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체계',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흩어진 정책 '연결' 필요

산발적인 응급의료 정책‥세밀하게 연결하고 조율하기 위한 시스템 필요
내년부터 시행될 여러 응급의료 정책들‥획기적인 지원과 판단 없다면 무용지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30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현장에 있던 의사들은 모두 동의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이다.

현재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연일 발표를 이어가고 있으나 '제대로 실행하는 것', 그리고 펼쳐진 정책들을 '제대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힘을 얻었다.

지난 29일 제 14회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에서 마련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 포럼에는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김인병 교수(대한응급의학회 차기 이사장)가 참석해 우리나라의 현 응급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다양하게 드러나면서 하드웨어의 구축은 어느 정도 돼 있으나, 이를 연결하고 조율하기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직시했다.

우리나라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41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131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239개소가 존재한다. 상급종합병원 45개소 중 권역응급은 28개소, 지역센터는 17개소다.

그렇다면 응급실을 방문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는 5명 중 1명이 응급실을 방문한다고 보고된다. 문제는 이 중 진짜 중증 환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과밀화는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응급실 뺑뺑이 등 정말 응급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교수는 "의료인력의 이탈로 응급실 진료 단계에서부터 타 병원으로의 전원이 어렵게 됨으로써 중증의 응급환자 수용에 대한 제한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문제의 증대로 의료진의 기피 진료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19 대국민 상담과 안내 강화를 제안했다. 주요 증상, 기저질환 등 환자 상태 정보를 입력하면 현재 위치, 연령, 성별 등을 입력 후 의심되는 질환, 응급 중증 여부 등을 안내해 인근 방문 가능한 응급실로 연결하는 것이다.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도구를 도입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해당 분류도구를 만들 때에는 일관성 있는 체계적 분류와 긴급도에 따른 적시 응급처치 제공, 긴급도에 따른 적정병원으로의 이송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부적정 이송 수용 곤란 사례 모니터링도 제안됐다. 복지부에서 지역의료협의체를 만들어 관리하라는 큰 틀의 지침은 마련했지만 아직 정비는 안 된 상태다.

김 교수는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가 자가 진단으로 응급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 119 구급대는 관할 지역 내에서의 협의로 중증도에 따른 병원 선정을 하는 시스템,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사전에 파악한 진료역량 정보에 따라 전원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응급의료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실행력이다. 하드웨어는 갖춰지고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가 각자 따로 노는 상황.

김 교수는 지역 응급의료협력체계 구축·운영과 더불어 응급의료평가, 기금(예산) 건보재정(수가), 정보시스템이 갖춰져야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과 세밀한 정책적 판단이 없다면 응급의료를 해결하기 위한 골든타임의 시간은 끝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전원할 병원을 찾아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지 못할 경우 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증 환자임에도 2차 병원으로 가는 상황도 문제이지만, 우리나라는 경증 환자임에도 3차 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내 보고된 응급환자를 분석해 보면 60-70%는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옮기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고 있다. 일부 병원의 응급실 과밀화는 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전원 협력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성화하고 강화할 수 있는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박 이사장은 "2차 병원들이 119 구급대 등으로부터 첫 번째 연락이 왔을 때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3차 병원에 치료가 필요한 진짜 환자들이 갈 수 있다. 다만 전원 환자 수용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수가 제도와 정책적 기반이 뒤따라 와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이용희 사무관은 준비된 응급의료 정책이 시행되려면 정비가 필요함을 인정했다.

이 사무관은 "내년부터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수용 곤란 고지 등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고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응급실 지정 기준에도 최종치료과의 역량을 반영하기 위해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응급실 과밀화 현상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에게 협조를 구하겠다는 방향을 내놓았다. 복지부는 응급실 이용 문화를 개선하고자 대국민 정보제공을 위해 자가 분리 앱을 개발 중이며, 광고 캠페인도 꾸준히 시행할 계획이다.

이 사무관은 "의료진 보호를 위해 법적인 책임 문제, 보상과 근무 여건 문제를 보고 있는데 조만간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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