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복지부 반대에도…국회 '건보 기금화' 필요성 제기

올 초 입법조사처 이어 지난달 예산정책처도 "기금화 필요" 재차 언급
예산처 "건보 의사결정 정부 재량 과도…단기적 정치상황 영향 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8-03 06:01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국회발 건강보험 기금화 필요성 목소리가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반대 입장에도 국회는 올 초 입법조사처에 이어 최근 예산정책처까지 반대 논리에 재반박하며 기금화 필요성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 기금화 필요성 목소리가 재차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7일 2022회계연도 결산 분석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운영 투명성 제고 방안 마련 필요성을 제언하고, 방법으로는 기금화를 제시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월 '올해의 이슈' 보고서를 통해 기금화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건강보험 기금화 필요성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돼 20여 년간 이어졌으나 매듭짓지 못한 논란이다. 

국회는 건강보험 재정 관련 의사결정 권한 복지부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복지부 소속으로 설치·운영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며,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회계 및 예·결산은 복지부 승인에 의해 이뤄진다. 건강보험 정책 수립 주체인 복지부가 사업 예결산 심의 권한까지 동시에 갖는 셈이다.

또 건보료 등 자체적 수입만으로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국고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통제 기전은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획재정부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말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율 법정화와 국고 지원 일몰제 폐지에 반대하며 기금화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기금화를 비롯해 건강보험 지출·수입 등 재정 운영에 대한 투명성 제고 및 국회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복지부는 기금화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금으로 운영될 경우 가입자나 공급자 등 이해당사자 자율성이 침해되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치적 쟁점화될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또 매년 수지균형을 목표로 하는 단기보험으로 여유자금 조성이 어려워 기금화 실익이 적고, 감염병 위기와 같은 단기적 변동성이 큰 의료비지출 틍성상 신축적인 재정운용 필요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한다.

아울러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도 국가재정 전반에서 함께 논의된다면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란 점도 우려하고 있다.

예산처는 이에 대해 정치적 쟁점화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며, 오히려 현 의사결정구조가 과도한 정부 재량범위로 단기적 정치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윤석열 정부 들어 방향을 대폭 틀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또 기금으로 운용해도 예산에 비해 탄력적 운용이 가능해 감염병 위기 등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봤고, 기금운용평가를 통한 엄밀한 재정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기금화까지 논의가 확장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에선 기금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야당은 기금화까지는 동의하지 않아 입장이 갈리기 때문.

복지위는 최근 기금화가 아닌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 중인 상태다.

당시 복지위 야당 관계자는 "기금화엔 동의하지 않지만 투명성 강화와 국회 통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일종의 타협안 성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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