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AI 도입 장점은 의료 품질 상향 평준화"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변정식 교수 
AI 자동 탐색으로 선종 검출률·관과율 편차 줄여 검사 품질 향상
"AI 연구 이유…日처럼 의료현장-산업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AI산업, 정부 지원 강조도…"수가 등 보상체계 이뤄져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9-26 06:00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변정식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내시경 검사에서 의료 인공지능(AI)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내시경 전문가 수준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변정식 교수는 AI 내시경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변 교수는 국내 치료대장내시경 전문가 중 한 손가락에 꼽힌다. 그는 국내 최초로 대장내시경 점막하박리술(2cm 이상 큰 대장 용종이나 조기 대장암의 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한 뒤 특수 전기 절제도구로 떼어내는 시술 방법)을 도입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소화기내시경 분야에 AI를 접목시킨 연구 결과들을 발표한 AI 내시경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변 교수는 AI를 활용한 내시경 검사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내시경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다 보면, 의료진 피로도는 급격히 쌓이게 마련이다.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작은 용종 하나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특히 연말과 같이 건강검진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의사 한 명당 많게는 하루에 수십 건의 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병변 발견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변 교수는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른 편차도 간과할 수 없다"며 "선종 검출률은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10~40%의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선종 간과율은 평균 5~25% 수준"이라고 말했다. 

즉, AI 내시경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검사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 

AI가 내시경 검사 중 발견된 용종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해 즉각적인 의료적 판단과 행위가 가능하도록 보조해주면,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또 더블 체크 효과로 병변발견 검출률율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최근 아이넥스코퍼레이션(Ainex Corporation)로부터 의료자문의 직을 수락했다. 아이넥스는 AI 내시경 진단보조 소프트웨어인 '에나드(ENAD)'를 개발·판매하는 회사다. 

변 교수는 수락 배경에 대해 "갖고 있는 의학 지식이나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료 수준은 전 세계를 놓고 견줘 봐도 우리나라 의사들이 탑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내시경이라고 하면 일본 의료 수준을 최고로 친다"고 운을 뗐다. 

소화기 내시경 분야는 일본이 꽉 잡고 있기 때문이란다. 전 세계 소화기 내시경 시장의 70~80%을 장악한 올림푸스나 후지, 펜탁스 등 이른바 '골리앗'들이 즐비하다. 이들 회사는 자국 의사들과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해가며 학술적으로도 의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도출해낸다. '연구개발-학술 성과-의료 품질 향상' 등에 있어 사실상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늘 아쉬움이 느꼈다는 변 교수는 "아이넥스도 좀 잘돼서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지금보다 더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의료 자문을 통해 국내 소화기 임상분야가 지금보다 더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당연히 제품이 좋아야 한다"라며 "에나드가 실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ADR(Aadenoma Ddetection Rrate, 선종발견율)을 6.3% 증가시켰다. 특히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편평한 모양의 선종 발견율을 8%나 향상시킨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부 개선할 점도 존재한다고 했다. 에나드가 납작한 폴립(용종)도 잘 찾지만, 넓고 납작한 용종인 측방발육형종양(laterally spreading tumor,. LST) 검출의 경우 아직 충분한 검증이 안됐다는 것이다. 

또 위양성률을 낮추긴 했지만, 보다 100%에 수렴하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출한 폴립을 종류에 따라 A, B, C로 구분해 자동으로 리포트를 만드는 기능도 갖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변 교수는 "AI 진단 보조기기가 의사를 대체할 순 없겠지만, 검사 정확도를 높여주고, 동시에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해줄 것"이라며 "특히 내시경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검진 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가 의료AI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술을 빨리 선점하기 위해선 결국 임상 경험을 빨리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변 교수는 "의료 분야도 AI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며 "내시경, 영상검사, 심전도 등 영상을 인식해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보조해주는 AI 의료기기 수요가 높다. 향후에는 헬스케어산업이 직면한 과제인 데이터 과잉, 의료진 번아웃, 운영 효율 저하 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누구나, 어디에서나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세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올해 2월에 의료 AI 진단기기에 대한 가산수가 인정이 결정됐다"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AI에 수가를 매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의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AI 진단기기에 대한 수가가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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