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민감한 부분이 담겨 있어 비공개 상태였던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의 성과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가 공개됐다.
국내에 2006년 12월 29일 사용량-약가 연동제도가 도입된 후 15년이 경과했으나, 사후관리 및 사용량 관리 기전으로써 그 영향력이 다소 한정적이라는 의견이 존재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 결과의 핵심은 '적용 대상'을 높일 수 있는 기준 개선이었다.
건보공단의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의 성과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구의 고령화, 최근 고가 의약품 등의 건강보험 진입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사후관리제도, 사용량 관리 제도로써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는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부로 도입됐으며, 2014년 이후 산식에 의한 가격을 협상참고가격으로 활용해 '가, 나, 다' 세 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사용량 증가에 따른 약가 인하 요인을 반영하고 보험 재정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협상을 거친 총 926개 품목, 481개 동일제품군('유형 2' 제외)을 대상으로 협상유형, 절감액, 인하율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는 국내 재정 절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약제비는 근 10년간 8.1조(160%), 연평균 증가율 4.5%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용량 제도로는 2011년 이후 누적 2,570억의 약품비를 절감했고, 2021년 기준 약 403억원을 절감했다. 이는 전체 약품비(21.2조) 중 0.12%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건강보험 약품비 중 사용량-약가 연동제도로 인한 재정 절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1~0.3% 정도이나, 재정 절감액 평균 증가율(29.2%)은 전체 약품비 평균 증가율(4.4%)을 상회해 약품비 지출 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사용량-약가 연동제도는 평균 청구액 134억의 약제에 대해 연간 약 5.2%의 가격을 인하했다. 이로써 보험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제품에 대해 사후관리를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형별 절감액이나 품목은 '유형 다'가 가장 높았고, 2018년 이후 그 영향력이 커졌다.
지난 2012년~2021년까지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을 받은 926개 품목(481개 동일제품군)들의 품목당 재정 절감액은 중앙값, 평균, 하위 25%, 상위 25%에서 모두 유형 '나'가 제일 높았다. (중앙값 약 5억 9천만원).
전체적으로 청구 금액이 높은 품목들의 인하율이 더 낮은 음의 관계가 관찰됐다. 최대 인하율 10%는 대체로 청구 금액이 낮은 품목에 집중됐다.
'유형 나', '다'의 경우, 사용량 3배 증가 시 최대 인하율(10%)에 도달하지만 '유형 가'의 경우, 6배 이상 증가해도 인하율 10%에 이르지 않았다. 즉 가의 인하율이 '유형 나', '다'에 비해 더 낮았다.
2012년~2021년 사용량-약가 연동제 제도가 적용된 793개 품목(동일제품군 기준 380개) 중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이 반복 인하됐는지 살펴본 결과, 전체 380개 동일제품군 중 318개(84%)가 1회 인하됐다.
그러나 26개의 동일제품군은 10년간 3회 이상 인하가 반복됐다. 3회 이상 반복 인하가 된 제품 중 국내 제약사 제품군은 9개, 다국적 제약사 제품군은 17개이며, 인하 횟수가 증가할수록 평균 인하율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약 10% 정도 되는 품목들이 지난 10년 동안 사용량-약가 연동제도에 반복 적용됐으며, 인하율 역시 인하 횟수가 증가할수록 감소했다. 제약사가 체감하는 정도보다 적용 대상 및 인하율은 낮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주로 재정 영향이 큰 품목에 대한 인하폭 적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대로 재정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품목에 대한 추가 규제는 제안하지 않았으나, 재정 영향이 적은 품목이라고 해서 현재의 가격 수준이 적절하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정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품목에 대해서는 재평가 등의 별도의 관리 기전이 요구된다.
아울러 현재 산식 하에서는 최대 인하율 10%를 초과하는 품목들이 거의 없어, 산식을 바꾸지 않고 인하율만 상향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연구팀은 증가율 기준만 있는 '유형 가'에 절대값 기준을 추가하는 방향을 잡았다. 현 제도의 취지가 재정 건전성 확보라고 할 때, 결국 증가율(%)보다는 증가액에 대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유형 가'의 경우 증가율 기준만 있어 증가율은 낮더라도 증가액이 큰 품목에 대한 적용에 한계가 있다.
특히 청구액이 큰 품목의 경우, 증가율은 낮더라도 증가 금액이 높아질 수 있어 30%보다는 큰 추가 조건이 고려됐다.
또한 '유형 나', '다'에 있어서도 증가 금액 기준을 낮춰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재정 영향(청구 규모)이 큰 품목에 대해 산식을 차등 적용하고, 차등된 산식 계수를 반영해 최대 인하율을 상향하는 방안이다.
현재의 제외 기준(청구액 20억)을 30억~50억으로 높여 협상의 효율성과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연구팀은 단기 제도 개선 방안으로 선정기준 및 제외기준 개정, 산식 차등화, 최대인하율 상향을 제언했다.
중기적으로 청구액 증가에 따른 인하율 상향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재의 산식을 로그산식으로 변경하고, 거시적 관점에서의 약품비 관리를 위해 초고(超高) 재정 품목(청구액 1,000억 이상, 2배 이상 증가)에 대해 집중 관리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로그산식 적용 시 본 연구의 시뮬레이션에서 나타난 재정 절감 효과는 2019년~2021년 3년간 약 1,890억 원이었다. 2021년 기준 현재의 403억 원과 비교했을 때 연간 약 230억 원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체 약품비 대비 협상 약제의 청구액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므로, 포함대상/산식/인하율 관련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뿐만 아니라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약가를 인하할 동기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한 예로 현재의 제외기준에 해당하는 산술평균가 대비 인하 정도(현행 : 90% 미만)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방법이 있다.
일시적 환급의 경우 일시적으로 사용량이 증가한 품목의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 중기로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환급제도(이중가격제도)는 이해관계자 별 이견이 커 단기에 도입하기 어려우나, 이해관계자 이견 및 건강보험의 취지, 제도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그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음을 이해관계자가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권고됐다. 대만(총액예산제)의 사례를 고려할 때, '총액예산제'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동일제품군의 거시적 약품비 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성분군, 효능군, 제약사 단위로의 확장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총액예산제에 기반한 사후관리 제도 패러다임의 전환에 힘을 실었다.
연구팀은 "약효군별 예산을 정해 총액예산제를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성분별 처방/최저가 대체조제 등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 더불어 총액예산제의 도입을 전제로 사후관리제도를 유기적으로 운영해 예측력을 높이고, 정책 수용성 및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