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의학교육 무시하는 속도전"…의대증원 후속조치 반발

16일 오후 서울대 이건희홀서 기자회견 열고 입장 발표
안덕선 의평원 원장 "입법예고된 개정안 반드시 철회돼야"
불인증 판정 전 1년 보완기간 부여 의무화 놓고 입장 충돌
평가기준 사전심의, 1년 이전 사전예고 등에서도 문제 지적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10-16 16:3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의대 불인증 판정 전에 1년 보완기회를 부여토록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의대 증원에 따른 후속조치로 의대 평가 체계까지 바꾸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의평원은 16일 오후 4시 서울대 암연구소 2층 이건희홀에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입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달 25일 교육부가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따른다. 이는 올해 추진된 의대정원 증원과 의대생 수업 거부 등으로 인해 내년에 7000명 이상이 의대 수업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의료계 우려에 맞춰진 조치다.

입장문 발표에 나선 안덕선 의평원 원장은 "의평원은 갑작스러운 대규모 증원이 의학교육 현장에 초래할 혼란에 대해 경고했으며, 교육 질 유지를 위해 기준에 따라 교육 여건을 평가하고 그대로 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갑자기 마치 속도전을 수행하듯 일방적으로 밀어부이는 것은 의학교육 가치와 역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속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교육부 개정안은 실력 있는 의사를 배출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의료계 대국민 약속 실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점철돼있다"며 "'교육 질 관리'와 '양질의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의평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입법예고된 개정안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평원은 이번 일부개정령안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완기간 부여 의무화'와 '평가기준 변경 시 사전보고·심사'다.

해당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과대학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되는 경우 인정기관이 불인증을 하기 전에 1년 이상 보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또 평가인증 기준, 방법, 절차 등을 변경할 때에는 그 사실을 교육부장관에게 미리 알려야 하고, 교육부장관은 변경 사항이 중대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관련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같은 개정에 대해 교육부는 '자체적인 노력과는 상관없이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되는 경우에 보완기간동안 교육여건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학교와 학생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국가의료인력양성 차질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평가기준 사전심의에 대해선 '평가인증 대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기준 변화 등에 사전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전 대응 체계를 구축해 평가·인증 체계의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평원은 이같은 개정 사항이 그대로 입법될 경우, 제대로 된 의학교육 여건 마련 여부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점 발표에 나선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은 "무조건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교육 정상화 기간을 지연시켜 학생 학습권과 국민 건강권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불인증과 1년 유예에 대한 판단은 법령에 규정할 사항이 아닌 평가기구에 부여된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또 "평가기준 변경 시 사전에 보고하고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교육부 지정을 받은 평가기구에 대한 통제에 해당하고, 평가기구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교육부가 평가기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일부개정령안에 담긴 이른바 '1년 이전 사전예고제'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이는 '평가 기준을 최소 1년 전에 확정해 평가 인증 대상이 되는 학교에 알려야 한다'는 개정안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이번 의과대학 대규모 정원 증원과 같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평가 절차를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1년 전에 사전 예고를 해야한다면 결국 필요한 평가 인증을 유예해야하고, 이는 의학교육 부실을 한시적으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보기

[국감] "교육부 시행령 개정, 의학교육 평가 어려움 초래"

[국감] "교육부 시행령 개정, 의학교육 평가 어려움 초래"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학교육평가원이 교육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제대로 된 의학교육 평가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덕선 의학교육평가원장은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최근 의평원 관련 규정을 변경하는 교육부 입법 예고를 언급하며 의평원 입장을 물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은 ▲평가·인증 기준 변경에 대한 사전 심의 근거 마련 ▲인정기관 공백 경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정부, 의평원 무력화 시도 철회해야"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정부, 의평원 무력화 시도 철회해야"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정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무력화 시키려고 한다며,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7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 개정안은 의학교육의 질적인 발전과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한 의학교육기관 평가인증의 목적과 원칙을 무시한 법안으로 의평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무리한 의과대학 정원 대규모 증원 이후 발생이 우려되는

교육부 의평원 무력화, 국감서 따진다…野 "의료판 입틀막"

교육부 의평원 무력화, 국감서 따진다…野 "의료판 입틀막"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로 불리는 교육부 시행령 개정안 문제점이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보는 야당 내에선 '의료판 입틀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오는 8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의평원 관련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질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앞서 논란이 된 평가·인증 기준

의료계 "교육부의 '의평원' 압박…상식선 넘었다" 비판

의료계 "교육부의 '의평원' 압박…상식선 넘었다" 비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가 교육부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에 대한 압박이 상식선을 넘어 부실한 의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교육부가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건강 훼손에 앞장선 관계자를 강력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27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5일 교육부는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