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약바이오·의료기산업의 명암

박상융 변호사의 역지사지(易地思之)

메디파나 기자2024-05-21 08:28

한국거래소 공시위원을 하면서 바이오벤처 A기업의 부실공시관련 심사를 했을 때다. A기업은 초기 기술특례로 상장되기 전, 여러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도 유치 받은 바 있다. 

하지만 A기업의 연구개발 속도는 더뎠고, 매출 발생은 점차 멀어져갔다. 그러다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결국 자본시장에서 퇴출됐다. 
  
바이오벤처는 2020년대 들어 큰 전기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진단검사시약, 치료약 관련 매출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주가급등이 있었다. 또 저금리에 따른 양적완화로 투자금은 바이오벤처로까지 대거 흘러들어갔다. 

제약바이오, 의료기기가 돈이 된다고 하니 너도 나도 바이오 전문 분야가 아닌 회사들도 바이오산업 육성으로 자금을 투자했다. 

이에 질세라 바이오벤처들도 전환사채(CB)나 유상증자 등을 남발했다. 결국 일부 바이오벤처는 투기모험성 업종이란 세간의 인식을 굳히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 즉 자금난이나 재무 건전성 문제로 회계법인 감사인의 감사거절이 이어졌다. 유동성 확보 문제로 인한 지속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바이오벤처는 유상증자와 대여금, 매출채권  조기회수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투자자확보는 어려웠다.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면서 투자자들은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로 나선 회사와 개인들도 속칭 기업사냥꾼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약개발보다는 경영권 확보 후 인수주식 차입담보를 통한 인수 후 매각, 이익 획득만이 관심이었다.

다시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본 명제를 되새길 때다. 신약개발에는 장기간 국내외 임상시험 진행과 결과, 그 후 제품 시판 후 조사까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약 연구개발비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간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어떠한 이익도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앞서 설명했던 A기업도 그러한 사례다. 계속기업 존속여부는 회사의 향후 자금조달계획과 경영개선계획의 성패에 의해 좌우된다. 

A기업도 존속을 위한 과정에서 임상연구 등 신약개발 연구투자 명목의 돈을 실제 회사운영비로 썼다. 게다가 공시관련 전담인력의 부족으로 경영주가 공시책임까지 담당하다보니 지연, 부실공시로 인해 벌점부과로 이어졌다. 이는 거래정지, 나아가 상장폐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로인해 선량한 다수 소액주주들은 많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너도나도 헬스케어, 바이오 신약개발에 뛰어든다. AI를 내세워 자금을 유치하고 심지어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한다. 그러나 제품시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신약 개발까지 장시간 소요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악의적인 기업사냥꾼의 개입으로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고소고발로 회사가 만신창이 된다. 제약바이오와 헬스케어가 미래 산업으로 거듭나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다. 

정부는 자금 및 경영기술을 지원하고, 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자본시장은 보다 면밀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스타트업 회사나 개인에게만 일임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기고| 박상융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

-사법연수원 제19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사 
-前 충남지방경찰청 과장 
-前 경기 평택경찰서장
-前 한국거래소 상장폐지심사위원, 공시위원
-前 드루킹 특별검사보 

[주요 저서] 
-공공기관 부정예방과 적발 어떻게 할 것인가(영화조세편람)
-경찰이 위험하다, 범죄의 탄생(행복에너지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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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4-05-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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