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공보의 부족 '비상'…예산·공공의료 근본대책 시급

전남·강원·경북 등 지역 의료취약지 줄줄이 공보의 부족 불거져
시니어의사 파견·비대면진료, 단기적 방안일 뿐…책임있는 공공의료 구축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4-10 11: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올해 의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선발 인원이 지난해 대비 60% 이상 급감하면서 의료취약지의 공보의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시니어 의사 활용, 비대면 진료 확대 등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와 의료노동자단체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예산 지원과 공공의료체계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9일 의료계와 지자체, 병무청 등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올해 의과 공보의 선발 인원은 총 250명으로 지난해 642명과 비교해 38.9%에 그쳤다. 신규 공보의 선발도 줄어든 상황에서 전역하는 공보의들이 많아 의료취약지 보건소, 보건지소 근무 공보의 부족은 불가피해졌다.

전남지역에 배치된 공보의는 신규 공보의를 포함해 총 477명으로 지난해 534명보다 10.7% 줄었다. 강원지역 공보의도 전년 248명보다 21명 줄어든 227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지역 공보의는 지난해 400명대 초반에서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달에 전역하는 공보의가 약 170명이기 때문이다. 충북도 역시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7명의 의과 공보의를 신규 배정받아 37명이 됐지만 도내 보건소 14개와 보건지소 95개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부족의 주요 원인은 의정갈등의 여파, 장기 복무기간 36개월에 비해 복무기간이 짧은 현역병 선호, 인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 의료취약지에 의료 공백이 불거지면서 보건복지부에서는 시니어 의사 활용 방안,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시니어 의사 지원사업을 지방의료원 등 지역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추진했으나 공보의 감소로 의사 인력확보가 더 어려워진 보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 대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된 공보의 부족으로 의료취약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취약지에 속한 군 단위에서 그동안 의사 초빙을 위해 노력한 곳도 있지만 예산 확보에 한계가 있어 왔다. 이에 시·도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대책과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을지대의대 나백주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취약지가 속한 군에서 의사 초빙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모집도 쉽지 않고 예산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의료취약지가 속한 시·도 단위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경남도, 전남도 등에서 의료취약지 인근 의료원 등과 협약을 맺고 예산을 지원해 순환근무형태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 간호사 등을 연계해 원격 진료 형태나 취약지별로 주요 질환관리를 위한 전문 과목 의사 파견, 공보의들에게도 훈련이나 교육, 진료 자문을 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야 평일은 물론 야간이나 공휴일 등 의료취약 시간대에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공보의를 뽑아서 지역에 투입시킬 경우 단기적 의료공백 해소의 방편은 될 수도 있겠지만 한계가 명확한 만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근본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취약지 문제를 공보의 파견으로 해결하려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한의료정책학교 최안나 교장은 "의료취약지는 민간 의료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마땅히 책임을 지고 공공병원 의사가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현재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36개월 복무하는 공보의에 의존해 의료취약지 의료공백을 메우려는 방식은 지역의료를 파편화시킬 뿐이다"고 비판했다. 

최안나 교장은 지역간 의료편차를 축소하기 위해서도 지역에 근무할 의사에게 정당한 인건비를 주고 안정적인 채용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짚었다. 

또, 의사가 아닌 한의사나 다른 직역의 의료인으로 지역의료공백을 해결하는 방식도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역 의료취약지 공백 해소를 위해 정부가 공보의 파견이나 원격의료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지방에 개원 후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지역상황을 고려해 수도권 수준의 매출을 보전해 주는 등 실질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도출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지역은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개원 후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도시에 개원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매출 등을 맞춰주는 등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또 정부에서 내놓은 방안 중 시니어의사 파견, 비대면진료 등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일례로 비대면진료를 통해 원격지에 있는 의사와 의료취약지에 있는 간호사가 비대면으로 환자를 진료한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에 위반될 수 있다. 간단한 시술이라 할지라도 의사가 해야 하는 영역이 분명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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