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경험해본 '렉라자', 처방에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인터뷰]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기쁨 교수
약제 효과 외에 밀접한 의료진 경험도 중요…신뢰 두터워
3상 통해 L858R 치환 변이에 대한 효과 입증…굉장한 장점
고령 또는 저체중 환자 용량 조절 필요시에 비교적 편리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도 기대…추후 OS 데이터 주목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5-27 11:5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3세대 EGFR TKI(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올해 1월 1일부로 보험급여가 적용돼 임상 현장에서 사용된 지 5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7월 유한양행이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시행해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였던 것까지 고려하면, 렉라자가 본격적으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된 지 어느덧 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EGFR 돌연변이에 높은 선택성을 갖고 있다. EGFR 하위 변이에 관계없이 일관된 항종양 효과를 나타낸다. 관련 3상 임상에서 엑손19 결손(exon19del) 변이와 엑손21(L858R) 치환 변이 모두에 20.7개월로 일관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보였다.

특히 L858R 치환 변이는 다른 변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렉라자 임상 결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는 늘어나는 처방례로도 확인되고 있다.

이에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기쁨 교수<사진>로부터 렉라자가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미치는 영향과 임상 현장에서 직접 겪는 효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기쁨 교수는 렉라자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EAP를 통한 다수 처방 경험을 갖고 있다.

Q. 렉라자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는 곧 '신규 환자들이 렉라자를 선택한다'는 의미인데, 렉라자가 선택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생각하나.

EGFR 돌연변이 환자 30~40%가 뇌전이를 경험한다. 다만 기존의 1·2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는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 Barrier) 투과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어, 3세대 치료 옵션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3세대 표적치료제인 렉라자는 뇌전이와 엑손21(L858R) 치환 변이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1·2세대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설사, 피부발진 등 부작용으로 인한 불편감을 많이 호소한다. 입원하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렉라자는 이같은 부작용 빈도가 낮다. 3상 데이터에 확인된 안전성 프로파일이면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렉라자가 선호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현재 3세대 치료제로 두 가지가 있지 않나.

그렇다. 두 약제 모두 중요한 옵션이다. 그 중 렉라자는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된 약제다. 임상 개발 단계부터 국내 연구진이 참여하고 약제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더 신뢰를 갖고 자신 있게 처방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약제 효과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의 밀접한 경험도 중요하다. 의료진으로서 전임상 단계부터 개발을 지켜봐 왔다. 그만큼 렉라자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객관적인 데이터도 충분하다. 3세대 치료제인 '오시머티닙'은 L858R 치환 변이에 있어 상대적으로 PFS 데이터가 부족하다. 국내에서 EGFR 돌연변이 중 엑손19 결손 변이가 60, L858R 치환 변이가 40 정도 비율을 보이는데, L858R 치환 변이는 비교적 약이 잘 듣지 않아 예후가 나쁘고 치료 반응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렉라자는 LASER301 3상을 통해 L858R 치환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PFS 17.8개월을 나타냈다. 이는 굉장한 장점이다.

렉라자는 용량 조절도 편하다. 기본적으로 3알을 복용해야 하는데 환자 상황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용량을 2알로 줄이다가 컨디션이 좋아지면 3알로 다시 증량하기도 한다.

Q. LASER301 임상 결과가 실제 처방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물론 그렇다. 약제를 결정할 때 의료진과 환자 간의 조율이 중요하다. 렉라자는 글로벌 3상 임상을 통해 한국인 대상 데이터도 우수하게 나왔을 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했듯 우리나라에서 개발됐기 때문에 국내 의료진이 약제 특성, 부작용 등에 대한 이해가 특히 깊다. 환자들에게 좀 더 면밀히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경으로 의료진도 약에 자신감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렉라자에 대한 실제 처방 경험도 공유 부탁드린다.

10명 중 8명은 초기에 바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렉라자는 반응 기간이 1·2세대 치료제 대비 2배 수준이다. 아직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까지 나오진 않았지만 PFS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1세대 치료제와 확연히 차이 난다.

간혹 뇌전이가 있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받으려고 대기하던 환자들이 렉라자를 처방받고 치료 반응이 상당히 좋아 여타 치료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29세 남성 환자 케이스가 있다. 이미 뼈와 뇌에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4기로 진단됐다. 하위변이종은 L858R 치환 변이로 확인됐다. 바로 렉라자를 처방했고 복용 3주 후에 폐에 있는 원발암 덩어리가 확연히 줄었다. 뇌전이 병변 또한 거의 사라졌다. 뼈에만 전이가 일부 남아있는 정도였다. 확실히 렉라자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사례다.

나이가 있거나 체중이 적은 환자는 항암제 복용이 쉽지 않기 마련인데, 이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컨디션에 따라 용량 감량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 좋다. 앞서 언급했듯, 렉라자는 용량 조절이 비교적 편리하다. 전반적으로 렉라자는 처방해도 될지 고민할 여지가 없는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Q. 혹, 3세대 치료제 간에 교체 투여가 가능한가.

교체 투여가 흔히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굉장히 드물게 이뤄진다. 오시머티닙에서 렉라자로 변경한 환자가 있었다. 오시머티닙을 복용하던 환자가 3등급 이상의 간질성 폐질환을 보였다가, 렉라자를 처방받은 후에는 간질성 폐질환 증상이 없었던 사례가 있다. 한 외국인 환자도 뇌수막에 전이가 있었는데, 렉라자를 처방받기 위해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작용이 심한 경우에는 교체 투여를 고려할 수 있으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교체 투여는 진행하지 않는다.

환자가 만약 내성이 생기면 렉라자를 처방받을 수 있는지 묻곤 한다. 내성이 생긴 이후에는 제각기 다른 내성 기전에 맞춰 치료를 하는 게 원칙이다.

Q. 유한양행이 시행했던 EAP에 대한 견해는.

급여 혜택을 받는 약제가 제한적이었을 때는 환자들에게 1·2세대 치료제를 권해드릴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실제 권할 수 있는 옵션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으로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3세대 치료제가 언제 급여 적용될지 요원한 상황에서 EAP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EAP에 참여할 수 있다면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연세암병원은 약 120명 환자를 EAP에 등록해 렉라자를 처방했다.

조직 검사 전에 이미 혈액 검사에서 EGFR 변이가 발견된 환자들은 바로 EAP에 등록하기도 했다. 선제적으로 EAP를 시행해 효과적인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에게 적절히 처방된 사례들이 많아져 다행으로 여긴다.
Q. 오는 31일부터 ASCO 2024가 열린다. PALOMA-3, MARIPOSA 2차 등 여러 임상 연구가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대하는 연구가 있나.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영향을 평가한 MARIPOSA 임상연구 결과가 작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됐는데, PFS 데이터는 나왔고 OS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다. OS 데이터가 발표되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건 3세대 표적치료제 단독요법이지만, 최근 연구에는 병용요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정한 경우에는 병용치료 전략으로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3세대 치료제를 쓸 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변이 중 하나가 MET 변이인데, 리브리반트는 MET 변이를 억제하는 약제다. MARIPOSA 임상은 MET 변이가 증폭하기 이전에 미리 억제했을 때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보여줬다. PFS에서는 분명한 이점을 확인했으니, OS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임상인 PALOMA-3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정맥주사는 주사관을 사용하다 보니 환자들이 불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리브리반트 피하주사는 투약 주입 관련 이상반응(IRR)이 없다. 보통 주사를 맞고 나면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불편감을 동반하는데 그런 부작용이 없다. 이번 연구에서 그런 측면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으면 한다.

Q. 8월경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미국 승인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경우 국내 여파는 어떠하리라 보나.

FDA 승인에 이어 국내에서도 허가되고 급여까지 적용된다면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급여 혜택이 없는 시점에서 병용요법의 두 약제를 비급여로 처방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어렵다. 현재 오시머티닙+화학항암 병용요법도 허가됐지만 급여 적용되지 않아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적다. 비급여라 비용 부담이 있다. 또한 화학항암요법을 추가하면 부작용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병용요법은 복약 상담을 할 때도 단독요법보다 더 세밀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OS 데이터가 차후 공개되면 처방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고 보는지.

의료진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이미 1차 평가변수인 PFS 개선을 입증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데이터 결과를 기다릴 것 없이 PFS 결과만으로도 약제 가치를 충분히 확인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도 있다. 반면 PFS 외 OS 데이터까지 봐야 한다는 연구자도 있다. OS는 치료를 어떻게 순차적으로 잘 진행했는지가 관건이며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여러 병용요법 옵션도 나오고 있는 만큼 리브리반트 사용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적으로 향후 공개될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뒷받침해 준다는 전제 하에 리브리반트는 치료 초반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현재 데이터만 고려하면 화학항암 요법은 최대한 미뤄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화학항암 요법은 독성이 동반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적절한 환자군을 잘 고려해 선택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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