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 제한 이어 전문의 배치 상향…‘경영난’ 대책 불가피

정부, 전문의:전공의 2:1 비율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 방침
현 상급종병 전공의 비율 40%…적용 시엔 인건비 상승 초래
중증·응급 한정돼 재무상태 악화 이어 수익성 악화 '설상가상'
정부, 보상체계 개선-수가지원 병행 예고…내주 토론회 예정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3-13 06: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정부 의료개혁 방향이 상급종합병원 경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수익성과 지출구조 악화로 경영난이 예고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확고한 대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을 신속히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된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문의 배치기준을 강화해 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하게 고용하도록 하고 보상 체계도 개선키로 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해 병원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하겠다.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 2분의 1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보다 많이 고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책은 현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고려하면 악재다. 그간 병원계에서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전문의보다는 전공의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어왔다. 때문에 특정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50%에 육박한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빅5’ 병원 평균 전공의 비율은 39%로 조사됐다.

전문의와 전공의 비율을 2:1로 맞추려면 전공의 비율이 33%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39%를 33%로 내리려면 전문의 고용을 늘려야 하고, 전공의 고용은 낮춰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병원에서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는 급상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대로라면 현 상황에서 전문의를 더 늘려야 하는 건데, 이 경우 병원 지출에 절반 가까이 되는 인건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병원 수익은 더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그 경영적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만 한다. 그것이 수가가 됐든, 지원비가 됐든, 관련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정책 방향은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비상진료체계 도입으로 진료·수술 건수가 감소한 데다, 중증·응급으로 한정해 진료가 이뤄지고 있어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재무구조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가 40%쯤 감소했고, 외래 환자는 의원급이나 종합병원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보니 주요 대형병원에서 적자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거기다가 인건비까지 늘어나면 병원이 정부 도움 없이 자립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정부는 전문의 배치 기준 강화와 함께 보상 체계 개선, 수가 지원 병행 추진 등을 언급한 상태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2025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적용된다는 내용은 공개됐지만, 이외 수도권·사립병원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상할지 공개되지 않았다.

한 상급종병 관계자는 "전문의 배치기준 강화가 기존 수도권 병원까지 소급 적용될 것인지는 지켜볼 부분이지만, 정책 취지상 단계적으로라도 이뤄지게 될 것 같다"며 "의료개혁이라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지만,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의료체계가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행태와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의 중심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 지원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영상 여건이 아닌 의료체계 상 우려점도 확인된다. 각 병원마다 전문의 고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수요를 감당할 만큼 전문의 수가 충분할지는 불투명하는 것이다. 또 각 병원마다 전공의 숫자를 줄이게 되면, 좁아진 문틈을 넘지 못했을 경우 지방으로 내려가기보다 일반의와 개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정원을 증원하면서 전문의 배출이 시급하다고 해놓고 수련병원 내 전공의 자리를 줄이게 되면 분명 과도기적인 부분이나 정책적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병원 차원에서는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전공의 수련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내주 중으로 전문의 중심병원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현장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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