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한미약품그룹 사태, '치킨게임' 또는 '4자 회담'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10-28 05:5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납부 진통과 함께 두 진영으로 나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평행선을 그은 채 적대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판 승부를 벌였던 이들은 오는 11월 말 한미사이언스 임총과 12월 중순 한미약품 임총에서 또다시 지분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이 다뤄지는 임총이니만큼, 의결 결과에 따라서는 현 경영권 분쟁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가능성에 가능성을 더해 길게는 내후년까지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끊임없는 '공방(攻防)' 속에 장기화되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사태를 보면서 여러 의문이 든다. 과연 길고 긴 분쟁을 끝낸 후 오너 일가 손에 쥐어질 실익은 무엇일까. 끝끝내 경영권을 차지했다고 한들 시원스레 승리했다며 자화자찬할 수 있을까.

문득 '치킨게임'이 떠오른다. 양쪽 모두가 양보하지 않는다면, 결국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먼저 포기하면 지고 끝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내 모두가 피해를 보면서 끝이 날 수밖에 없다.

장기화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분쟁은 한미약품그룹 전체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까지 아군이었던 동료가, 하루 새 '적'이 됐다. 여전히 한 공간에 함께 있고 여전히 친하지만,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없게 됐다. 일부 부서에선 마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자체로도 문제다.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기업이 가져야할 신뢰도, 안정성, 기대감, 성장전략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으로는 대외적 이미지 악화에 그치겠지만, 장기화가 계속될수록 사업 불안정, 충성도 저하, 직원 이탈, 주가 불안정 등은 불가피하다. 제약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승계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제라도 한미약품그룹이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감히 직언을 해보자면, 송영숙 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등 오롯이 오너 일가 4인이 모여 한번쯤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으면 한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일원으로서, 한 자리에 모여 이들에게, 그룹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내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까지 정확히 한 달 남았다. 한미약품그룹이 한 시 빨리 경영권 분쟁 이슈를 잠재우고, 예전처럼 신약개발과 기술이전으로 경제 1면을 장식하는 영광이 재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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