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대 증원으로는 지역의료·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국민들이 어느 지역에서나 건강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역할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의료시스템의 질적변화-시장에서 공공의료'를 주제로 모두를 위한 필수 사회서비스 확대·공공성 강화 연속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 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공공의료 중심의 의료시스템 질적 변화방향'을 발제로 "의대정원 증원으로 배출되는 1509명의 의사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에 투입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이 질문을 여러 사람들한테 했지만 아무도 긍정의 답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부 관계자조차 의대증원으로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의료, 필수의료에 투입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시행하면서 추진한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의료 취약지역을 무의촌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정희 정책위원은 "비대면 진료 문제도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4월 3일 보건소, 보건지소까지 비대면 진료를 받게 했다. 우리나라 보건소나 보건지소는 의료취약지역에 있는 유일한 의료기관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곳에 있는 의사들까지 빼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받도록 넘기는 것이 정상적인 의료정책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하나밖에 없는 의사들을 다 도시로 유출시켜서 지금 지역을 사실상 무의촌이 되게 만든 게 바로 비대면 진료"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현정희 정책위원은 "정부는 필수의료라는 말로 마치 필수의료만 해결되면 다 해결될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필수의료와 함께 보편적인 의료가 다 같이 필요하다. 그런데 보편적인 치료에 대한 얘기나 보장성 확대는 뒤로 다 밀어 버리고 마치 필수의료만 되면, 모든 의료가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의료를 살리는 방법은 공공의료밖에 없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의사와 간호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호사의 경우에는 공급 과잉이다. 배출되는 인원은 많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여전히 부족하다.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인력 기준을 법제화하지 않으면 병원에서는 당연히 월급 올려줘야 하는 간호사, 의사를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실효성 있는 인력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지역에서 의료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복지와 예방의료 강화가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수도권, 민간 중심 병원이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질 좋은 공공병원이 필요하다. 인구 20만명 당 500병상 정도 규모의 병원은 전국적으로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 중증 환자를 위한 병원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고 전국적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회 "시장에 맡겨진 의료체계…국가책임 방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 의료체계가 문제가 있고 개선시켜야 한다는 데는 다들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현재 의료대란 장기화도 민간의료기관이 95%나 차지하고 있는 구조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간 중심 체계, 시장에 맡겨진 의료체계를 공공으로, 국가책임 방향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는 법과 제도로 공공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나갔으면 좋겠다. 진보당과 저도 공공의료 강화 입법과 관련한 약속도 했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내용들도 많다. 앞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이 정책을 받아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가책임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은 "국회 보건복지원회의 가장 큰 현안은 의료대란이고, 한국 의료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공공의 역할을 어느 정도로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문제의식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며 "결국 국민들이 어느 지역에서나 필수의료를 충분히 보장받고 건강권을 보장받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료시스템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어떻게든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국의 의료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또 국민 누구나 보편적인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는 때까지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 政, 지방의료원 지역 중추로 세울 의지 有
이번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이화영 서기관은 "정부는 공공의료기본법에 따라서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확충을 동시에 잡겠다는 방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래서 지역책임의료기관은 공공병원을 대부분 지정했다. 이는 지방의료원을 지역 중추로 세울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예산도 잡아가고 있다. 다만, 공공병원에 대해서 일률적인 지원보다는 유형을 나눠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며 "공공병원이라고 해도 모든 병원이 같은 환경은 아니다. 취약지역도 있고, 비취약지역도 있다. 취약지의 경우에는 의료의 대부분을 도맡아야 되는 곳도 있을 것이다. 반면 비취약지는 주변에 좋은 민간 병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곳에는 민간이 담당하지 않은 부분을 전담하도록 집중해 지방의료원 적자를 회복하고 경영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화영 서기관은 "예산의 경우, 충분히 확보해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행위별 수가제 아래서 운영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수가지원체계도 충분히 정비가 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 공공정책수가가 만들어져서 이러한 부분을 현실화하기 위한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올해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에서 공공병원 경영혁신 인센티브 사업을 어렵게 따냈다. 국비 500억원 규모고, 지방비까지 합치면 1천억원 정도다. 수치적으로 본다면 크지 않지만, 이를 시발점으로 공공병원에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또 "지자체가 해당 지역 공공의료에 대해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협력할 수 있는 기전에 대해서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최근 공공의료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공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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