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 예고‥'종합병원'들의 위기 신호일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그럼에도 병상수 확대 중인 대학병원들
수도권 병상수는 계속 증가하는 중‥노후화된 종합병원은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 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09 06:0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명동 성당 건너편,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의 폐원이 예고됐다.

이유는 20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때문이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04년 첫 적자가 보고된 후 누적적자가 1,745억 원까지 늘어났다.

서울백병원은 경영난을 탈피하기 위해 2016년 경영정상화 TF팀을 만들어 운영해 왔지만,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인력과 병상수 감축, 외래중심 전환, 병실 외래 공사 등으로도 적자를 막지 못한 것이다.

서울백병원은 오는 20일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폐원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백병원이 폐원되더라도 교직원 393명은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으로 고용이 유지된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열어 80년이 넘게 자리를 지킨 서울백병원의 폐원 소식에 의료계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면서도, 동시에 종합병원들의 위기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 평가했다.

서울백병원은 결과적으로 수도권 내 병원들의 경쟁에서 밀린 것과 다름없다. 수도권에서는 대형병원들의 몸집 키우기가 과열되고 있으며, 늘어난 몸집만큼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상급종합병원, 병원, 의원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경증, 중증과 상관없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증환자는 근거리 병·의원에서 지속 가능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상급종병에서는 중중환자가 집중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급종병으로의 쏠림 현상 완화에 실패했다.

상급종병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도가 높은 환자만을 담당하더라도 재정이나 평판에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 의료시스템으로는 상급종병이 그 손해를 감안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환자들의 재정 부담을 낮추면서 상급종합병원 및 대형병원을 택하게 만들었다.

이전부터 서울권에서 경쟁에서 밀린 종합병원들의 폐원 소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4년에는 중앙대 필동병원, 2008년에는 이대 동대문병원, 2011년에는 중앙대 용산병원, 2019년에는 성바오로병원, 2021년에는 제일병원이 폐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과 경기, 수도권 지역에서 유독 경쟁이 치열한 이유가 무리한 병상수 확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수도권 내 대학병원들이 분원 및 새 병원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를 가할 장치가 없다면 쏠림 현상은 완화되기는 커녕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원평가실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허가 병상수는 약 72만 병상이다. 이는 2018년도 말 대비 2.4% 증가했다.

병상수를 기준으로 볼 때 서울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계속 12%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도 지역도 전체 병상수는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19.8%나 차지했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합친 수도권 병상수만 32.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수도권에는 대학병원들의 분원으로 최소 병상이 6,300병상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대병원은 경기도 평택시와 파주시에, 경희대의료원은 경기도 하남시에, 서울아산병원은 인천 청라에, 한양대의료원은 경기도 안산시에, 길병원은 경기도 위례에 분원 설립을 추진한다.

더불어 인하대병원은 김포시에, 경기도 시흥시에는 서울대병원이 병상수 800개의 배곧서울대병원을 만든다. 인천 송도에는 연세의료원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송도세브란스병원을 설립 중이다.

고대의료원도 분원에 뛰어들었다. 고대의료원은 안암, 구로, 안산병원에 이어 경기도 과천시와 남양주시에 분원을 준비한다.

이렇게 되면 병원들은 경증, 중증 상관없이 병상을 채우기 위한 경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필요한 대학병원의 병실은 병상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비용 소비적으로 채워지게 된다.

결국 노후화된 중소 종합병원들의 경우 몸집을 키워가는 대형병원의 경쟁에 밀려 경영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외 지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병원장협의회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은 각각의 역할이 있는데, 대학병원 확장 경쟁은 나머지 의료기관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의료전달체계 근간을 흔들고 보건의료시스템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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