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렉라자, 계약금 절반 부른 J&J에 기술수출한 까닭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8-29 11:43

운동과 음악을 결합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운동 경험을 제공하는 'Nike+iPod'. 이 제품은 2006년 출시됐다. 

지금이야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시작은 그렇지 못했다. 사용자가 운동 중에 자신의 운동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도록, 나이키 운동화와 애플 'iPod nano'를 연결하는 작업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협업 초기, 두 회사는 상당한 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나이키는 운동화에 센서를 삽입하고 애플과의 통신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애플은 기존의 iPod 제품과 호환성을 보장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각자의 기술과 자원을 투입하면서 단기적인 비용과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와 애플은 협업을 계속 진행했다. 이들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이 협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Nike+iPod은 운동과 기술을 결합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두 회사 모두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줬다. 나이키는 운동화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고, 애플은 아이팟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었다.

Nike+iPod은 기업 간 협력을 떠올릴 때 매우 손꼽히는 사례다. 단기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두 기업이 뚝심 있게 밀어 붙인 결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냈다. 

국산 항암 신약으로서 미국 FDA 승인을 일궈낸 '렉라자'도 이와 유사하다. 유한양행과 존슨앤드존슨 두 기업이 신뢰를 전제로 끈질기게 협력한 끝에 일궈낸 값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렉라자가 아직 EGFR 표적 폐암 신약후보물질이었던 2018년, 이를 탐내는 기업들은 많았다.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을 주도했던 이정희 유한양행 의사회 의장(당시 대표이사)의 말을 빌리면, 다른 회사들은 계약금으로만 1억달러를 제시했다. 반면 존슨앤드존슨이 제시한 금액은 5000만달러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정희 의장은 파트너로 존슨앤드존슨을 선택했다.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와 약 12억5500만달러 규모로 레이저티닙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것. 

그 배경엔 얀센(존슨앤드존슨 제약사업부)이 1983년 한국에 첫 진출하면서 인연을 맺어온 유한양행과 끈끈한 파트너십이 작용했다. 

유한양행은 1983년 한국얀센 진출 당시 합작투자사로 출범을 함께 했다. 유한양행에서 45년 이상 재직한 이 의장 또한 얀센에 더욱 동지 의식을 갖고 있었을 터.

이 의장은 지난해 열린 한국얀센 창립 40주년 행사에서를 통해서도 얀센과 유한양행은 "서로 철학을 공유하는 기업으로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회사 기술발전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는 "실제 임상연구 부분에서도 렉라자가 기술 수출되면서 얀센 연구진과 유한양행 연구진들이 서로 긴밀히 호흡을 맞출 일이 생겼다. 그 결과, 유한양행 임상연구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렉라자 FDA 승인은 단순한 '수출'이 아닌 '협업'을 선택한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존슨앤드존슨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렉라자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봤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가 기술 수출한 사례는 제법 있었지만, 국내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과 글로벌 제약사 의약품이 서로 협업을 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존슨앤드존슨의 굳센 의지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빅파마로서 가진 수준 높은 임상연구 능력과 자금력은 덤이다. 서로가 진심을 다하는 협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관련기사보기

이정희 유한양행 의장 "렉라자, J&J에 기술수출하게 된 배경은…"

이정희 유한양행 의장 "렉라자, J&J에 기술수출하게 된 배경은…"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이정희 유한양행 의사회 의장이 자사 EGFR 엑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하게 된 비화를 공개했다. 이 의장은 2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얀센 창립 40주년 기자간담회에 패널로 나와 한국얀센과 유한양행 간 공동협력 역사 및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의장은 1978년 유한양행에 입사 후 지난 2015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대표이사였던 지난 2018년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에 EGFR

[수첩] 유한양행 '렉라자' 美 진출을 바라보며

[수첩] 유한양행 '렉라자' 美 진출을 바라보며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된 국산 항암신약이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든 국내 제약업계에 큰 경사다. 역사적으로도 한 획이 그어졌다. 협회까지 나서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주식 시장에서도 큰 기대감이 형성됐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은 줄곧 예견돼왔다. 임상에 참여한 의료진을 비롯해 증권가를 넘어 언론, 업계까지 허가 가능성을 높게 쳤다. 국내 1차 단독요법 허가는 그러한 가능성을 점치는 밑바탕이었다. 렉라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 "이정표로 생각…제2·3 렉라자 만들 것"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 "이정표로 생각…제2·3 렉라자 만들 것"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유한양행이 최근 거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제2·3 렉라자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회사가 진행 중인 연구개발(R&D)과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같은 노력을 보여준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8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임상 진입이 예상되는 신약 후보물질까지 포함하면, 신약 파이프라인은 12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회사는 해당 파이프라인으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

'결실' 거둔 유한양행表 오픈이노베이션…세계화 초석 '렉라자'

'결실' 거둔 유한양행表 오픈이노베이션…세계화 초석 '렉라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앞장서왔던 유한양행이 마침내 '그 선택은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제 유한양행은 전 세계를 무대로 블록버스터 국산 항암신약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한양행 국산 비소세포폐암(NSCLC)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J&J)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승인했다. 렉라자 미국 상품명은 'LAZCLUZE'다. 글로벌 임상 3상 MARIPOSA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 작성자 비밀번호 확인 취소

    야*2024.09.01 12:02:24

    최기자님 기사에 공감백배입니다.그렇지만 원천기술은 오스코텍입니다. FDA승인이후 유한양행만 칭찬하는 기사때문에 오스코텍 주가 상승은 유한양행에 턱없이 못미칩니다.모든 이슈를 유한이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여러 기여자 입장에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