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예강 어린이의 의료사고 민사소송이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진료조작 방지법'과 깊게 연관이 돼 있는 사건인만큼 유족들은 민사법원의 판단이 오판이라며 즉시 항소한 상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2014년 1월 23일 대학병원 응급실에도착한지 7시간만에 사망한 전예강 어린이 의료사고에 대해 지난 10월 25일 1심 판결선고를 했다.
결과는 전예강 어린이 유족들의 패소다. 재판부는 전예강 어린이가 대학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부터 헤모글로빈 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1/3 수준에 불과했고, 맥박수도 분당 137회로 빈백 상태의 응급상태였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병원의 의료진이 수혈을 적절한 시간 내에 했고,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소아신경과에 협진의뢰를 한 점, 회신 결과에 따라 요추천자 시술을 한 점을 고려했다. 아울러 전예강 어린이가 사망한 원인은 전공의들의 무리한 요추천자 시술이 아닌 '기저 질환의 악화'라고 판단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과 전예강 어린이의 어머니 최윤주씨 등은 3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재판부는 해당 병원 의료진이 전예강 어린이에 대해 적절히 조치했다고 했으나 유족들의 의견은 상반됐다.
전예강 가족들의 경우에는 흔치는 않지만 사건 발생 동안의 CCTV의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응급실에서 7시간 만에 사망한 전예강 어린의의 '사(死)인' 규명에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진료기록부에 적힌 '적혈구(RBC) 수혈시간'이 CCTV 영상과 판이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선 신속한 응급수혈과 관련된 사항이다. 유족 측은 농축혈소판 수혈이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보여지지만, 농축적혈구 수혈은 응급상황이 아닌 일반으로 처방이 됐고, 3시간 4분이 경과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록은 간호사가 1시간 34분을 앞당겨 허위기재한 것이 드러났고, 검찰로부터 벌금 200만원의 구약식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족 측은 이번 1심 판결에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는 최초의 농축적혈구(RBC) 수혈시간과 응급실 내원 당시의 분당 맥박수 관련 진료기록을 허위기재한 것에 대해 일체 고려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협진을 의뢰했다는 점에서도 유족 측은 대학병원의 유기적인 체계가 무너진 것이라 지적했다. 응급실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소아혈액종양과에 11시 12분에, 소아신경과에 12시에 협진의뢰를 했다. 그런데 적혈구, 혈소판 등의 수혈을 통해 생체 징후를 교정한 다음 검사를 하라는 소아혈쟁종양과와 소아신경과의 최종 협진 회신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응급실에서 요추천자 시술이 시행됐다.
반면 병원 측은 전예강 어린이가 응급실 도착 당시부터 상태가 위중해 요추천자 시술과 상관없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족 측은 만약 병원의 주장처럼 전예강 어린이가 응급 상태였다면, 수련중인 전공의 1년차가 시술을 2회 실패했을 시, 이후 곧바로 숙련된 전문의나 높은 연차의 전공의로 교체됐어야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예강 어린이는 또 다른 수련중인 전공의 1년차가 요추천자 시술을 시행하고, 추가로 3회 실패한 후 쇼크사한 경우다.
전예강 어린이 유족과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이번 1심 민사법원의 판결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합의부의 구성이다. 합의부는 단독판사의 오판 위험을 줄이기 위해 3인의 판사가 재판하는 곳이다. 합의부에 속한 3인의 판사들은 재판절차에 능동적으로 관여하고 판사들 사이에 실질적인 합의를 거쳐 사건을 재판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은 합의부 안에 전예강 어린이가 사망한 해당 병원 대학교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발급방은 판사 1명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벌률에 규정된 제척의 대상이 아니고, 양 당사자가 기피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의료소송이라는 특수성과 전예강 어린이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려했을 때, 해당 판사는 합의부 재판에서 회피를 하거나 재판장이 유족 측에 양해를 구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 측은 "합의부 판사로 의사가 참여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불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보면 동일한 의대를 졸업한 동문이면서 의사인 판사가 해당 의료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의 의견이 강한 만큼, 항소심은 시작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환자단체연합과 유족들이 원하는 별개의 과정은, 추가기재 및 수정된 진료기록의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다. 이는 1월 6일 권미혁 의원과, 2017년 1월 23일 인재근 의원은 각각 의료법 개정안(제22조제4항, 제23조제4항·제5항 신설)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환자단체는 인재근 의원과 권미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의료분쟁 해결과정에서 해당 진료기록부 등이 적절히 활용될 것이며 이에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 바라봤다.
유족 측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번도 병원 측의 사과를 듣지 못했다. 항소심 합의부의 객관적인 구성과 공정한 재판을, 병원의 진심어린 사과를, 의료법 개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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