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지난 5월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 이 자리에서 3세대 ALK 표적 치료제 '로비큐아(롤라티닙)'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서 5년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본 CROWN 3상 임상에서 로비큐아는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위험에 있어 크리조티닙 투여환자에 대비해 81% 감소(HR, 0.19; 95% CI, 0.13-0.27)를 보였기 때문이다.
5년 무진행 생존기간은 로비큐아로 치료받은 환자가 60%인 반면, 크리조티닙 치료군은 8%를 기록했다.
특히 뇌전이 예방 측면에서도 효과는 탁월했다. 로비큐아 투여환자 114명 중 4명에서만 뇌전이가 발생하면서 환자 94%가 뇌전이 발생위험이 감소했다. 반면 크리조티닙을 투여한 109명 중 39명에서 16개월 이내 뇌 전이가 발생했다.
이에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ASCO에서 발표된 로비큐아 5년 추적 관찰 데이터의 임상적 의의와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조병철 교수는 2009년부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19년부터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국내 폐암 치료 분야 석학으로 국산 폐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임상연구책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6월에는 '치료 경험이 없는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요법(Amivantamab plus Lazertinib in Previously Untreated EGFR-Mutated Advanced NSCLC)'이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하기도 했다.
NEJM는 의학 분야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다.
다음은 조병철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국내 현황은.
- ALK 변이 환자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EGFR 변이 폐암의 30~40% 보다는 적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ROS-1 변이 보다는 많은 수치다.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환자 군이며, 중요한 것은 EGFR 폐암과 비슷한데 담배를 적게 피거나 안 피우는 분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주 발병 연령대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폐암 환자는 70대, EGFR 변이 폐암은 60대 정도이며 ALK 변이는 50대 정도다. ALK 변이 발병 연령대가 평균적인 폐암 환자에 비해 낮은 편이다. 환자 중에는 20대 초반도 있다. 대부분 폐암 환자를 고령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으며, 남녀 비율의 경우는 비슷하다.
Q. 다른 폐암과 비교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예후는 어떤가?
- 전반적으로 표적 치료제로 치료 받은 환자들이 아닌 환자에 비해 예후가 좋다. ALK 변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많은 표적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다른 폐암에 비해서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상당히 높은 비중의 환자군이 진단 시 뇌전이를 동반한다. 보고에 따르면 약 40%의 환자가 진단 시에 뇌전이를 동반하며, 그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1세대 표적 치료제로 '잴코리', 2세대 표적 치료제로는 '알룬브릭', '알레센자'가 있는데 1세대, 2세대 표적 치료제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1세대의 경우 9~10개월, 2세대는 25~30개월 사이에 내성이 생긴다. 내성이 생길 시 많은 경우에 뇌전이가 동반된다.
1세대보다는 2세대에서 개선된 면이 있지만 내성이 생긴다는 건 표적 치료제를 써서 증상이 잘 조절되다가 뇌전이가 없던 환자가 뇌전이가 생기거나, 뇌전이가 있던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이다. 뇌전이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것이 ALK 양성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이다(홀마크, Hall Mark). 이런 점에서의 미충족 수요가 아직 상당하다.
Q. 그러다 3세대 치료제인 로비큐아가 올해 ASCO 2024에서 좋은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교수님의 개인적인 평가는.
- 상당히 좋은 데이터다. CROWN 연구의 5년 팔로우업 데이터, 60개월 팔로우업한 데이터다. 연구 디자인부터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예전에 2세대 표적 치료제인 알레센자가 잴코리와 비교를 했고, 2세대인 알룬브릭이 1세대 잴코리와 비교를 한 것처럼 디자인은 로비큐아와 잴코리를 비교한 3상 연구다.
두 그룹에 150여명 환자가 등록됐고, 8주마다 모든 환자의 뇌 MRI를 찍었다는 게 중요한 점이다. 앞서 언급한 증상인 뇌전이가 흔하게 발생하고 이 부분에 있어서 로비큐아가 기존의 약제보다 얼마나 좋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뇌MRI를 8주마다 지속적으로 촬영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60개월 이상 추적관찰 했는데 로비큐아의 평균 무진행생존기간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이 보고된 바 있는 잴코리의 무진행생존기간 9개월과 비교했을 때 대단한 차이다.
위험비(Hazard Ratio, HR)가 0.19이며, 5년 팔로우업 했는데 60%의 환자가 여전히 무진행생존을 한다는 점이다. 잴코리의 경우는 8%로 매우 낮은 비율의 환자만이 무진행생존을 하지만 로비큐아의 경우 더 많은 환자가 무진행생존을 한다는 점이 키포인트다.
두 번째는 뇌전이가 발생할 때까지의 무진행생존기간을 확인했으며, 잴코리는 예측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환자들이 뇌전이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로비큐아를 사용한 경우에는 94%의 환자에서 뇌전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뇌에 대한 보호효과(Protection Effect)가 상당히 좋다는 점을 그 동안 1, 2상 결과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로비큐아가 확정 지었다는 게 중요한 점이다.
또한 이 연구에서 70%의 환자는 진단 당시에 뇌전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볼 수 있다. 뇌 MRI를 촬영했을 때 30%만 뇌전이가 있었고, 로비큐아가 뇌전이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역량이 상당히 탁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반면 잴코리는 70% 이상의 환자에게서 없던 뇌전이가 생겼다. 다른 장기 전이도 환자들에게 안 좋은 예후를 시사하지만 뇌전이가 생기면 중풍 같이 삶의 질에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밖에 없다. 즉, 뇌전이가 새로 생긴다는 것은 환자 삶의질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뇌전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환자들의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하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약간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부작용이 혈액학적으로 잘 알려진 고지혈증과 같은 것들이기에 충분히 기존 약제들로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두 번째로 CNS 이펙트(Effect)가 잘 알려진 부작용으로 환자 중 40% 정도에서 발생하는데, 경미하거나 보통 정도의 CNS 이펙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정도다. 5년 간의 추적관찰에서도 장기 복용하는 환자 가운데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부작용 프로파일이 없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Q. ALK 양성 치료에서 이를 뛰어넘는 신약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보나.
- 로비큐아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진행생존기간이 60개월을 넘어가고 있고 이를 뛰어넘으려면 적어도 60개월 이상을 추적 관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예후가 안 좋은 특정 환자군이 있다. 특정 ALK 아형 중에서 예후가 안 좋은 아형들이 있고, p5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같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예후가 좀 더 안 좋다.
폐암도 마찬가지로 p53 유전자가 같이 있을 경우에는 예후가 좀 더 안 좋다. 동반 돌연변이 환자들의 관리에 대해서는 아직 미충족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약제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상한선이 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Q.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서 3세대 치료제로까지 급여가 확대된다면, 국내 치료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
- 환자 입장에서 더 좋을 수 있다. 1, 2세대에 비해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내성에 대한 공포를 잊고 살 수 있고, 환자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트라우마를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익하다.
두 번째로는 현장에 있는 의사 입장에서는 뇌전이 측면에서 3세대인 로비큐아가 알룬브릭이나 알레센자보다 치료하기 좋을 수 있다. 기존에 뇌전이가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뇌전이를 예방하는 입장에서도 3세대의 로비큐아가 1, 2세대보다 앞선 장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치료에서 더 좋아질 것이다.
의사들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는 스킬 셋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종양학자이지만 심장병 전문의들이 주로 담당했던 저콜레스테롤혈증(Hypocholesterolaemia), 저지질혈증(Hypolipidemia)과 같은 것들을 조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가벼운 정도의 인지기능의 장애가 생기긴 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환자에 대한 교육, 의사들의 대처 능력 등을 함양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론 경제적인 어려움일 것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부가가치를 생산해내야 하는 청장년층이 우선 고려군일 것이다. 50대라고 한다면 이 암의 실질적 고통에서 벗어나 이 치료제를 사용함으로써 더 오래 살고, 더 활동적으로 살 수 있다면 국가 경제를 위해서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으니 이런 부분들도 보험 급여에 있어 고려되기를 바란다.
단순하게 비용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환자들이 청장년층이라는 부분까지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전반적인 암종과 무관하게, 특히 폐암 환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비록 5%의 환자군이긴 하지만 우리가 폐암을 정말 고지혈증처럼 만성병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기에 도달했다.' 이것이 굉장히 큰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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