기술이 있다. '멀티 스트라(Multi-Stra)'로 불리는 약물 전달 체계(DDS)는 극미립자(Micro particle) 코팅과 다층 정제를 포함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 활용 시, 다양한 약물 패턴 확립과 약물 방출 조절이 가능하다.
Multi-Stra는 미세 캡슐화(Micro encapsulation), 약물 방출 조절(Drug release control), 다중 펠렛(Multi-Unit pellet) 등 기술로 나뉜다. 미세 캡슐화 기술은 액상 물질을 분말로 만든 후 코팅 과정을 거쳐, 맛과 냄새를 차폐하는 방식으로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약물 방출 조절은 SR, DR, ER 등 다양한 패턴이나 고체 분산체, 다층 정제를 이용해 약물을 내보내는 기술을 가리킨다. 다중 펠렛 기술은 1개 제형에서 SR+IR, ER+SR 등 다양한 약물을 방출하는 게 필요한 경우에 활용된다.
류 대표는 이와 관련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술이 아니라 다산제약만의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아 '멀티 스트라'라는 이름을 붙였다"면서 "해당 기술을 용해도 향상, 약물 방출 최적화, 다층정 혼합 등 기술로 구분해 계열화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자 선정은 정부가 멀티 스트라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난달 다산제약은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경제안보품목 도입, 생산 등 활동에 기여할 사업자로 뽑혔다.
정부는 다산제약이 아세트아미노펜 제피세립 등 생산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은 타정 불량 문제를 해결해 제조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쓴맛 차폐로 복용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데 가치가 있다.
이번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자 선정을 통한 기술 R&D는 멀티 스트라 기술 발전을 의미한다. 다산제약은 코팅, 과립 형태 반제(半製) 원료의약품(제피세립, 제피과립) 생산 기술로 아세트아미노펜 공급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류 대표는 "단순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원료 안정화, 흡수율 향상, 난용성 물질 가용화 등 기술을 활용해 별도 공정을 거치지 않고 쓴맛 차폐가 가능한 츄어블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산제약은 CDMO 사업을 바이오의약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경구용 제형에서 멈추지 않고, 주사제나 경피 제제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며, 바이오의약품 벤처기업과 협력해 신약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이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2024년도 컨소시엄형 기술개발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산제약은 피부질환 치료제 개발 플랫폼 기술 구축 및 후보물질 발굴 사업에서 경피 전달체 제형 연구를 주관한다.
◆ 내용고형제 등 의약품 생산 능력↑…해외 생산기지 마련 중
생산 기술 보유, 연구개발이 CDMO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제약업체는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의약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산제약은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제1공장, 제2공장 등 제조 인프라를 갖춘 상태다. 제1공장은 유동층 코팅기, 이중정 타정기 등 생산설비를 보유한 고형제 전문 생산공장으로, 코팅이 필요한 원료 및 완제의약품을 주로 생산 중이다.
제2공장은 정제, 캡슐제 등 내용고형제 생산과 포장을 담당하고 있는 스마트 공장이다. 이 회사는 1800평 규모 공장에서 정제 코팅기를 비롯해 블리스터(Blister) 포장 라인, 병 포장 라인 등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다산제약은 최근에 인쇄, 선별 공정에 사용하는 자동화 기기를 도입하고, 공정 최적화를 진행했다. 류 대표는 "아산 공장은 연간 8억정에서 9억정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면서 "생산 능력은 현재 생산 중인 품목 기준으로 3000억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1공장은 2023년 4월에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복구 및 증축을 거쳐 생산 능력 확대에 힘을 보탰다. 다산제약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여 만에 공장 일부를 재가동했으며, 약 1년 후 생산 설비 증설을 완료했다.
당시 이 회사는 증축을 통해 연간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2억8000만정에서 5억정으로 증가했다면서,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은 최첨단 설비와 중앙통제 시스템으로 이전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 대표는 이와 관련해 "불이 났을 때 좌절감도 느끼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생각했다"며 "명확한 목표를 갖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전화위복이 됐다"고 회고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생산공장도 다산제약 CDMO 사업 추진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다산제약은 중국 제약업체 안휘허이약업과 허이다산 합작법인(안휘허이다산의약유한공사)을 설립했으며,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다산제약이 보유한 제제 연구, 생산 기술·설비, 공장 운영 등 노하우에 안휘허이약업 원료 생산기술 및 자본력을 더하는 작업이다. 다산제약은 공장 완공 시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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