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치료 한계 뛰어넘은 '세프로틴'‥'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큰 변화

신생아에서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 과다 혈액 응고로 응급상황 잦고 사망 위험 높아
최초의 '사람단백질C 제제' 세프로틴주, 응급 상황에서 효과적 치료 가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8-29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유전질환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에 신약이 등장했다.

올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한국다케다제약의 '세프로틴주(사람단백질C)'가 그 주인공이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환자는 과도한 혈액 응고 기전의 활성화로 인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생후 며칠 이내, 몸 전체 혈관에 혈전이 형성되는 전격자색반병 및 파종성 혈관 내 응고, 망막 및 대뇌 혈관 혈전증이 나타난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응급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한 약제는 제한적이었다.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 유철주 교수<사진>는 "그동안 환자를 치료하고 진료하는 데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세프로틴주와 같은 효과적인 신약이 나왔을 때 그 벽을 넘거나 뚫을 수 있는 신무기가 생긴 기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낮은 인지도로 '조기 발견' 쉽지 않아
 

'단백질C'는 비타민 K 의존 단백의 일종이다. 체내에서는 트롬빈-트롬보모둘린(thrombomodulin) 복합체에 의해 활성화 되는데, 단백질S를 보조인자로 해 혈액응고인자 V와 VIII을 억제한다. 그리고 플라스미노겐 활성제 억제인자(plasminogen activator inhibitor; PAI)의 생성과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섬유소용해능력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비타민 K 의존성 항응고인자 중 하나인 단백질C의 수치가 1% 미만(1IU/dL 미만)으로 부족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혈액 응고 조절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

천연 항응고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C의 유전적 결핍은 과도한 혈액 응고 기전의 활성화를 일으켜 반복적인 정맥 혈전증과 폐색전증 등을 동반한다.

발견 즉시 치료 하지 않으면 며칠 이내에 전격자색반병, 망막 및 대뇌혈관의 혈전 등이 발생해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신생아 40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초 희귀유전질환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기준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환자를 포함한 32명의 단백질C 결핍증 환자가 보고됐다.

이 때문에 신생아 때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대표적으로 몸 전체의 혈관에 혈전이 형성되는 전격자색반병(purpura fulminans)을 동반한다. 주로 팔과 다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전신에 퍼질 수 있으며(파종성 혈관 내 응고) 정상적인 혈액 흐름을 차단하고 주변 조직의 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

전격자색반병이 발생된 신생아는 이환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출혈을 보이고 피부에 큰 보라색 반점이 형성되며 피부 괴사가 유발된다.

그동안 가족력을 동반한 경우 헤파린, 쿠마린(와파린), 아스피린 등의 항응고 치료로 일차적인 예방 치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기존의 통상적 치료법은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혈전합병증이나 혈액매개감염의 위험이 있어 응급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치료 가능한 약제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Q. 질환명이 낯설다. '단백질C 결핍증'이라고 하면 단백질C가 부족하다는 의미 아닌가. 그렇다면 단백질C의 역할은 무엇인가? 

유철주 교수 = 우리 몸에서 피는 응고되기도 하고 출혈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처가 나면 응고를 시켜야 하는데, 혈액 내 응고가 많이 되면 혈관이 막히게 된다. 그래서 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전이 발생하면 용해 작용을 하는 것이 '항트롬빈3', '단백질C', '단백질S'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단백질C가 한다.

단백질C는 혈액 응고를 용해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결핍되면 우리 몸에 응고가 잘 일어난다.

단백질C 결핍증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Q. 선천성이라면 대부분 신생아 때 발견이 되나?
 
유철주 교수 = 단백질C가 얼마나 결핍돼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중증의 경우는 대부분 선천성이다. 

모든 사람들의 혈액 내에는 단백질C가 미량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평균 100% 정도 유지한다면,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인 경우는 1% 미만으로 보고된다.

또한 폐혈, 범발성혈액응고증후군(DIC),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후천적으로도 생길 수 있다.

비타민K는 단백질C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만성 간질환이나 간경변이 있으면 비타민K가 결핍이 돼 단백질C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이처럼 2차성으로 생기는 경우는 중증이 아니다.

중증이라고 하면 보통 선천성으로 단백질C를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결핍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Q.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유전 질환인가?

유철주 교수 = 그렇다. 유전 질환인데 열성이다.

우리 몸에는 상염색체와 성염색체가 있다. 상염색체 중 단백질C를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 결손 등이 생겨 유전자를 만들 수 없어 결핍된 것이다.

돌연변이가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중증과 경증으로 나눌 수 있다.

Q. 신생아의 어떤 모습을 보고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을 짐작할 수 있나?

유철주 교수 = 혈전이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다.

대개 중증 선천성으로 결핍되면 출생 시 혹은 출생 전 태아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또한 출생 시 혹은 출생하고 나서도 하루 이틀 내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다만 몸 전체, 사지에 자반이 심하고 크게 나타나는 전격자색반병의 경우, 응고로 인해 자반이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출혈로 인해 자반이 생기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피부의 자반 뿐만 아니라 뇌 쪽에서도 출혈이 생길 수가 있다. 이 경우 뇌출혈, 뇌경색, 뇌성마비가 생길 수 있고 뇌경색이 오면 뇌실이 커질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산전 초음파에서 뇌실 문제가 발견되기도 한다. 별 문제 없이 태어났다가도 며칠 내에 뇌경색이 생겨 아이가 경기하거나, 뇌의 신경학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Q.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은 만큼 인지도가 낮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도 그러한가?

유철주 교수 = 외국 자료에 의하면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많게는 50만 명 적게는 400만 명 당 한 명 꼴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보고된다. 정말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2020년 기준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환자를 포함한 단백질C 결핍증 발생자 수는 총 32명이다.

이처럼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초 희귀유전질환이라 병을 의심조차 할 수 없어 진단이 늦어진다. 조기 진단이 안되고 치료가 늦어지면 후유증이 크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 국내 최초 허가된 사람단백질C 제제 '세프로틴주'
 

'세프로틴주'는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환자에게 승인된 최초의 사람단백질C 제제다.

소아 및 성인의 중증의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환자의 정맥혈전증 및 전격자색반병 예방 및 치료에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다케다제약은 세프로틴주를 투여 받은 중증 단백질C 결핍증 환자와 대조군(사람단백질C가 아닌 기존 요법을 받았던 환자)을 대상으로 한 2/3상 연구를 시행했다.

SCPCD(Severe Congenital Protein C Deficiency Severe congenital protein C deficiency)로 등록된 총 11명의 환자에서 24건의 급성 혈전증(그 중 19건은 전격자색반병(n=18)/와파린 유도 피부 괴사(n=1)이고, 5건은 정맥혈전증)에 대해 사람단백질C를 시작 용량 120IU/kg bolus 투여 후 유지요법으로 매 6시간마다 60IU/kg 투여했다.

대조군은 효능 등급을 기록한 피부 병변이 있는 23명의 고유한 환자로 구성됐다.

1차 평가변수는 전격자색반병 및 기타 혈전증에 대해 효과적인 치료, 합병증을 동반한 효과적인 치료, 효과 없음으로 유효성을 살펴봤다. 2차 평가변수는 전격자색반병 및 피부 병변, 기타 혈전증에 대한 유효성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과거 치료법(대조군)에 비해 세프로틴주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상당한 치료 이점을 보였다.

1차 유효성 평가 결과, 세프로틴주는 신선동결혈장(fresh frozen plasma) 및 항응고제(anticoagulants) 등의 기존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단백질C의 1차 유효성 등급은 과거 치료법(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더 높았다.

11명의 환자에서 발생한 18건의 전격자색반병에 대해 94.4%가 효과적임으로, 5.6%가 합병증을 동반한 효과적임으로 평가됐으며, 효과없음으로 평가된 것은 없었다.

2차 유효성 평가 결과, 전격자색반병/피부 병변 치료에 대해 72.2%는 훌륭함(excellent), 22.2%는 좋음(good), 5.6%는 양호함(fair)으로 나타났다.

정맥혈전증(venous thrombosis) 치료에 대해서는 80%가 훌륭함(excellent), 20%가 좋음(good)으로 평가됐다.

전체 연구에서 사람단백질C 치료와 관련돼 있거나 중증의 이상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급성 에피소드와 단기 예방요법에 대한 회복 및 반감기 결정을 위한 세프로틴주의 초기 투여 용량은 100~120IU/kg으로 권고된다. 그리고 100%의 목표 피크 단백질C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용량을 조절한다.

급성 에피소드가 해결된 이후에도, 치료 기간 동안 최저 단백질C 활성 수준이 25%를 초과해 유지될 수 있도록 동일한 용량 투여를 지속한다.

예방적 투여를 받은 환자에서, 혈전증 위험이 증가된 경우(예, 감염, 외상 또는 수술적 중재)에는 더 높은 단백질C 활성 수준이 정당화될 수 있다.

최저 단백질C 활성 수준은 25% 초과해 유지하도록 권장된다. 소아에 대해서도 동일한 투여 가이드라인이 권장된다.

 


Q. 올해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 치료제 '세프로틴주'가 허가됐다. 세프로틴주 허가 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유철주 교수 = 혈액이 응고되지 않게 '헤파린'이나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사용했다. 다만 항응고제를 많이 쓰게 되면 출혈 경향이 생길 수 있다. 

혈전예방제를 피하주사로 투여하기도 하는데, 용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출혈 혹은 혈전이 심해져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즉,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혈전 합병증이나 혈액매개감염의 위험도 있어 치료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Q. 세프로틴주는 국내 최초의 사람단백질C 제제이다. 단백질C를 보충하는 개념인가?

유철주 교수 = 그렇다. 항상성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C를 보충해 100%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람의 몸에는 반감기가 있다. 현재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되는 허가사항을 기준에 따르면, 적어도 하루 4번 정도 투여해야 꾸준하게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많은 혈당으로 제조하므로 고가이고, 현재 희귀의약품 센터를 통해 제한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꾸준히 투여하기에는 부담이 있어 보통은 다른 항응고제로 치료한 후 응급상황, 수술 전에 필요할 때 사용하고 있다.

Q. 세프로틴주 임상 결과를 보면 기존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유의하게 높았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확인했는가?

유철주 교수 = 진료 현장에서 처방했을 때 임상 연구 결과와 일관되게 효과가 좋았다.

산전 초음파에서 뇌에 문제가 있었던 신생아가 있었다. 뇌 MRI 결과, 혈전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 혈장에서 단백질C를 보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단백질C 결핍이 원인이었고 헤파린으로 치료했으나 피부 괴사가 심해졌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세프로틴주를 사용했더니 자반증이 많이 좋아진 경험이 있다.

또 다른 환자는 뇌 문제로 여러 후유증이 발생해 지금까지도 계속 치료받고 있다. 이 5살 소아 환자는 헤파린이나 와파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혈전이 의심되는 경우가 생겼다.

자반이나 혈전 때문에 몸 속에 덩어리가 생겼는데, 그 원인이 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혈전이 잘 조절되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프로틴주를 사용했고 이후 호전됐다.

Q. 세프로틴주는 꾸준히 투약해야 하는가?

유철주 교수 = 어려운 문제다. 고용량으로 꾸준히 쓰는 게 좋겠지만, 약가와 함께 빠르게 공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공존해 현재 국내에서는 응급상황이나 수술 전에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쓰느냐도 문제다. 세프로틴주의 경우 한 번 투여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투여하고 유지해야 한다.

처음에는 100%가 될 수 있도록 투여한 이후 25~30%를 유지해야 한다. 향후 정식적인 절차를 걸쳐 공급이 이뤄지고 약가 부담이 낮아 진다면 그에 따라 고려할 수 있을 듯 하다.

Q. 그렇다면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치료 목표가 무엇인가?

유철주 교수 =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따라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혈전이 다시 안 생기고 이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후유증이 생기는 경우 재활 치료 등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다.

Q. 보통 희귀질환의 경우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너무 어렵다. 특히 초 희귀질환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 같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어떻게 조기 진단을 할 수 있을까?

유철주 교수 = 일반인분들이 희귀질환에 대해 알기는 힘들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대개 신생아 때 문제가 발견된다. 그러므로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질환의 증상과 특성을 잘 기억하길 바란다.

질환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출혈 쪽 문제인지, 혈전 쪽 문제인지 기본적인 검사가 잘 이뤄지면 보다 진단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허가된 만큼, 이 분야에 전문적인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응급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를 투여하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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